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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넘어 선진금융 향해 뛴다

금융위기로 비실대던 국내 금융회사들이 체력을 부쩍 회복했다. 아직 날아오르진 못해도 도움닫기를 할 정도는 됐다. 돈줄이 마르자 정부와 한국은행에 손을 벌리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위기에 취약했던 은행들은 내실 다지기로 원기를 회복해 본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설 태세다.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괜찮았던 증권·자산운용사들은 금융위기로 미뤄뒀던 해외진출에 속속 나서고 있다.


◆내실 다지는 은행들=지난해 미국발 ‘금융 쓰나미’에 놀란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은행들에 자본금 수혈에 나섰다. 그러나 실제 수혈된 자금은 3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일부 은행은 지원받은 자금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자본확충펀드가 남아도는 판이니 어렵사리 국회 동의를 받아 만든 금융안정기금도 개점휴업 상태다. 은행들이 기력을 회복한 덕분이다.

은행들의 체력이 좋아졌다는 건 주가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국민은행을 자회사로 둔 KB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2만10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지금은 6만원대로 올라섰다.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주가도 금융위기 이후의 저점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2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의 3.8배에 달한다. 문제가 됐던 은행의 경영 건전성도 증자 등을 통해 몰라보게 좋아졌다. 수익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개선될 전망이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NIM은 2분기까지 나빠졌지만 3분기엔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자에겐 나쁜 소식이지만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제한 예대마진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 조병문 상무는 “연초에 우려했던 은행의 부실 우려는 소멸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불안한 구석도 있다. 6월 말 현재 1.5%인 부실채권 비율을 연말까지 1%로 낮춰야 하는 것도 은행으로선 부담이다. 실적이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가계·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지는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좋아졌는데도 펀드 판매는 예전같지 않다. 은행들이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신한은행이 일본 자회사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중국·동남아·중앙아시아 등지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자산운용 “해외로”=천수답 경영. 국내 증권사에 붙어다니는 꼬리표다. 추수기(주식시장의 호황)엔 실컷 먹지만 보릿고개(주식시장 불황) 땐 어김없이 배를 곯는 행태가 좀처럼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을 계기로 대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해외 텃밭 다지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의욕만큼은 세계 유명 투자은행(IB) 못지않다.

한국 금융투자업계가 해외 IB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 도입으로 그동안 발목 잡아왔던 각종 제약이 없어지자 과감히 해외 주요 시장에 뛰어들며 전면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특히 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겨낸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해외로 진출,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공을 들이는 지역은 홍콩이다. 금융위기로 영향을 받았지만 홍콩은 여전히 세계 IB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금융허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기존 홍콩법인의 인력을 보강해 IB 전문 증권사로 새롭게 확대 개편했다. 이 회사는 홍콩 IB사업을 조기에 정착시켜 3년 내에 현지 2위 그룹에 진입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중국·싱가포르·대만·인도 등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 거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증권 등도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IB 영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은 지난 19일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미래에셋과 삼성투신운용에 이어 세 번째로 홍콩법인을 설립했다. 또 동양종금증권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도쿄에 사무소를 열었고, 우리투자증권은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비엔비엣증권’을 인수해 영토확대에 나섰다.

◆안정 찾은 보험=지난 1년간 보험사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확충한 자금은 1조8000억원에 이른다. 발 빠른 대응 덕에 국내 보험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대체로 선방했다.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평균 200%가 넘는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 라인은 150%였다.

보험 해약도 주춤하고 있고, 신규 계약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기로 상장을 미뤘던 동양생명은 다음 달 8일 생명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고비를 넘어서는 데는 통합보험과 실손형 의료보험을 중심으로 한 보장성 보험 판매가 큰 몫을 했다. 생보사에선 통합보험이 특히 인기를 모았다. 따로따로 가입해야 했던 보험을 한데 묶어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보험료는 낮추는 효과를 낸 것이 주효했다.

실손보험 ‘절판 마케팅’의 덕을 톡톡히 본 손해보험사들은 새로운 보장성 보험의 영역을 개척해 가고 있다. ‘집 보험’에 이어 ‘상가 보험’ 등이 출시됐다.

김준현·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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