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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도로변 3.3㎡당 1억원 넘봐 4년 새 10배 뛴 곳도

경희궁 오른쪽의 단독주택촌과 그 바깥쪽 내수동의 재개발 주상복합 및 오피스텔촌. 단독주택의 호가는 3.3㎡당 최고 5000만원이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북촌 한옥촌.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사들이려고 하는 런던 버킹엄궁 옆 빌딩은 현지 시장에서는 트로피애셋(기념비적 자산)으로 통한다. 고궁 옆 부동산이야말로 다른 지역의 시세 변화에 영향을 덜 받고, 장기적으로는 가치가 꾸준히 올라가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고궁 옆 부동산, 언제 이렇게 올랐지?

어떤 부동산이 트로피애셋일까. 사전적으로는 ‘누구나 손에 넣기를 원하는 부동산’이란 뜻이다. 주로 상업용 부동산으로 입지가 좋고, 불황기에도 수익이 나는 핵심 상권의 알짜 부동산이다. 트로피애셋은 ▶최상의 입지 ▶도시의 상징이자 기념물 수준이어서 법적 보호까지 받을 정도의 명성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친 역사성과 평판 ▶특별한 스토리 중 한두 가지는 갖춰야 한다.

트로피애셋 개념은 주택에도 적용된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든 많은 사람이 살기 원하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다른 주택들보다 빛나는 보석 같은 주택이 있을 수 있다. 부동산은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바로 옆에 있어도 전혀 다른 게 부동산이다. 따라서 트로피애셋의 공급은 극히 제한된다. 반면 수요는 늘 넘쳐난다. 점점 더 좋은 것을 찾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트로피애셋은 ‘노른자위’ ‘명품’ 정도로 해석됐다. 기준은 대개 교통·교육·유동인구 등 편의성과 사업성만을 따졌다. 그러나 최근 시장 차별화와 서울 강북 도심 정비가 가속화하면서 서울 사대문 안에서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춘 트로피애셋을 찾으려는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고궁 옆이다.

“3.3㎡당 8000만원 실거래”
음식점 몇 곳을 빼고는 쇠락한 주거 지역이었던 삼청동. 불과 3~4년 사이에 인사동과 거의 대등한 전통의 거리로 거듭났다. 흔히 말하는 삼청동은 동십자각에서 삼청터널에 이르는 1.5㎞ 삼청동길 일대와 인근 팔판동·화동·소격동을 아우른다. 와인바와 고급 레스토랑, 전통음식점과 한정식집이 속속 들어서면서 리모델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땅값도 크게 올랐다. 일부 단독주택이나 상가의 경우 도로변은 3.3㎡(1평)당 4000만~1억원, 안쪽은 2000만~5000만원을 호가한다. 대지 528㎡(160평)의 단독주택이 80억원, 대지 386㎡(117평)의 단독주택은 58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용으로 나온 대지 175.2㎡(53평) 위 3층 건물의 경우 주인이 3.3㎡당 7000만원, 37억1000만원을 부른다. 익명을 원하는 중개업소 관계자는 “차량이 다닐 만한 넓은 길이 있는지, 수리가 됐는지, 근린생활2종으로 용도를 바꿀 수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파출소부터 금융연수원까지 삼청동 메인 도로변이 가장 비싸 3.3㎡당 800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고, 소격동 도로변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4년간 최고 10배 올랐다”며 “지구단위계획과 호텔 건립 계획 등 몇 가지 호재가 겹쳐서 집·상가 주인들은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라고 덧붙였다.

삼청동은 지난해 가을 이후의 불경기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주로 고소득층이 찾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거래량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수요자다. 수익형 부동산으로는 매력이 덜하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내의 상가 수익률이 연 6~7%에 이르는데 삼청동에선 2~3%에 불과하다”며 “직접 가게를 운영하려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 호가 차이는 여전히 크다. 매도자는 지난 몇 년간 오르지 않은 적이 없다며 가격을 올리고, 매수자는 지나치게 비싸다며 머뭇거리는 양상이다.

삼청동과 동쪽의 가회동 일대는 서울시가 ‘북촌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곳이다. 북촌은 양궁(경복궁·창덕궁) 사이에 위치해 있으면서 조선시대 양반이 거주해 문화유산이 많기로 유명하다. 서울시는 가회동·삼청동 일대 11만여㎡를 북촌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올 6월 완료 목표로 추진했으나 기존 구역 북측 및 서측의 16만여㎡를 포함시키고,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독도서관·재동초등학교·교원소청심사위원회 부지에 주차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느라 늦어지고 있다.

