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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아카데미’ 선진국에선] 철저한 실전교육…외교 특공대 양성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외교 아카데미를 통한 유능한 외교관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능한 외교관이 국익을 지키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러시아·프랑스 등 외교 강국들은 전문적인 기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외교관을 양성해 국제 무대에 내보낸다. 이들 기관에서 교육 받은 외교관은 외국어는 물론 실무 보고서 작성·에티켓 등을 배워 현장에서 곧바로 활약한다.

◆재교육에 철저한 미국=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조지 슐츠 국립외교연수센터(NFATC)’. 이 센터는 신참 외교관에게 외교의 기초를 가르치고, 경력 외교관을 재교육시킨다. 교육 과목은 450개를 웃돈다. 한국어 등 70개 이상의 외국어도 가르친다. 매년 미 국무부 외교관 6000명을 포함해 40여 개 미 정부 부처의 해외 근무자 5만여 명이 이곳을 거쳐 간다.

외교관은 해외 근무 발령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재교육을 받는다. 과거 부임지에 다시 발령이 나도 재교육을 받는다. 교육 기간은 대개 8주 안팎이지만, 최장 2년인 경우도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NSC 동료가 남미 국가의 총영사로 발령 나자 슐츠센터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고 부임했다”며 “주한 미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외교관도 국무부에 근무한 뒤 다시 서울로 발령 나자 슐츠센터에서 재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외교 현장을 오랫동안 누볐던 전·현직 외교관이 강사로 나서는 만큼 이론보다는 실무 교육에 중점을 둔다.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직접 업무를 할당해 시험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주중 대사관 1등 서기관이라 하자. 중국 군함이 중국 인근 공해에서 미 정찰선을 위협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80쪽짜리 문서를 참고해 대사에게 보내는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식이다. 신참 외교관은 슐츠센터에서 ‘A-100 클래스’라는 7주간의 입문 교육을 거친 뒤, 3달~1년간 외교·영사·무역·경영·언어 등을 현장 실습한다. 이후 4~5년의 해외 근무를 통해 업무를 평가한다. 이 기간 중 오지나 전쟁·분쟁지역에 파견해 능력을 살핀다. 최장 6년에 걸친 과정을 통과한 사람만 외교관 정년을 보장받는다.

슐츠센터는 외교관 배우자 등 가족도 교육시킨다. 외교관이 다른 나라에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무 중시하는 러시아·프랑스=러시아는 외교 아카데미인 국립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MGIMO)이 외교관 선발·양성을 전담한다. 1944년 외무부 산하 학교로 개교했으며, 입시 경쟁에서 모스크바국립대와 1~2위를 다툰다. 4년 학부과정과 2년 석사과정을 마치면 실습과 외국어·인터뷰를 통해 외교관을 최종 선발한다. 한국어 등 40여 개의 외국어를 가르친다. 외교관으로 선발되지 않는 졸업생은 정부 기관이나 기업으로 진출한다. 외교관으로 선발된 뒤에도 3년마다 3주~2개월 과정의 재교육을 받는다. 대사로 임명되면 부임 직전 이곳에서 사전 교육을 받는다. 주기적으로 국제 정세를 분석해 외무부에 보고하는 것도 이 대학의 역할이다.

프랑스는 고급 공무원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가 외교관을 배출한다. 비서구권 언어를 전문으로 하는 외교관은 특별 채용한다. 전·현직 외교관과 전담 교수가 세미나 위주의 실무 교육을 한다. 제2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졸업할 수 있다. 대사와 외무부 국장을 번갈아 하는 경우가 많다. 외교관이 쌓은 인맥과 노하우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워싱턴·파리=김정욱·전진배 특파원
정재홍 기자



“해외공관 협상 테이블에 앉아 17주간 실전훈련”
프랑스 행정학교에선


프랑스 외교관은 일부 언어 특채를 제외하면 국립행정학교(Ecole Nationale AdministrativeㆍENA) 출신으로 선발한다. 프랑스를 이끌어 가는 고위 행정 관료 대부분을 배출하는 ENA는 연간 80명 정도가 졸업하는데 30위 이내의 상위권에서 10명 안팎이 외교부를 지망한다. 때문에 ENA 교육 과정 가운데 외교관 양성 코스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럽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ENA의 외교관 양성 교육에 대해 필리프 바스텔리카 ENA 국제국장을 만나 들어봤다.

