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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82> 육사 생도 생활 50개월

육군사관학교는 육군 정예 장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대학입니다. 생도들은 학과교육과 함께 장교로 성장하기 위한 군사교육과 훈련을 받습니다. 그래야 진짜 군인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46년 설립된 육사는 올 2월 65기 생도를 배출했습니다. 그리고 18대1(여자 37.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새로 69기 생도들이 입학했습니다. 군사교육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입학식 전부터 시작되는 6주간의 기초군사훈련과 군사 이론교육, 하기군사훈련, 동기군사교육이 있습니다. 군사훈련에서도 학점을 따야 하기 때문에 일반 대학보다 많은 192학점을 이수해야 합니다. 육사 생도들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고3 겨울’부터 훈련 시작 … 총 20발 쏘면 18발 명중, 모두가 특등사수

정용수 기자





동계훈련 못 버틴 예비 생도 매년 10여 명 ‘자퇴’



“억센 엠 에이(M.A)!”



지난달 12일 경기도 광주 메산리 특전교육단에서 육사 2학년 생도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앞줄에서 둘째가 연선옥 인턴기자. [엄지 인턴기자]
육군사관학교의 응원 구호다. 한글과 영어를 조합한 ‘억세고 강한 육사(Military Academy)’라는 뜻이다. 육사 생도 생활은 50개월 동안 예비 육군장교로서 ‘억센 엠 에이’에 걸맞은 담금질 과정이다.



우선 육사에 합격한 예비 생도들은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기도 전인 1∼2월 거친 훈련에 들어간다. 짐승(beast)처럼 혹독하게 훈련을 시킨다는 뜻에서 ‘비스트 코스’라고도 불린다. 이 과정을 견뎌내야 정식 생도가 될 수 있다.



추운 겨울에 5주간 진행되는 기초군사훈련은 직각 식사와 직각 보행으로 유명하다. 제식훈련을 비롯해 ‘각 잡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선 얼어붙은 땅 위를 ‘빡빡’ 기어야만 한다. 현역 군인들도 혀를 내두르는 화생방 교육을 위해 ‘가스실’에도 들어가야 한다. 총검술·사격·각개전투·행군 등 일반인들을 단기간에 진짜 군인으로 만드는 훈련소 과정을 입교 전에 똑같이 경험한다. 대학 진학을 위해 책상에만 앉았던 예비 생도들에겐 지옥이나 다름없는 기간이다. 합격자 240명(여자 24명 포함) 중 예비생도의 5%가량은 이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1학년 과정도 엄혹하다.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생활하는 건 기본이다. 사관학교 출신의 한 장교는 “기초가 튼튼해야 건물을 높고 안정적으로 지을 수 있듯이 1학년 생도 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평생의 군 생활을 가늠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1학년 생도들에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유가 없다. 국방장관후보자에 지명 된 김태영 합참의장도 생도 시절 모래주머니를 차고 체력을 다졌다고 한다. 덕분에 지금도 20㎞ 이상의 구보도 거뜬히 해낸다. 군기도 바짝 들어가는 시기다. 대우 받으며 공부하던 고 3시절은 꿈만 같다. 선배 생도들에게 깍듯이 경례를 해야 하고 식당 등 각 건물에서 선배들이 들어갈 때까지 문이 닫히지 않도록 잡는 것도 1학년 생도의 몫이다.



여름엔 3박4일 국토순례, 7주 훈련 …

방학은 4주뿐




일반 대학생들의 방학은 여름·겨울을 합쳐 20주이지만 생도들에겐 여름 4주, 겨울 3주 등 1년에 7주간의 방학이 주어진다. 특히 여름 방학은 지옥의 시간이다. 제주도(1학년), 울릉도·독도(2학년), 백령도(3학년) 등 3박4일의 국토순례를 마치고 학년별로 6~7주간의 하계 군사훈련에 돌입한다. 이때는 학년에 예외 없이 모두들 입에 ‘단내’를 달고 산다.



