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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유엔 안보리 의장’ 오바마의 숙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마 이번 주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환대받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정부 때는 존 볼턴 당시 유엔 대사가 “유엔 본부 건물의 (최고위 관리 집무실들이 밀집한) 상부 10개 층이 없어져도 세상이 달라질 건 없다”며 유엔을 무시한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은 부시 정부가 외면했던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사국으로 참여키로 결정했다. 전 정부가 무시해온 국제형사재판소 활동에도 찬사를 보냈다.

그렇지만 북한·이란 문제 등을 처리하는 데 오바마가 유엔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엔 안보리는 그간 핵문제·인권 등 껄끄러운 사안의 처리엔 서툴렀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안보리 의장 역할을 하게 될 오바마는 머지않아 그가 유엔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미소를 짓고 악수를 하는 것이란 점을 배우게 될 터다.

안보리는 사실 세계 안보를 효과적으로 다루기에 부적합한 조직이다. ‘국제 평화와 안전 보장’의 임무를 위임받았지만 강대국 간 이해를 조정하는 데 그칠 뿐이다. 1990년대 초반 논란이 분분했던 발칸반도에서의 평화유지군 활동, 허점투성이인 이라크 제재, 북핵 통제 실패 등을 들어 유엔이 없는 것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안보리의 역할을 간과해선 안 된다. 안보리는 열강들이 협상의 습관을 들이는 장이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러시아·중국과 끊임없이 협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보리의 지지부진함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수단·콩고·이란 사태에서 안보리가 내린 모호한 결정들로 인해 강대국들이 사태 해결에 나서도록 했다. 안보리는 때로 강대국이 수치스러운 국면을 모면하도록 돕는다. 99년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분리, 독립하려고 할 때 세르비아 측 동맹국인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안 협상과정에서 겨우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따라서 오바마는 유엔의 존폐를 놓고 국제 현안의 해결을 압박해선 안 된다. 부시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이라크 문제 해결만이 유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제연맹’의 전철을 밟지 않을 기회”라며 유엔의 이라크전 개입을 압박했지만 역풍만 불러왔었다. 부시 식의 일방주의적 외교를 지양하는 오바마는 현재 유엔에 명시적인 호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결국 부시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 안보리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저항한다. 핵 확산에 대한 안보리 멤버들의 이해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러시아가 그루지야·우크라이나 문제로 다시금 안보리를 마비 상태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는 안보리 의장으로서 미국이 유엔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음을 천명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적당히 빠져나갈 구멍도 찾아놓아야 할 것이다.

데이비드 보스코 아메리칸대 교수·국제정치
정리=이충형 기자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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