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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악보 500권 외우려 꿈속에서도 지휘공부”

“첼로는 제가 직접 소리를 만들어내지만 지휘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아름다운 음악을 끌어내는 거잖아요. 음악을 매개로 여러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이 좋았어요.“ 천재 첼리스트로 잘 알려진 장한나(27)씨가 첼리스트가 아닌 마에스트라(여자 장인)가 돼 나타났다. 작은 몸 어디에서 음악도 공부도 ‘1등’인 그의 열정이 솟아나오는지 궁금했다.  
송보명 기자

사회위해 봉사하고 싶어 지휘봉 선택

“음악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일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죠.” 장한나씨는 21세기는 ‘감동’이라는 키워드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장씨는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마에스트라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을 통해 2년 만에 지휘자로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지휘자로서의 무대는 ‘2007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페스티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장씨와 성남아트센터는 만 11세~24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치러 앱솔루트 유스 오케스트라(Absolute Youth Orchestra) 단원으로 12명의 유망주를 선발했다.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 하나로 충청도에서 상경한 학생도 있고 홈스쿨링을 하면서 음악공부에 전념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학생도 있었죠.” 그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되는 연습강행군에도 학생들이 잘 따라와줬다”며 “연주회가 끝난 후 나와 단원들은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애틋한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것이 마에스트라 장한나가 음악으로 소통하는 방법이다.

그는 왜 첼로 활 대신 지휘봉을 잡았을까.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른 겁니다. 또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간직했던 꿈을 실현하고 내 음악세계를 넓히고 싶기도 했어요.” 그는 오래 전부터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음악을 나눠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첼로로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은 제한적이었다. 반면 오케스트라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지휘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개구리손’ 될 정도로 치열하게 노력

앱솔루트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한나씨.
그는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 운동을 예로 들었다. “마약에 찌든 거리의 어린이들에게 악기를 쥐어준 덕분에 베네수엘라는 문화의 중심지가 됐어요. 입시에 지친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클래식의 감동과 음악의 힘을 전하고 싶어요.”

장씨의 스승은 바이올린 연주자 출신의 거장 지휘자 로린 마젤(79)이다. 실내악 무대에 함께 서는 연주자로 11년 지기인 그와 마젤은 지난 6월부터 사제지간이 됐다.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지휘하는 장한나의 동영상을 받아본 마젤은 “지휘에 소질이 있다”는 답변과 함께 흔쾌히 가르침을 허락했다. 하지만 3주 동안 식사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지휘 공부를 하며 보내는 힘든 나날이 계속됐다. 지휘용 총보 500권을 외우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같은 곡이라도 어떤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느냐에 따라 곡은 완전히 달라진다. ‘지휘는 변한다’ ‘지휘는 사람의 생각을 느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기까지 장씨는 자기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거듭했다. “어렵고 힘들어서 엉엉 울기도 하고 미친 사람처럼 마구 웃어대기도 했어요. 심지어 꿈속에서도 지휘공부를 했다니까요. 포기하지 않고 문제와 계속 부딪혀보니 ‘왜’ 어려운지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첼로와 달리 지휘는 ‘완전한 준비’란 게 없었어요.”

그가 자신의 손을 보여줬다. 여전히 첼로 연습도 열심히 한다는 그의 손은 오랜 첼로 연습으로 인해 손가락이 변형돼 양쪽 길이가 다르고 손끝마다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이 때문에 ‘개구리 손’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다고. 그러나 그녀는 “지휘도 첼로도 모두 다 너무 좋아서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라며 발랄하게 웃었다.

꿈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어

장한나씨가 앱솔루트 클래식 무대에서 지휘하고 있다.
세 살 때 피아노를, 여섯 살 때 첼로를 시작한 장씨는 열한 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 뉴욕 줄리어드 예비음대 특별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러던 그가 2001년 줄리어드 음대가 아닌 하버드대 철학과에 진학해 또 한 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첼로 연습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할 것 같은데 도대체 공부는 언제 했냐는 우문에 그가 현답을 내놨다. “24시간 내내 첼로 연습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육체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 하루 최대 연습시간은 6시간 정도라고 한다. 그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에는 보통 학생들처럼 학교에 다니면서 숙제하고 시험을 보며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 그는 “연주자였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 공부에 대한 부담이 덜했고 그래서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에게 철학과에 진학한 이유를 물었다. “어릴 때부터 인간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인간의 내면은 어떤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죠. 혼자 하기엔 벅차지만 교수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평생 음악밖에 모르고 살아온 그에게 친구들과의 만남은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줬고, 철학과의 만남은 음악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해줬다.

“항상 가슴에 꿈을 간직하고 사세요. 꿈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거든요. 전 아낌없이 나누는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오래 전부터 꿔왔고 또 앞으로도 이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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