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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냉장고·구두 디자인한다고?

건축가가 건물이 아니라 냉장고나 의자·립스틱 같은 일반 소비재를 디자인하면 어떤 느낌일까. 회화나 응용미술·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보다 다소 투박하고 딱딱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걱정할지 모른다. 하지만 건축가의 감성을 활용해 때론 실용성을, 때론 균형감을 강조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오히려 대량생산 소비재 디자인을 전업으로 하는 산업디자이너들보다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로 손님을 끌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근래 국내 제품 디자인 분야에도 건축가들의 ‘화려한 외출’이 돋보인다. 돌이나 시멘트 같은 건축자재만으론 예술적 감성을 다 소진하지 못하는 건축가들이 건설·토목 현장이 아닌 제품 생산라인에 나선 것이다.


LG전자의 박광춘 디자인연구소장은 “디자인 업계에서는 건축·순수예술로 제각각 분리된 전문가 영역이 근래 서로 융합하고 있다. 각자의 전문 분야를 살려 대중과 호흡하려는 디자이너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표적 인물이 이탈리아 출신의 알렉산드로 멘디니. 그는 일본의 히로시마 항구, 네덜란드의 흐로닝언 박물관, 스위스의 아로사 카지노 프로젝트를 진행한 세계적 건축가다. 2012년 인천 영종도에 완공 예정인 ‘밀라노 디자인시티’의 설계 작업도 맡았다. 그러다 ‘멘디니 와인 오프너’ 등 각양각색의 생활필수품 디자이너로 이름을 얻더니 급기야 LG전자의 2010년형 김치냉장고를 디자인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말 출시된 이 제품 외벽에는 멘디니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초자 인쇄’ 기법이 적용됐다. 초자 인쇄란 조명 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연출하는 공법이다. 유리에 초자 잉크로 문양을 입힌 뒤 도자기를 굽듯 섭씨 600∼700도로 가열해 잉크가 유리 속으로 스며들도록 한다. LG전자의 마케팅 담당인 이상규 상무는 “멘디니의 디자인은 기하학적이고 입체적인 표현 방식을 이용해 꽃을 자연으로 승화시켰다”고 평했다.

슈에무라의 립스틱 ‘루즈 언리미티드’ 또한 일본의 유명 건축가 캘빈 차오의 디자인이다. 투명한 크리스털 원통 속에 루즈의 컬러가 선명하게 보이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20대 젊은 여성에게 특히 인기다. 차오는 2003년에 패션그룹 인터내셔널이 주관하는 ‘드림위버 건축가 상’을 받았다.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르 알토 또한 건축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나무를 구부리고 휘어 의자에 미학적 요소를 가미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건축가가 신발을 디자인한 경우도 있다. 이라크계 영국인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플라스틱 재질을 이용해 유선형의 구두를 디자인했다. 인체의 선을 따라 흐르는 듯한 유체의 움직임을 표현했다는 평. 캐나다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티파니의 ‘물고기 목걸이’ 같은 보석 디자인으로 이름을 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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