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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 ‘시나리오 경영’으로 넘는다

최태원 회장이 1월 8일 SK그룹 전 계열사에 방영된 사내 방송 프로그램 ‘2009년 구성원과의 대화’ 를 통해 ‘대마불사 신화, 더 이상은 없다’라는 주제로 직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스피드’‘유연성’‘실행력’ 을 강조했다.
“폭풍우 속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 플래닝 체제’를 갖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 초 경영화두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제시했다. 이는 여러 불확실한 환경들을 시나리오별로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맞게 대응책을 마련하는 경영기법이다. 이미 최 회장은 지난해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 때 적절히 대처해 위기관리를 한 경험이 있었다. 이 때문에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올해에는 연초부터 시나리오 플래닝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이 미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신용경색 확대와 자산가격 급락, 환율 급변 등으로 심화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본격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한 것은 2007년 11월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동향을 파악하던 SK경영경제연구소가 당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위험을 알리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SK경영경제연구소는 2007년 11월 한 달 동안에만 ‘부채담보부채권(CDO) 현황과 글로벌 금융리스크’(1일),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 점검’(22일),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 점검 및 시사점’(28일) 등 3건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각 단계별 대응방안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최 회장은 각 계열사에 시나리오 플래닝에 맞춰 환리스크 방안을 즉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SK에너지의 경우 매출채권 조기 결제 등 일부 장기차입금에 대한 환 헤지에 나서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 실제로 SK에너지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지난해 3분기 급격한 원화 약세 탓에 5000억원 이상의 환 차손을 볼 처지였다. 하지만 최 회장의 지시에 따른 환 헤지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SK그룹의 순발력은 올 들어 더욱 빛을 발했다. 예년처럼 연간 경영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춰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1~2개월 단위의 초단기 경영계획을 세워 대처해 오고 있다. 최 회장도 “지금처럼 대내외 변수의 변화가 빠른 때에는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는 식의 경영보다 그때 그때 상황별 대응 전략을 짜서 위기에 맞서는 시나리오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이 택한 위기경영은 흔히 사용하는 ‘무조건 안 하고, 줄이는 식’이 아니라 ‘고통은 분담하되 할 것은 하는 방식’으로 요약된다. 즉 위기극복은 물론 수출비중의 증가 등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식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의 생존 뿐만 아니라 위기 이후의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까지 모두 담고 있다. ▶늘릴 것은 늘린다▶고통은 위에서부터 분담한다▶본원적 경쟁력은 확보한다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미래의 핵심 경쟁력은 인재확보와 기술개발에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고 늘렸다. 보수적 생존경영에서 미래를 위한 핵심투자는 줄이지 않고 늘린 것이다. SK그룹의 올해 연구개발 규모는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1조3000억원)다.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도록 2012년까지 연구개발 분야에만 5조7000억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중기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강한 기업문화’를 손꼽는다. 대표적인 것이 4월 8일 경기도 용인 SK아카데미에서 있었던 ‘SK 한마음 한뜻 대선언’이다. 최 회장을 비롯해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김신배 SK C&C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SK그룹 주요 계열사 노조위원장, 구성원 대표 등 2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고통을 분담하는 대신 고용안정에 노력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SK그룹은 이 같은 노력으로 올해 상반기에 모두 41조9700억원의 매출과 2조5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47조5600억원)과 영업이익(2조7400억원)에 비해 줄기는 했지만 환율과 유가 등 경제환경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문병주 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적극적

SK그룹은 경제위기 극복 전략을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기업의 자립기반 마련 확충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연초에 연봉의 10~20%를 반납해 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다. 이를 이용해 ‘SK 상생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차원에서 마련한 것으로 총 1800명의 인턴을 선발한다. 이들은 SK연수원에서 2주 과정의 직무교육을 받고 이후 SK에너지·SK텔레콤 등 그룹 내 주요 협력업체에서 10주간 인턴으로 근무한다.

SK그룹 임직원으로 구성된 전문영역 자원봉사단 ‘SK 프로보노’.

SK그룹은 6월에는 IBK기업은행과 공동으로 각각 6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해 경제 위기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상생펀드’도 조성키로 했다. 자금이 필요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

또 사회책임경영(CSR)의 일환으로 SK그룹은 지난달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한 기업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그룹 내에 사회적 기업 육성·지원을 위한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는 관계사 협의체를 설치한다. 올해부터 2011년까지 약 5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운영해온 ‘사회적 기업 컨설팅 봉사단’을 그룹 차원의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이달 8일 ‘SK 프로보노’를 발족했다. ‘SK 프로보노’는 일반적인 자원봉사단과 달리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자격을 갖추고 있는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를 지원하는 전문 자원봉사단인 셈이다.

권오용 SK브랜드관리부문장은 “SK는 올 들어 위기 극복을 위한 생존경영에 매진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 중소협력업체 지원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적극적으로 실천했다”며 “‘나 홀로 생존’이 아닌 ‘다같이 생존’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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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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