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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한·미 큰 인물들의 빈자리

워싱턴을 방문한 서울 손님으로부터 “한국에선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원로들의 건강이 술자리 화제”라고 들었다. “어떤 역술인이 올해 별 다섯 개가 떨어진다고 했다던데…”라는 식의 걱정도 나오는 모양이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에 이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까지 잃은 슬픔이 이런 우려를 낳았을 게다.

미국도 지난주는 애도주간이었다. 별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줄줄이 이어졌다. 여름 휴회를 마친 미 의회는 ‘리버럴의 희망’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을 위해 고개를 숙였다. LA에선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안장식이 있었다. 뉴욕에서 열린 ‘뉴스의 거목’ 월터 크롱카이트 추모 행사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달려갔다.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사랑을 받은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케네디는 1000개가 넘는 자신의 법안에 진보적 신념을 담았다. 잭슨은 흑인과 백인의 음악을 뒤섞고, 독창적 퍼포먼스와 혁신 기법을 팝 음악에 도입했다.

1962년부터 20년간 CBS 앵커였던 크롱카이트는 객관적 뉴스 진행으로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사람’이란 평을 받았다. ‘뉴스를 만들지 않고, 보도할 뿐이다. 기자는 자기 관점은 물론 누구의 관점으로도 보도해선 안 된다’는 기본 자세에 충실했다. 9일 크롱카이트 추모 행사장에서 CBS 최고경영자 레슬리 문베스는 “고인이 강조한 것을 오늘날 미디어 업계에서 실천에 옮기는 사람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고 탄식했다.

사실의 정확한 전달은 기자의 본분인데도 크롱카이트에게 찬사가 집중된다면 현재 미국의 방송과 언론에 뭔가 갈증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얼마 전 시사주간지 타임은 ‘존 스튜어트가 가장 신뢰받는 방송인’이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존 스튜어트는 케이블 TV의 정치풍자 코미디 프로그램 ‘데일리 쇼’를 진행하는 코미디언이다. 그를 ‘크롱카이트 이후 최고의 방송인’이라고 치켜세우는 인터넷 댓글이 홍수를 이룬다. 이는 기존 방송인들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탓도 있다. 보수 성향의 폭스TV는 9일 오바마의 건강보험 의회연설 시간에 오락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생중계는 외면해 놓고, 연설이 끝나자 “알맹이 없는 연설”이라며 밤새도록 비난을 퍼부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선 폭스TV의 공정성을 놓고 공방전이 뜨겁다.

어느 나라든 큰 인물이 세상을 뜨면 빈자리가 커다랗게 부각되는 법이다. 생전의 그에 대한 호오(好惡)를 떠나 범국민적 추모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비슷하다. 문제는 빈자리를 대하는 산 자들의 자세다. 우리처럼 전직 대통령의 빈자리를 고만고만한 정치인들이 서로 메워보겠다고 달려들든, 미국처럼 정통 방송인이 남긴 자리를 코미디언이 차지하든, 그 사회 인물군(群)의 총체적인 역량과 절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깜냥도 미치지 못하면서 거목의 빈자리를 넘보기에 급급하기보다 원래 자기 자리를 착실히 다지는 자세가 더 나아 보인다. 어차피 미국이든 한국이든 진짜 큰 인물은 지금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다시 쑥쑥 자라고 있을 테니까.

최상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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