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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키워드로 읽는 과학책 ⑦ 네트워크 과학

갈릴레이 망원경 발명 400년, 다윈 탄생 200년, 과학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남다른 2009년입니다. 근대 과학혁명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중앙일보와 ‘문지문화원 사이’는 과학 교양의 대중화를 위해 ‘10개 키워드로 읽는 과학책’ 시리즈를 매달 연재합니다.

신종 플루(H1N1)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보건당국은 전국민의 약 27%에 해당하는 1336만 명에게 백신을 예방 접종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겨우 4명 중 한 명 꼴인 1336만 명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현재 고위험군의 윤곽은 잡혔지만 세부적 우선순위는 10월 열릴 예방접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네트워크 과학이 이 쉽지 않은 퍼즐을 푸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복잡계 과학으로 푸는 ‘방역 퍼즐’=상황은 다르지만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백신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직 뚜렷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에이즈 백신이 개발됐다고 가정하자. 재료·비용 등의 이유로 전체 인구의 1%만이 백신을 접종 받을 수 있다고 할 때, 누구에게 접종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에이즈는 많은 경우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 따라서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 많은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 카사노바 같은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접종을 하는 것이다. 임의의 사람에게 무작위적으로 접종하는 것보다 당연히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카사노바를 어떻게 알아낼까. 프라이버시 때문에 개개인에게 카사노바인지를 직접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다행히 최근 “모든 것은 모든 것과 연결돼 있다”라는 개념 하에 구성성분 사이의 연결관계를 통해 전체시스템을 이해하려는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이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도 친구가 많은 카사노바를 간접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됐다. 2003년 12월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슐로모 하블린이 이끄는 그룹이 물리학계 최고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에 발표해 학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친구치료(acquaintance immunization)’라는 방법이다. 임의로 사람을 골라 그에게 백신을 주면서, 그 사람 대신 그의 ‘섹스 파트너’ 중 한 사람에게 백신을 주사하라고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면 섹스 파트너가 많아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카사노바가 자연스럽게 치료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카사노바에게 백신이 효율적으로 전달되는 셈이다. 이렇듯 네트워크 과학을 이용하면 효율적으로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질병 확산 방지 ‘허브’를 찾아라=신종 플루의 경우는 어떠할까. 신종 플루는 카사노바를 통해 전달되지는 않지만 활동이 많고 여러 사람과 접촉하는 허브가 감염되었을 때 그 전파력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클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통신과 교통시설의 발달로 개개인의 평균 이동거리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세계적인 항공망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인 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의 경우는 그 전파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지만 1차 세계대전 중 대량으로 수송된 군인들에 의해 전세계로 전파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누구나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 어느 곳으로든 거의 하루 안에 이동이 가능한 글로벌 시대다. 요즘 시대엔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환자수와 감염지역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물론 전염병 확산을 막을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그룹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각 도시별 항공편수와 승객수의 통계분석을 통해 사스(SARS)와 신종 플루의 전염지역 및 환자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격리치료·휴교·여행제한 등의 각 전략이 전염병 전파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했다.

스웨덴의 인구분포와 이동량에 근거한 연구에선 여행지역 제한조치를 내릴 경우 반경 50㎞ 이내만 여행하도록 제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대인 접촉과 활동량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IT강국답게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개개인의 거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로 시시각각 저장되고 있다.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러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선정하고, 그 지역을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을 선택해 백신을 접종할 수 있지 않을까. 신종 플루의 확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을 고민할 때다.

정하웅 KAIST 물리학과 교수


효모의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

효모의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복잡계 그림으로 전환했다. 단백질은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동그란 알갱이가 개별 단백질이다. 개별 단백질이 선별적으로 뭉치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연결선으로 표현했다. 실험 결과 많은 수의 연결을 갖는 단백질일수록 세포의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림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단백질을 제거하면 세포가 죽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다른 단백질과 많이 연결돼 있다. 초록색 단백질은 네트워크의 수가 많지 않아 떼어내도 세포가 생존하는 경우다. 오렌지색 단백질을 제거하면 세포가 성장장애를 보였다. 노란색은 미확인.

*2001년 ‘네이처’(411호) 게재 논문에 실린 그림. 필자인 정하웅 교수와 책 『링크』로 잘 알려진 바라바시 교수 등이 함께 쓴 논문.



필자가 직접 강연합니다

여섯 번째 과학 키워드 ‘복잡계 네트워크’를 주제로 필자 정하웅 교수가 강연합니다. 강연은 26일(토) 오후 5시 서울 동교동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열립니다. 홈페이지(www.saii.or.kr)에서 신청하시면 무료로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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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