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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배우의 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1983)를 본 많은 사람은 리얼리티에 대한 광적인 집착에 혀를 내둘렀다. 중세 일본 어느 산골 마을의 기로(棄老) 풍습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은 3년간 실제로 오지의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흙냄새를 피부 깊숙이 묻혀냈다.



특히 할머니 역의 배우 사카모토 스미코는 돌벽에 이를 부딪혀 부러뜨리는 연기를 조작 없이 실제로 해내는 열의를 보였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이 영화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영화사를 돌이켜 보면 과감하게 몸을 혹사해 전설이 된 배우들이 적지 않다. 많은 배우가 극중 인물로의 완벽한 변신을 위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신체 변형을 감행했다. 가장 대표적인 배우는 로버트 드 니로다. ‘분노의 주먹’(1980)에서 한 복서의 전성기와 쇠퇴기를 모두 연기한 그는 23㎏의 중량 변화를 실제 몸으로 표현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언터처블’(1987)에서도 갱 보스 알 카포네로 변신하기 위해 27㎏을 불리는 한편 앞쪽 머리숱을 뽑아 대머리가 되는 열의를 보였다.



24일 개봉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김명민이 20㎏을 감량했대서 화제다. 영화에서 루게릭병 환자 역을 맡은 김명민은 평소 체중인 72㎏에서 극중 환자의 상태에 맞게 감량을 시작, 사망 직전에는 52㎏의 앙상한 몸을 드러낸다.



체중의 변화가 연기 열정의 표상처럼 여겨지는 것은 제아무리 명배우라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던 시절의 유산이다. 말런 브랜도는 영화 ‘데지레’(1954)에서 나폴레옹 역할을 맡아 감쪽같은 매부리코를 분장으로 만들어 냈지만 1m83㎝의 키까지 어쩌지는 못했다. 요즘 같으면 ‘반지의 제왕’에서 1m67㎝의 배우 일라이저 우드가 키 1m20㎝ 내외인 난쟁이로 변신하는 게 예사지만 말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일상화된 2009년에도 배우의 실제 신체 변형에 가산점이 주어져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글자 그대로 ‘뼈를 깎고 살을 찢는’ 고통을 감수해 가며 성형수술을 통해 불멸의 젊음과 새로운 미인형에 도전하는 여배우들에게 세상은 왜 그리 냉담한 것일까. 첨단 기술의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열정이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갖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사례다.



 송원섭 JES 콘텐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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