1학년의 경우 육군훈련소에서 개인화기(사격)와 전술 기초를 익히고, 40㎞의 철야행군을 한다. 4주차부터는 분대와 소대급의 편제화기 조작 능력을 숙달한다. 2학년은 개인화기와 60mm 박격포 등 중대에서 사용하는 무기와 통신장비 사용법을 익힌다.



마지막 3주 동안은 특전교육단에서 공수훈련을 통해 공중침투 능력을 갖춘다. 3학년은 소대장으로서 갖춰야 할 공격과 방어 전술을 익힌다. 참호격투, 산악종합행군, 60㎞ 행군도 한다. 4학년은 중대·대대 전술을 숙지하고, 실전과 같은 전투훈련을 실시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큰 단위의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실력을 쌓게 되는 것이다.



남자 생도 1.5km 6분8초에 뛰고 푸시업 2분에 64회 해야



육사 생도들이 소위로 임관하기 위해선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매년 5월 실시하는 체력검정에서 1등급을 받아야 한다. 1등급이 되려면 1.5㎞를 6분8초(여자 생도는 7분59초) 안에 주파해야 한다.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도 2분 동안 각각 74회(여생도 59회), 64회(여생도 31회) 이상 해야 한다.



생도들은 학기 중에도 매주 6시간씩 체력 단련(체육) 시간이 편성돼 있다. ▶1학년은 태권도 4시간, 일반체육 2시간, ▶2~4학년은 무도, 일반체육 등 6시간이다. 매주 금요일은 학년에 관계없이 단독 또는 완전군장을 하고 3~10㎞를 구보한다.



태권도·유도·검도·합기도 가운데 1단 이상의 무술실력을 갖춰야 하는 것도 화랑의 자격 요건이다. 사격은 더 중요하다. 100m, 200m, 250m 거리에서 교대로 올라오는 표적을 20발 중 18발 이상 맞혀야 한다. 이 정도면 명사수로 불리는 특등사수 수준이다.



영어·컴퓨터 공인시험 ‘커트라인’ 통과해야 졸업



이와 함께 지적 능력 함양도 육사 생도들이 갖춰야 할 요소다. 이를 위해 군사 학사는 필수이며, 문학·공학·이학 학사 중 하나를 선택해 이수해야 한다. 또 영어 텝스(TEPS) 600점 이상,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주최 컴퓨터 활용평가능력 시험 중급 이상의 자격을 취득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현재 육사에서는 여생도 88명을 포함해 전체 870명이 장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연선옥 인턴기자의 육사 공수훈련 체험

“충성! 신고합니다. 209번 연선옥은 육군사관학교 공수훈련 취재를 명 받았습니다.”




지난달 5일 경기도 광주 메산리 특전교육단. 육사 68기 생도(2학년) 206명이 공수 훈련을 받고 있는 곳을 기자가 찾았다. 같은 또래 대학생들이 산과 바다를 찾아 피서를 즐기는 사이, 육사 2학년 생도들은 3주간, 말 그대로 ‘지옥훈련’을 받았다. 1차 기초훈련(1박2일)과 2차 강하 훈련을 체험한 취재기를 소개한다.



30도 폭염 속 3주 지옥훈련 … 생도들 발톱 빠져



“착지 준비, 뛰어!” 교관의 구령이 떨어지자 생도들은 1m 높이의 허공에서 모래판으로 뛰어내린다. 착지 동작은 550m 상공에서 낙하해 지면에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한 기술이다. 생도들은 착지 동작을 800번 정도 반복한다.



교관의 구령에 맞춰 기자도 모래판으로 뛰어내렸다. 콧속과 입, 귀에도 굵은 모래알이 서걱거렸다. “209번! 실전에서 그렇게 떨어지면 다리 부러진다.” 착지 도중 허리를 구부리거나 발을 모으지 않으면 어김없이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얼굴에서 흰색 땀이 뚝뚝 떨어졌다.