바스텔리카 국장은 “졸업 후 곧바로 외교부 현장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는 인력을 길러내는게 목표”라면서 “외교관은 다방면의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외교분야 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실무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바스텔리카는 이 학교 출신으로 17년간 외교부에서 일했다. 이 학교의 부교장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국장을 마친 뒤 다시 외교부로 돌아간다.

-ENA의 외교관 양성 교육은 유럽에서도 명성이 높다. 외교관 교육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ENA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이미 다방면에서 기본 소양을 갖춘 인재들이다. 외국어 구사 능력이나 정치ㆍ외교ㆍ경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췄기 때문에 ENA에서는 실무 교육을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외교부에 배치되서 곧바로 업무를 수행해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몇가지 현안에 대한 기초 자료를 주고 외교부 장관에게 간결하게 브리핑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시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실무 교육이다.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대국 외교관과 외교 현안에 대한 회담 내용을 조율하는 것이라든가 조류 독감이 유럽 전역에 대유행한다고 가정하고 유럽연합 회원국의 협조 공문을 작성하라는 등의 내용도 있다. 지난해에는 소말리아 해적 문제가 심각했다. 유럽 차원에서 소말리아 해적 차원의 긴급 대책안을 만들기위해 EU 장관과 외무장관이 각 국의 장관과 긴급 회동을 한다고 전제하고 요약노트를 만들도록도 한 적도 있다. ”

-외교부의 현장 업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실무 교육이 가능한가.

“외교부 선배들로부터 수업 시간에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하고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현직 외교관들과 함께 현안을 풀어가기도 한다. ENA는 현장 인턴십이 필수 과정인데 외교관 지망생들은 17주 동안 해외 공관에 가서 근무한다. 형식적인 근무가 아니라 대사나 공사를 보조하면서 실무 자료를 만들고 이들과 함께 상대국 주요 인사들을 직접 만나거나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한다. 현장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교수진이나 커리큘럼도 학기마다 달라지는게 보통이다.”

-ENA는 외교관 전문 교육기관이 아닌 고위 공무원 배출 기관이다. 외교관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전문 외교 교육만 받는게 더 효율적이지않은가.

“외교관의 업무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정치ㆍ경제ㆍ노동ㆍ과학ㆍ문화ㆍ환경 등 정부의 모든 분야가 외교관이 다뤄야하는 것들이다. 때문에 외교관 전문 교육과 함께 각 부처 업무 영역을 ENA에서 습득하는 것은 졸업후 외교부에서 근무할 때 큰 도움을 준다.”

-외교관에게는 협상 능력도 중요시되는데 이와 관련된 교육은 없는가.

“협상 능력은 상당히 중요한 노하우에 속하는데 사실 협상이라는게 워낙 다양하게 많다보니 이를 위한 교육을 따로 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과거 협상 사례 등에 대한 세미나를 열어 잘 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에 대해 토론을 하는 시간은 자주 갖는다. 또 공무원들이나 기업 임원 등으로부터 외교 협상,노사 협상 등에 대한 경험을 듣고 배우기도 한다.”

-공무원은 인사가 조직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프랑스 외교관의 인사시스템에서 강조하는 것은 뭔가.

"승진은 ENA를 졸업한 학생들끼리의 경쟁이 보통인데 연공 서열이 존재하지만 엘리트를 인정하는 인사를 단행한다. 초반부터 외국어와 현장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선후배 관계없이 바로 요직으로 끌어올린다. 장관의 협상 등에 같이 참여하는 보좌관 등을 거치는게보통이다. 보좌관은 수행만 하는게 아니라 실무에 큰 도움을 준다. 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예컨대 외국에서 대사를 하고도 본부에 실무직으로 발령을 내기도 한다. 대사를 서너번씩 한 뒤에 다시 본부의 차관 밑에 들어가서 국장 등을 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외교관의 경우 인맥과 해당국에 관련된 노하우는 돈주고도 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수아 데스쿠에트 외교부 아태국장은 주한 대사 등 대사를 네 번이나 한 뒤 다시 국장으로 발령을 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NA=1945년 설립된 프랑스 최고의 행정관료 양성 기관. 정ㆍ관ㆍ재계를 이끌어가는 상당수 인재들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60여년동안 자크 시라크 등 대통령 두 명과 총리 7명을 배출했고 현재 에어프랑스ㆍ에어버스ㆍBNP 등 프랑스의 손에 꼽히는 대기업 대표 역시 모두 이 학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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