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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거짓말

새들도 거짓말을 한다. 적이 나타나면 시끄러운 경고음을 내 다른 새들에게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는 ‘파수꾼’ 새 얘기다. 무리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는 걸로 널리 알려진 이들의 숨은 면모를 동물학자 찰스 먼이 밝혀냈다. 여러 종의 새들이 뒤섞여 사는 아마존 열대 우림에선 파수꾼 새가 종종 거짓 경고음을 낸다는 거다. 이들은 적이 오는 줄 알고 다른 새들이 꽁지 빠지게 달아난 틈에 유유히 먹이를 챙겨 제 새끼들 배를 불린다고 한다. 반딧불이의 일종인 포투리스 암컷은 불빛으로 상대를 속인다. 다른 종류 반딧불이인 포티누스 암컷의 불빛을 흉내 내 거짓 사랑의 신호를 보낸 뒤 수컷이 오면 날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로 사람에 비길 순 없다. 후기 진화 단계에 인간의 대뇌가 급격히 커진 건 거짓말을 하는 능력과 그걸 알아채려는 능력이 경쟁적으로 발달해서란 설도 있다. 여하튼 남녀노소 누구나 매일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며 산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영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남자는 하루 여섯 번, 여자는 세 번씩 거짓말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게 마지막 잔이야” “휴대 전화 배터리가 나갔었어”가 남자들의 단골 메뉴인 반면 여자들은 “새로 산 거 아니라 원래 있던 거야” “세일해서 샀어”를 애용한다나. 남자는 “사랑해”, 여자는 “(성관계 후)좋았어”란 거짓말을 제일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도 있다.



인류 중에도 거짓말의 최고 달인은 정치인들 아닐까. 진실보단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걸 당연시하니 하는 소리다. 막대한 재정 적자는 아랑곳없이 “내 말 믿어주세요. 세금 절대 안 올려요(Read my lips. No new taxes)”란 거짓말로 1988년 대선을 승리로 이끈 조지 H W 부시가 좋은 예다. 연방 터지는 섹스 스캔들을 교묘한 말 속임으로 피해 나간 후임 빌 클린턴도 만만치 않고 말이다.



그래서 어쩌다 진심을 밝혀도 양치기 소년 꼴이 되기 십상이다. 누가 봐도 문제투성이인 건강보험을 고치겠다고 나섰다 거짓말쟁이로 내몰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렇다. 서민 출신이라 서민을 위한 중도실용 노선을 걷겠다는데 사기꾼 소리를 듣는 우리 대통령 역시 내심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옛말에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순 없는 법”이라 했으니 좀 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신예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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