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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본격적인 후유증, 앞으로 5 ~10년 뒤 나올 것”

“미국은 오랫동안 고생할 것이다.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대책은 낡은 케인스 방식이어서 통하지 않는다. 낡은 경제학 말고 새로운 경제학, 소비자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21세기 경제학을 활용해야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일본 최고의 미래 경제학자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66·사진) ‘비즈니스 브레이크스루’대학 학장은 세계 경제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도쿄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미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으며 후유증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해소됐나.

“아니다. 일본의 경험을 보면 금융위기가 오면 세 차례에 걸쳐 후폭풍이 일어났다. 처음엔 유동성 부족이다. 그 다음엔 자본 부족이고, 마지막으론 기업의 대출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 현재는 유동성 부족을 해소한 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서서히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본 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일본의 경험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미국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다. 일본에선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에 이어 일본장기신용은행, 야마이치증권 등이 자본 부족으로 도산했다. 그 다음엔 다이에 등 일반 기업들이 무너졌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후유증은 앞으로 5~10년 후에 나올 것이다.”

-자본 부족을 우려했는데 시중에 돈이 넘치고 4~6월에는 대형은행이 이익을 냈다.

“넘치는 시중자금이 은행 자본금은 아니다. 점차 은행들이 무너지게 돼 있다. ‘대마불사’여서 대형은행은 괜찮을 것이다. 지금 정책으론 대형은행은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은행은 허둥대다 무너질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수천 개의 지방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지표가 속속 회복되고 있는데도 그렇게 보는 이유는.

“클린턴 정부에서 부시 정부까지 16년간에 걸친 미국의 번영은 미국 밖에서 돈을 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 정부는 국채를 팔았고, 기업은 증시에서 자본을 끌어들였으며, 개인은 대출을 받아 분수 이상으로 돈을 썼다. 이젠 개인은 돈이 바닥났고, 기업·정부도 해외에서 돈을 빌릴 수 없고, 팔아 치울 만한 금융상품도 없어졌다.”

-재정 투입은 효과를 거뒀나.

“선진국에서는 별로 효과가 없다. 선진국은 개인들이 돈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에 아무리 고속도로를 만들어도 소비심리는 바뀌지 않는다. 즉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으면 경기는 좋아지지 않는다. 일본에선 경제규모의 60%, 미국의 경우 65%를 개인 소비가 차지한다. 일본은 버블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15년간 300조 엔을 사용해도 효과가 없었다. 선진국의 성숙 경제에는 케인스 정책이 효과가 없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변모하나.

“영원할 것 같았던 미국의 독주 체제는 사라졌다. 그 대신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는 시대가 됐다. 중국은 올 들어 불과 반년 만에 내수 주도 경제로 빠르게 변신했다.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은행 창구를 모두 열었다. 자동차 판매가 미국을 추월했다. 지금까지 생산 공장이었지만 올해부터 최대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수요 세계 1위가 됐고, 고속도로는 매년 1만3000㎞씩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해마다 철강 6억t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중국 내수 성장을 얼마나 활용할지에 기업의 성패가 좌우된다. 한국·일본 기업은 그다지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삼성도 중국에선 약하다. 영업·판매·서비스 체제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EU가 새 주역이 된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올 10월 20일 아일랜드에서 리스본 조약이 승인될 전망이다. 그동안 아일랜드만 국민투표로 부결됐다가 이번에 승인될 가능성이 커졌다. EU 전체에서 리스본 조약이 체결되면 EU에 대통령·외무장관이 생기고, EU라는 국가가 탄생하게 된다. 헌법과 군대(나토)를 갖고 있다. 지금도 크지만 미국을 정식으로 제친 세계 1위의 대국이 된다. 유로도 강해질 것이다.”

-세계 경제파워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인가.

“일본도 한국도 지금까지 독일·프랑스 등 개별 국가별로 대응했다. EU 전체에 대한 기업 전략을 갖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 EU의 1대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2대는 앙겔라 메르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에는 중국이 일본을 제친다. 1위 ‘USE’(United States of EU), 2위 미국, 3위 중국에 이어 일본은 2위에서 단번에 4위로 밀려난다. 5위는 장차 인도가 차지할 것이다. 5개의 큰 기둥을 의식하면서 세계 전략을 짜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북미에선 한국 기업이 강하다. 그러나 유럽·중국·일본에선 쉽지 않다. 한국 기업은 어렵게 글로벌화했지만 앞으로 큰 격차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의 출구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은 금리를 올리는 편이 낫고, 한국은 당분간 그냥 놔두는 게 낫다. 미국도 금리를 올리면 괴로운 사람이 많아져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에는 버블이 끼어 있다. 기업의 수익 전망을 보면 상승할 이유가 없다. 증권사는 그걸로 장사를 하니 계속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려고 한다. 버블 붕괴 직전인 89년 일본 증권사들은 닛케이지수가 6만까지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웃음)

도쿄=김동호 특파원

■ 오마에 겐이치는

1943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와세다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원자력공학)를 받았다. 히타치에서 원자로 설계 담당 엔지니어로도 일했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일본지사장과 아시아·태평양 회장을 거치면서 ‘미스터 스트래티지(전략)’란 별명을 얻었다.

맥킨지에서만 23년간 일하며 전략적 사고에 바탕을 둔 독창적 컨설팅 기법으로 수많은 다국적기업의 경영성과를 개선하는 실적을 쌓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94년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와 함께 그를 ‘세계의 사상적 지도자(경영 분야)’ 5인 중 한 명으로 꼽았다. 경영·정치·사회·글로벌화 등을 주제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벌여 지금까지 200여 권의 책을 냈다. 매년 전 세계에서 그의 책 100만 권 이상이 팔린다.

최근에는 ‘케인스 경제학’ 시대는 가고 ‘심리 경제학’ 시대가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특정 국가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세계적 신용평가회사가 필요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통합해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하며 ▶국제금융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 공통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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