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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골퍼’ 최나연 55차례 도전 끝 LPGA투어 첫 우승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2·6721야드).

삼성월드챔피언십을 제패한 최나연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AP=연합뉴스]
최나연(22·SK텔레콤)은 마지막 18번홀(파5) 그린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속으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LPGA투어에 데뷔한 지 3년째, 선두를 달리다 막판 뒷심부족으로 우승을 내준 것이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최나연은 그린 오른쪽 프린지에서 퍼터를 꺼내 들었다. 공은 홀에서 1.2m 거리에 멈춰 섰다. 이 퍼팅을 놓치면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야 하는 상황.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의 악몽이 가녀린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4홀을 남기고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연장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아픔이 재연되는가 싶었다. 최나연은 침착하게 퍼터를 집어 들었다. 마지막 퍼트. 공은 일직선으로 홀 속으로 빨려 들었다. 최나연이 LPGA투어 55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최나연이 21일(한국시간) 끝난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1언더파(이글 1, 버디 3, 보기 4개)를 쳐 합계 16언더파로 미야자토 아이(15언더파)의 추격을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최나연은 “너무 떨려서 마지막 퍼팅을 하기 싫었다. 40초 안에 플레이를 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퍼팅을 했다. 우승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

최나연은 이날 우승으로 ‘뒷심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LPGA투어 통산 82번째 한국인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나연의 우승으로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은 LPGA투어에서 9승째를 거뒀다. 최나연은 “3개월간 부모님 없이 혼자서 생활을 했다. 그동안 마음고생도 심했고, 많이 울기도 했다”며 “큰 산을 이제 하나 넘었다.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03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최나연은 17세의 나이로 2004년 ADT 캡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박세리 등 쟁쟁한 선배들을 누르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곱상한 외모 덕분에 ‘얼짱 골퍼’란 별명도 얻었다.

2005년 프로로 전향한 최나연은 KLPGA투어에서 통산 3승을 거둔 뒤 미국 무대로 장소를 옮겼다. 2007년 LPGA투어 조건부 출전권을 얻었지만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최나연은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 자신을 믿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먼저 승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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