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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 3동 반장님 수첩엔 뭐가 들었을까

40년간 한 자리에 서 있는 서울 정릉3동 스카이아파트 전경. 아직도 연탄을 때는 집이 있고, 아파트 앞마당에 장독을 묻을 정도로 옛 살림살이의 흔적이 남은 이 아파트는 그 연륜 덕에 김기덕 감독 영화 ‘빈집’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집안 옷장에 처박혀 있는 속옷 한 장,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경험담도 민속학자의 연구대상이 되는 시대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은 서울 정릉 3동의 민속을 조사한 결과물 『변화, 공감, 소통-정릉 3동 도시민속조사보고서』와 『김정기·조성복의 살림살이』를 발간했다. 다이내믹한 서울에서는 비교적 조용하고 외진 동네. 박물관 연구자 세 명이 그곳 사람들의 종교·생활·살림살이 등을 속속들이 조사하느라 1년을 누볐고, 석달간은 아예 반지하 월세방에 세들어 살았다. 민속학자들은 농촌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도시민속학’이 민속학 분야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민속박물관, 1년간 뛰어 도시민속조사보고서 펴내



제를 지내는 사람들(사진 위), 대학가 순대국밥집 주인 아줌마(사진 아래)의 사연도 정릉3동 도시민속조사보고서에 담겼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수도세·전기세 분배하던 동네 반장=보고서에는 40년 역사를 지닌 정릉 ‘스카이아파트’ 반장수첩이 실렸다. 아직도 연탄을 때는 집이 있고, 아파트 한 동에 계량기가 한 대 뿐인 그곳에서 각종 공과금을 걷는 게 반장의 가장 큰 임무다. 반장수첩에 따르면 1991년 8월분 스카이아파트 3동 상·하수도 요금은 27만 5040원. 26세대가 각각 기본료 2000원에 가족 머릿수별로 2210원씩을 더해 냈다.



김현경 연구원은 “기존의 민속학에서는 등한시하던 청소년, 대학생도 이번에 조사 대상으로 끄집어냈다”고 말했다. 명절이라면 설·추석 밖에 모르고,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을 더 잘 기억하는 젊은이들의 삶 역시 이름 없는 대중의 미시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서다.



대학가에서 밥집을 하며 학생을 상대로 장사를 해온 여사장들의 입을 통해 “국민대를 명문으로 만들 모양인지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다”거나 “옛날에는 선배들이 가방 맡기고도 후배들 술 사줬지만, 지금은 1차에서 딱 끝낸다”는 증언도 남긴다. 자칭 “정도 600년 원토백이”라며 갓 쓰고 시제 지내는 밀양 손씨들부터, “사탕 주고 과자 주니 교회가 좋다”는 어린이까지 정릉 3동의 현재를 그리고 있다. 보고서의 마지막에는 분식집 강아지 ‘예삐’가 특별출연한다.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농촌과 달리 도시에서 애완견이란 가족과 같다”고 설명했다.



◆급속히 사라지는 도시를 기록하라=한국에서 도시민속학이 출발한 건 대략 2006년 말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서울 아현동을 조사한 것이 시초다. (사)문화우리의 예술가들이 사진과 그림으로 사라져가는 아현동의 겉모습을 남기면서 박물관측에 내용을 기록하길 제안했다. 이제는 뉴타운 개발로 헐려버린 아현동 옛 사람들의 모습은 그때 기록한 『아현동 사람들 이야기』와 『김종호·김복순 부부의 물건 이야기』란 두 권의 보고서, 최근 추가로 발간된 4장의 DVD로 남았다. 아현동과 정릉을 모두 연구한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민속이란 결국 사람 이야기”라며 “민속조사라 하면 흔히 농촌이나 과거를 이야기했지만 산업사회 이후 현대인의 삶을 잘 보여주는 도시를 연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도 서울 강남과 가재울의 도시민속을 연구한 보고서를 각각 발간한 바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천진기 과장은 “서울시에서 뉴타운을 설립하기 전 주민 생활의 발자취를 보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도시민속학이 정책적 제안을 하는 역할도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앞으로 울산·목포 등의 도시민속을 조사할 예정이다. 피맛골 등 서울의 도시민속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맡는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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