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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는 눈속임 … 행복지수 만들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파리 소르본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각국의 경제·사회적 발전 정도를 보여줄수 있는 새로운 통계적 지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파리 AFP=연합뉴스]


국가의 경제 수준을 측정하는 경제 지표로 ‘국내총생산(GDP)’ 대신 ‘행복지수’를 활용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금융위기 1주년을 맞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현재의 GDP는 실제 경제 발전 정도를 나타내지 못하는 눈속임 지표에 불과하며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르코지 “G20서 공론화를”



GDP는 한 국가의 경제 활동을 살펴보는 지표로 폭넓게 활용돼 왔으나 경제 활동의 양을 단순히 계산해 환경 악화 등 경제적 외부 효과나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삶의 질과 지속 가능한 발전 등을 감안한 행복지수로 경제를 살펴보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GDP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를 만들자는 주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체계적인 연구를 통한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연구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다. 그는 지난해 2월 사르코지 대통령이 의뢰한 ‘새 경제발전 지표 개발 프로젝트’를 맡아 위원회를 구성했다. 1년6개월의 연구 끝에 최근 사르코지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기존의 GDP 계산법에 삶의 질과 지속 가능 발전 부문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삶의 질 항목에는 휴가 일수와 평균 기대 수명, 의료 서비스 수준 등이 포함됐으며 지속 가능 발전 부문에는 환경 보호 수준 등이 주요한 지표로 들어갔다. 특히 웰빙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생산보다 소득과 소비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국제사회에서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행복지수를 경제 지표에 반영하자는 의견에 대해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기존의 GDP는 가족 문제나 어린이 및 노인 문제 등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며 “이 제안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포괄적”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도 “지난 25년 동안 세계의 GDP는 두 배로 커졌지만 에코 시스템은 60%나 뒷걸음질쳤다”며 새로운 경제 지표의 도입 필요성을 인정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2010년 안에 새로운 경제 발전도 측정 지표를 내놓겠다”고 밝히는 등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문제는 삶의 질이나 행복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지표를 찾는 데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 피사니 페리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구체화할 마법 같은 지표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 에르베 로렌지 교수도 “이런 논의는 여러 번 있었지만 행복을 계량화하는 지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 논란=새로운 경제 지표를 만들자는 제안이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제안의 이면에는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휴가 일수나 기대 수명 등에서 프랑스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세 도입을 비롯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신차 가격을 할인하는 ‘할인-할증제’ 등 적극적인 친환경정책에서도 미국 등에 앞선다. 이 때문에 삶의 질을 감안한 경제 지표의 도입을 통해 프랑스 국내에서 많은 재원이 소요된다고 비판받는 환경정책을 추진할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르코지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비슷한 입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하다. 이번 제안에 대해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럽의 리더로서 입지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의 즉각적인 반응은 이를 뒷받침한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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