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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는 왜 재생 안 될까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이 좁은 방에 갇혔다고 생각해보자. 누가 당신을 가뒀는지, 어째서 갇혔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이 말이다. 아무리 살펴봐도 탈출할 통로는 보이지 않는데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갈수록 방이 점점 좁아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탈출구도 없는 상태에서 점점 좁아져만 가는 방. 우연히 듣게 된 질병의 이름에서 난 이런 이미지를 떠올렸다.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ALS), 흔히 대중에게는 ‘루 게릭병’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병이다. 이론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퇴행성 신경질환인 ALS가 주로 침범하는 부위는 운동신경으로, 병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환자의 지각 능력은 상대적으로 또렷하게 유지되곤 한다. 말 그대로 점점 마비되는 ‘육체적 감옥’에 고스란히 갇히게 되는 셈이다.

ALS를 비롯해 알츠하이머 질환과 파킨슨병 등은 모두 비가역적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이들 질병은 침범 부위는 조금씩 다르지만, 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중추신경이 파괴돼 일어난다는 점과 치료가 극히 어려운 난치병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 질환의 치료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세포는 한번 파괴되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일부 세포가 파괴되면 남은 세포들이 세포 분열로 모자란 부분들을 메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직 재생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세포들은 간세포로, 이 덕분에 살아 있는 이의 간을 일부 떼어내 타인에게 이식하는 수술도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신경세포는 다르다. 이들은 태아기와 유아기 동안 분열을 마친 뒤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재생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새로운 지식과 움직임을 기억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세포들이 시냅스 재배열을 통해 새로운 연결망을 구축하기 때문이지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대체 신경세포들은 왜 재생되지 않는 것인가.

학자들은 신경세포의 비가역성을 진화 과정 중 어쩔 수 없이 얻게 된 부산물로 여기고 있다. 도서관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찾으려면 색인 분류가 잘 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수많은 책 중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은 책을 빼내어 아무 곳에나 꽂아두는 것이다. 잘못 꽂혀진 책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도서관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수억에서 수백억에 가까운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네트워킹은 일일이 분류하는 것도 불가능할 지경이다. 이런 상태에서 파괴된 세포를 보충하기 위해 주변 세포가 분열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세포가 원래의 네트워크로 다시 들어갈 확률도 낮고, 분열을 위해 자리를 벗어났던 세포 역시 제자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아 있는 네트워크의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신경세포는 재생되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진화 과정 중 신경세포는 네트워크의 효율성과 재생 능력을 맞바꾸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퇴행성 신경질환은 일단 심각한 이상 증세를 나타내기 전에 미리 진단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ALS 환자들의 진단 확진 과정을 조사한 논문에 의하면, ALS 환자들은 발병 이후 확진을 받기까지 12~22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ALS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3~5년임을 감안할 때 이 시간은 환자에게 있어 결정적인 시간이다. 또한 이는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재를 나타내는 수치인 듯해 안타깝다. 난치성 질환은 치료만큼이나 빠르고 정확한 진단에 대한 인식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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