가회동 일대의 부동산 시세는 북촌 가꾸기 사업과 맞물려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수리를 하지 않은 한옥은 2007년 3.3㎡당 1300만~1700만원 선이었던 것이 현재 2000만~3000만원을 호가한다. 대지 727㎡(220평)의 단독 매물이 3.3㎡당 3000만원, 65억원에 나와 있다. 씨앤씨부동산 관계자는 “진입 도로나 건물의 상태가 좋은 한옥은 3.3㎡당 5000만원까지 부른다”며 “한옥을 오피스나 갤러리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경복궁 서쪽의 종로구 체부동·필운동·누하동·옥인동 등 13개 동의 서촌(西村) 역시 문화촌으로의 변신을 꿈꾼다. 서울시는 58만2161㎡에 이르는 서촌을 살리기 위해 복개로 자취를 감춘 물길을 되살리고,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개발과 정비를 추진할 방침이다. 체부동 삼성공인중개 관계자는 “아파트 건립 계획은 물 건너간 듯하고 문화와 역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정비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3.3㎡당 1500만~2200만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돼 있으나 개발·정비 기대감으로 매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광화문도 ‘궁궐의 힘’ 영향권
전문가들은 도심에서 트로피애셋급에 속하는 빌딩의 하나로 광화문사거리의 교보생명빌딩을 꼽는다. 이 빌딩의 주소는 과거 서울 광화문 1번지였으며 현재는 종로1가 1번지다. 교보생명 창립자인 고 신용호 회장이 일찌감치 이 땅의 상징성과 가치를 알아보고 1980년 당시 최고의 건물을 세웠다. 건물의 가치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내년 리모델링이 끝나면 현재 6600억원 선인 빌딩 가치가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역사와 전통이 흐르는 알짜 입지를 찾아내고, 기업 이미지에 맞게 서점과 아케이드로 공간을 소화한 안목 덕분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광화문광장 개장, 경복궁 일대 정비와 함께 국내 최고 임대료 수준임에도 입주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고궁의 가치를 부동산 마케팅에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경희궁의 아침’이다. 외환위기의 상처가 남아있던 2001년. 건설업계가 래미안·홈타운·e-편한세상 등의 이름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을 때 ‘경희궁의 아침’이라는 조어는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집 팔아먹기 위해 문화재까지 들먹인다’는 비난도 일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공동화한 도심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주상복합아파트 360가구, 오피스텔 1031실 등 총 1391가구로 구성된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는 당시만 해도 다소 무모한 사업이었다. 주거지로서 매력이 없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희궁 조망, 광화문 청사 뒤편이라는 입지적 강점은 여러 약점을 덮고도 남았다. 쌍용건설은 첫 대형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경희궁의 아침’을 성공적으로 분양하면서 새로운 도심시대를 열었다. 경희궁의 아침 이후 광화문 내수동·내자동에는 재개발 바람이 불었다. ‘파크팰리스’ ‘용비어천가’ ‘광화문시대’ ‘스페이스본’ 등 주상복합단지가 잇따라 들어섰다. 예성부동산중개 관계자는 “주상복합은 3.3㎡당 25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신문로 일대 단독주택의 호가는 2500만~5000만원”이라고 말했다.
규제 심해 개발이익은 적어

서울의 고궁 인근에는 빈 땅이 거의 없다. 재개발이 대안이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대한항공이 사들인 경복궁 옆 주한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 대한항공은 이곳에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장과 전통문화 체험장 외에 7성급 부티크 호텔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위치한 이 부지는 3만6642㎡로, 대한항공이 구상한 호텔은 연면적 13만7440㎡, 지상 4층·지하 4층 규모다. 물론 해결돼야 할 걸림돌은 있다. 우선 학교보건법상 교육청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 부지는 경복궁에서 100여m, 덕성여고와 풍문여고에서는 50여m 떨어져 있다. 또 경복궁 인근에서의 문화재 출토와 맞물려 호텔 건립 터에 묻혀 있을지 모르는 유물을 발굴하는 작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고궁과 가까운 땅은 이렇듯 규제가 심한 편이다. 문화재보호 관련 법규는 국가 지정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100m 안에 건물을 지을 경우 전문가 3인 이상의 검토를 받도록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종로구 중학동의 한 주상복합건물 계획은 이 규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도 제한이 적용돼 용적률도 높지 않다. 개발이익을 노리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공급이 제한돼 희소성은 커지는 것이 고궁 주변 부동산 시장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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