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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40주년 기념 시선집 펴낸 문정희 시인



알몸·유방·항문 같은 단어들은 예사다. ‘다시 남자를 위하여’ 같은 시에서, 부실한 요즘 남자들은 뭔가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이라며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키 큰 남자를 보면/가만히 팔 걸고 싶다” 정도의 표현도 약과다. 시인은 몸 안의 러브호텔을 “자주 드나든다”고 고백하고(‘러브호텔’), ‘풍선 노래’에서는 “부드럽고 탱탱한 살결/주물러 터뜨려줘”라며 사뭇 노골적이다.

“경험한 삶의 고통·아름다움 나누고 싶어”



여성의 사랑과 욕망, 여성 억압적인 사회 현실 등에 대해 거침 없는 시어로 선명한 목소리를 내온 문정희(62·사진) 시인이 등단 4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시선집 『지금 장미를 따라』(뿔)를 최근 펴냈다. 1973년 낸 첫 시집 『문정희 시집』부터 2007년 출간한 『나는 문이다』까지 10권 시집에서 추린 130여 편을 담았다. 앞서 언급한 시편들은 모두 이번 선집에 포함된 것들이다.



21일 문씨는 빨간 우산을 받쳐들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관능적인 시편들이 많은 것 같다”고 묻자 문씨는 “한국 문학에 진정한 관능은 없는 것 같다. 내 시가 그런 걸 건드렸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대단히 기쁜 일”이라고 답했다.



문씨는 “몸을 지닌 인간에게 관능처럼 살아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씨의 시에서 관능은 단순히 욕망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생명 속의 관능은 아름다움의 탄생에 관여하고 그 비의(秘義)를 드러내는 예술의 핵(核)”이라고 말했다. ‘미학적 관능’이라고나 할까.



문씨는 그러면서 “내 시를 관능으로만 몰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시의 레토릭(수사)이 두드러진 바람에 저항적인 측면이 약해보여서 그렇지 자신은 당대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왔다는 것이다.



일례로 문씨의 두 번째 시집인 『새떼』(1974년)에서는 6편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당국에 의해 삭제 처분 받기도 했다. 여성 문제에서든 사회적 이슈에서든 문씨는 주어진 틀을 거부하는 ‘저항형’인 것이다. 문씨가 김남조·허영자 등 이전 세대를 잇는 1970년대의 대표 여성 시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문씨는 “평생 벼랑 끝에서 굴러 떨어지는 심정으로 시를 써왔다”고 말했다. 또 “2년 동안 매달렸어도 마음에 들지 않은 시가 있는가 하면 2시간 만에 쓴 시가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시 쓰는 어떤 비결도 없다”는 것이다. 시 쓰는 이유를 물었다. “내가 경험한 삶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언어를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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