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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즐거운 가위’

‘즐거운 가위’ 중-정용화(1961~ )


 세월에 밀리고 유행에 뒤처지지만

가위질만큼은 엿장수 맘대로다

찰그락 찰그락 소리에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고

검버섯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하다

이제 막 익어가는 열매는 단맛을 더해가고

저물어가던 노을이 벌써 얼큰하다

타고난 성품 탓일까

자르려는 속성도 잃어버리고

날카로움마저 다 버린 듯

세상을 살면서

잘라내고 오려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오늘도 거리에서 춤추는 가위가 있다



자르고 오리는 것이 가위. 그 쓰임새를 잃어버려 오히려 즐거운 가위가 있다. 막걸리 장단에 맞춰 종일 신명 나는 가위 있어 장터는 흥정보다 축제의 장. 어느 동네나 회사, 군대에도 이런 엿장수 가위 같은 ‘고문관’ 한 명쯤 있어 조직의 삶 팍팍하지 않았는데….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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