오전 훈련이 끝나고 점심시간. 반찬과 국이 전부 소금탕이다. 생도들은 ‘공수밥’이라고 부른다. 훈련 중 염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소금을 많이 넣어 짜게 조리한다고 한다. 오후 훈련은 더위와의 싸움이다.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지열을 견뎌내는 것만도 고역이었다. 거기에 3.5㎏의 하니스(낙하산 장비)와 5㎏의 예비 낙하산을 착용했다.



하니스 착용이 늦어지자 교관이 소리쳤다. “내 몸의 안위를 생각하면 어떻게 훈련을 받습니까! 수돗가 돌아 단상까지 선착순 20명! 1분 준다!” 생도들은 악을 쓰며 달렸다.



오후 5시. 훈련을 끝낸 생도들은 막사로 들어갔다. 취침(10시) 전 자유시간엔 손톱에 긁혀 나오는 땀 때를 벗기고, 부은 다리에 파스를 듬뿍 발랐다. “생도 중에 원래 자기 발톱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김민지(20) 생도의 말이다. 기자의 발도 난생 처음 신은 전투화 때문에 상처투성이였다. 양 뒤꿈치 살이 움푹 패고, 피딱지가 앉은 발톱은 간신히 붙어 있다. 김민지 생도의 새끼발톱도 까맣게 죽어 있었다. 나머지 발톱들은 새로 난 것이라고 했다.



공포의 PT체조 … 열외는 훈련 해방 아닌 불명예



이튿날.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PT(체력단련)체조’ 시간이다. 1번에서 10번까지 10가지 동작으로 구성된 기초 체력단련 체조는 생도들에겐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이다. 앞줄에 서있던 주소현(20) 생도가 반복되는 체조에 지쳐 잠깐 몸을 기우뚱하더니 이내 허리를 움켜잡았다. 그러자 “힘들어? 열외!”라는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열외’는 생도들에게 불명예다. 주 생도 역시 후들거리는 다리에 다시 힘을 줘 꼿꼿이 서며 이를 악물었다.땀방울이 뒤섞인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550m 상공서 뛰어내린 생도들 “땀·눈물 아깝지 않다”



2차 훈련은 8월 12일 이뤄졌다. ‘막 타워’라고 불리는 4층 높이의 모형탑에서 뛰어내리는 강하 훈련이다. 모형탑에서 뛰어내릴 때 느끼는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 수십 번 반복훈련을 하며 낙하산 산개(散開) 동작, 예비 낙하산 사용 방법도 익힌다.



모형탑의 높이는 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는 11m. 예비 낙하산에 얹은 손이 덜덜 떨리고,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망설임 끝에 모형문 밖으로 몸을 던졌지만 그동안 연습한 착지동작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철컥!’ 어깨에 걸린 라이자가 와이어를 따라 40여m를 미끄러졌다. 속이 울렁거리고 귀가 먹먹했다. 땅에 닿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모형탑에서 뛰어내리기 전 생도들은 우렁차게 자기 번호를 외치고 차례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어 “1만, 2만, 3만, 4만”을 외친다. 낙하산이 펴지는 시간이 평균 4초이지만 ‘초’대신 ‘만’이란 수셈을 복창하는 게 오랜 관습이란다.



공수 훈련의 클라이맥스는 셋째 주. CH-47 시누크 헬기에 탑승하여 낙하산을 타고 550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실전 낙하훈련이다. 이것을 해내야 3주간의 공수훈련이 끝난다. 훈련을 마친 김민지 생도는 “최고였다. 그간 흘린 눈물과 땀이 아깝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 훈련과정을 수료한 생도들에게는 교관이 직접 왼쪽 가슴에 공수윙(한가운데 별과 낙하산 모양이 있고 양 옆으로 펼쳐진 날개 문양이 새겨진 주물로 된 배지)을 달아준다. 3주간의 땀과 눈물이 담긴 배지다.



연선옥 인턴기자 sunokeffec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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