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유명 학자도 표절 발목, 개인 노력 아닌 시스템으로 예방해야”

존 배리 회장이 28일 서울 하얏트 호텔 비지니스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밝게 웃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학계에서 표절(剽竊· Plagiarism)은 가장 큰 범죄 행위 중 하나다. 대학 교수 출신 고위 공직자에 대한 청문회 때마다 우리 사회는 논문 표절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제자 논문에 이름을 올려 무임 승차하는 건 예사다. 남의 아이디어나 표현을 짜깁기하거나 연구 결과를 조작하기도 한다. 2005년에 터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표절) 사건이나 2007년 신정아 전 동국대 조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렇다면 논문 표절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논문 표절 여부를 검색, 표절을 사전에 예방하는 ‘턴잇인(turnitin)’이란 프로그램을 개발한 존 배리(41·John Barrie) 아이패러다임스 회장을 28일 인터뷰했다.

논문 표절 방지 프로그램 개발한 ‘아이패러다임스’ 존 배리 회장

그는 한국어와 중국어 기반 시스템의 론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106개 국가에서 미 하버드대를 비롯, 1만여 개의 중고교·대학·연구기관 등이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 학술논문의 75%를 데이터베이스로 갖고 있는 세계 최대 온라인 정보원이다. 그동안 국내에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연세대·KDI국제정책대학원 등이 국내 판권을 가진 신원데이터넷을 통해 영어 지원 턴잇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왔다. 그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의 표절을 막으려면 개인의 도덕성에만 기댈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예방 시스템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은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신경생물학을 전공했다. 어떻게 표절에 관심을 갖게 됐나.
“짧고도 긴 얘기다. 나는 1994년 신경생물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동시에 학부생 400여 명이 참여하는 수업의 조교로 활동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수업 참여가 저조했다. 그래서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는 동료 평가 방식을 학부생들에게 도입하기로 했다. 마침 새로 등장한 웹과 브라우저를 이용해 100% 디지털 버전의 논문에 대한 동료 평가가 가능했다. 동료 평가 실험에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따랐다. 학생들의 3분의 1가량이 인터넷이나 도서관 등에서 남의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쪽짜리 논문을 제출하면서 출처를 전혀 인용하지 않았다. 또 내 수업에서 A학점을 받은 논문이 다른 수업에 논문으로 제출되는 일도 벌어졌다. 어떤 학생은 그걸 갖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지적 재산의 도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것이다. 명문대라는 버클리대가 이러니 다른 대학은 더 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표절을 막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표절이 왜 문제인가.
“학문의 기반은 지적 정직성이다. 정직하지 못하다면 누가 연구 결과를 믿겠나. 학위논문 표절은 범죄다. 중·고교생과 대학생들의 표절도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런 현상은 학문시장과 조직사회를 위태롭게 한다. 표절을 해서라도 학점만 잘 받아서 나간다면 학교가 학위생산공장과 뭐가 다르겠나. 표절은 디지털의 문제다.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솔루션으로 해결해야 한다. 텃잇인이 그 도구다.”

-기본 구조가 복잡한 표절 예방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논문 표절은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이뤄진다. 표절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해봤자 윤리강령이나 처벌 강화, 강의실에서 리포트를 작성하게 하는 방안 등이 고작이었다. 디지털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내가 박사 학위를 받은 분야가 인간의 패턴 인식 쪽이다. 뇌가 감각 세계를 어떻게 신경 세계로 암호화하는지를 연구하고 ‘사이언스’ 같은 과학전문지에 논문도 썼다. 생물학적 지식에 기반한 패턴 인식 방법을 시스템화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턴잇인 프로그램의 논문 표절 검증 방법은.
“한마디로 얘기하면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학생의 논문을 턴잇인에 넣으면 컴퓨터 서버가 해당 문건을 디지털 지문으로 만든다. 그다음 패턴 인식 알고리즘을 이용, 기호·단어·문장으로 이뤄진 논문을 매우 긴 숫자로 전환한다. 이렇게 생성된 디지털 지문을 갖고 이미 컴퓨터에 축적돼 있는 115억 개의 인터넷 웹페이지, 1억2000만 건의 논문 및 과제물, 1만여 개의 정기 간행물 DB, 2500만여 개의 학술저널 보고서 등 디지털 지문으로 구성된 DB자료들과 신속하게 비교한다. 이때 학생의 논문과 비슷한 자료가 DB 자료에서 검색되면 두 논문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실시간으로 표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몇%까지 표절인지 수치로 나온다. 이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이뤄진다. 짧게는 수초, 길어야 2~3분이면 끝난다.”

-이 프로그램으로 적발한 대표적 사례를 든다면.
“2004년 캐나다 앨버타주의 클라인 주지사는 의회에서 칠레의 피노체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칠레 출신 캐나다인들이 항의하자 그는 ‘내가 쓴 칠레의 피노체트 전 대통령에 관한 논문에 그런 내용이 다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 신문의 확인 결과 주지사의 논문은 100% 표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듬해 미 코네티컷주의 한 대학총장은 신문에 사설을 기고했다. 독자가 뉴욕 타임스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사실로 드러나면서 중동 출장 중에 소환돼 해고당했다. 미국 보수파 칼럼니스트가 쓴 책의 대부분이 표절로 드러난 사례도 있다.”

-이 프로그램이 표절한 학생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표절을 예방하려는 것이지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반칙을 하는 사람을 잡아내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질적 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잘못을 하면 반드시 들킨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 내가 분석한 결과 표절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DB를 엄청나게 크게 만드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표절을 하려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소스를 포함시킨 이유다.”

-논문 표절 방지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이 프로그램을 7년 동안 사용한 학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이전보다 표절이 70%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영어권에서는 표절 체크 시스템을 교육의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수준까지 올라 있다.”

-원천 기술을 개발, 회사를 설립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를 꼽는다면.
“버클리대의 한 강의실에서 시작한 표절 예방 사업이 지금은 전 세계 교육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지금도 매일 하루 25만 건의 논문이 데이터베이스에 쌓이고 있다. 영어권의 대부분 대학들이 고객이다. 영국은 초·중·고와 대학의 99%가 고객이다. 동남아시아에서도 2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기술의 글로벌화, 국제화에 주력해 30여 개 언어 지원 서비스를 구축한 데 이어 최근 중국어와 한국어 지원 서비스도 시작했다. 지금은 비영어권 국가들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의 표절문화에 대한 견해는.
“내 경험으로 볼 때 아무리 유명한 학자라도 표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표절하는 사람이 많을 때 그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한국은 분기점에 와 있다. 한국에 와서 TV를 봤더니 어느 가수의 표절 관련 뉴스가 나오더라. 그 이전에 황우석 전 교수 사건도 알고 있다. 한국에도 ‘정직의 문화’가 자리 잡혀야 진정한 선진국을 향해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예방시스템을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




존 배리 회장은
1968년 미국 출생. UC버클리대학에서 수사학과 신경생물학을 복수전공한 뒤 대학원에 진학해 생물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대 중반 논문표절을 예방하는 인터넷 프로그램인 `턴잇인`의 독창적 구조 및 기본 기술을 개발했다. 98년 동료 5명과 함께 은행에서 200만 달러를 대출받아 아이패러다임스사를 설립했다. 이후 10여 년 간 턴잇인의 글로벌화를 추진해왔다. 전 세계를 다니며 교육현장에서의 학문적 양심 및 정직의 문화 확립을 강조하는 강연을 하고 있다. 표절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