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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도로 “승용차도 빠르게 다녀야” “대중교통 장려 대책 역행”

‘서울 도심 40~60m 지하에 6개 노선 149㎞의 승용차 전용도로망’ ‘서울 지하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격자형 교통망’.

서울시가 지난달 5일 발표한 지하도로망 건설 계획이다. 11조원(민자 포함)을 들여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한다는 일정이다. 당시 김상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지하도로가 완공되면 서울 전역을 30분대에 이동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안이 발표된 뒤 논란이 일고 있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장려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는 비판에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성 공약이라는 지적도 있다.

논란은 먼저 꼭 만들어야 하느냐는 점이다. 서울대 강승필(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대도시 교통난을 대중교통으로 풀기 위해 도로다이어트까지 하면서 지하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자동차 도로를 만드는 것은 정책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권영종 박사도 “도심까지 오는 지하도로를 만든다면 승용차의 도심 접근을 억제해온 기존 정책과 상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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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해 고인석 서울시 도로기획관은 “지하로 차량을 분산하고 지상에는 버스·자전거 같은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을 확충하겠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통행료를 내고라도 빨리 달릴 수 있는 도로를 원하는 시민이 많다면 이 또한 어느 정도 수요를 충족해줘야 할 의무가 서울시에 있다”고 말했다. 한상주 동일기술연구소 소장도 “대중교통 확충 못지않게 승용차를 이용한 경제 활동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하도로가 빠르고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서울시는 지하도로망이 구축되면 현재 자동차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잠실~상암동 구간을 25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시 배광환 도로계획팀장은 “지상 교통량의 20%가량이 지하로 분산돼 지상 혼잡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지하도로에는 첨단 지능형교통체계(ITS)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강승필 교수는 “지하도로가 제 기능을 하려면 일반도로와 만나는 지점의 지·정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내부순환도로나 서울외곽순환도로만 봐도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강경우(건설교통공학부) 교수는 “승용차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면 지하도로도 단기간에 포화상태에 이르게 돼 서울시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 문제도 논란거리다. 서울산업대 김시곤(철도경영정책학과) 교수는 “지하에서 차량 충돌로 폭발·화재 등 대형사고가 나면 거기서 발생하는 열 때문에 대피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강승필 교수는 “만일 지하도로 양쪽에서 테러라도 발생하면 차량들은 속수무책으로 고립된다”며 “현재 기술로는 이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강경우 교수는 “갈수록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데 노인들이 지하에서 운전하기는 상당히 위험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김영복 도로계획담당관은 “비상대피소와 화재진압시설 등 안전설비를 갖추면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상주 소장도 “각종 비상대책을 세워놓으면 안전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막대한 건설비를 놓고도 말이 많다. 서울시는 기존의 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는 남북 3축 도로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민자로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행 민자사업 규정상 서울시도 사업비의 40%인 4조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국토해양부 이재홍 도로기획관은 “교통 정책의 패러다임이 친환경, 저이산화탄소로 바뀌는 상황에서 그런 거액을 승용차 도로에 투자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논란과 관련, 30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외국의 지하도로는

외국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도의 대규모 지하도로망이 없다. 한두 개 노선, 그것도 일부 구간만을 지하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보스턴의 빅딕이 대표적이다. 보스턴 도심을 관통하는 길이 12㎞에 왕복 8~10차로인 이 도로는 땅 깊숙이 파고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빅(Big)-딕(Dig)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91년 착공해 2007년 말 완공됐다. 종전 도심을 통과하던 고가도로가 낡아 도시 미관을 해치고 교통 정체도 심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하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고가도로 아래에 지하도로를 건설한 뒤 그 위에 녹지공간을 조성했다. 서울시도 지하도로가 완성되면 지상의 차로 수를 줄여 녹지공간과 자전거도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파리에는 지난해 개통한 길이 17.5㎞의 A86도로(왕복 4차로)가 있다. 이 도로는 환경 훼손을 방지하고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하에 만들어졌다.

일본 도쿄의 순환도로 구간에도 왕복 4차로, 길이 20.4㎞의 지하도로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쿄에서는 수도권 정체를 해소하고 도심 통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하도로를 건설했다”며 “2007년 개통 이후 1년간 통행 속도 향상 등으로 인해 2조2000억 엔(약 29조3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얻었다는 게 일본 측 분석”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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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