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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 권력형 사건 직접 수사 안 한다

지난달 20일 취임사를 하고 있는 김준규 검찰총장. 그는 취임사에서 “앞으로의 수사는 신사답게, 페어플레이 정신, 명예와 배려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대검 중수부는 5공화국 출범과 함께 탄생했다. 1981년 대검 특별수사부가 확대 개편되면서 오늘의 중수부로 자리 잡았다. 중수부는 이후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82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사건(97년)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형 사건들을 수사해 왔다. 중수부장이 검찰의 요직인 ‘빅 4’의 하나로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중수부 수사의 파장이 큰 만큼 명암도 확연히 엇갈렸다. 지검·지청 수사와 달리 총장이 사실상의 주임검사라는 점에서 중수부 수사가 시비에 휘말릴 때마다 총장 자리도 불안해졌다. 그때마다 중수부 폐지론이 등장하곤 했다.

지난 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중수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의 비판이 집중되면서 결국 임채진 검찰총장에 이어 이인규 중수부장이 사퇴했다.

검찰이 “중수부가 대형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중수부를 대신해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전면에 나서게 되면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수부 출신의 한 부장검사는 “대형 특수수사에서 수사 외적인 요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중요한 변화”라며 “수사에 대한 평가 절차도 검사 본연의 직무에 충실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특별수사본부 체제는 수사를 마무리할 때마다 수사에 대한 평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대검 관계자는 “기존의 중수부보다 더 강력한 수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되 사후 평가를 통해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절제된 수사’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선 방안은 김준규 검찰총장의 의지가 담겨 있어 강도 높게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김 총장은 취임 후 검찰 간부와 일선 검사, 수사관 등과 ‘끝장 토론회’를 열고 “열심히 고생하며 수사를 하고도 왜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에서도 수사 속보보다는 기소 후 검찰 수사를 지적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며 사후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장이 추구하는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의 핵심은 검찰 본연의 업무인 수사를 보다 합리적으로 관리한다는 데 있다. 검찰 조직을 철저히 업무 중심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최근 검사들의 해외 출장 업무도 내부 경쟁을 통해 선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국제회의 등 해외 출장을 가고자 하는 지원자들로부터 지원 동기를 영어 에세이로 제출받아 선발했다. 과거 서열 등에 의해 임의로 배정하던 업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하지만 특별수사본부 체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검찰은 과거 ‘이용호 게이트’ 등 대형 사건에서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도 다시 특별검사(특검)에게 사건을 넘겨주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특별수사본부가 중수부만큼 조직적인 수사력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수부장 출신인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은 “전국의 부정부패를 맡을 수사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가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의 진상은 중수부 같은 조직만이 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후 평가에 대해 한 수사 검사는 “수사는 생물과 같아서 작은 사건이 커지기도 하고, 큰 사건이 작아지기도 한다. 오히려 성과에 집착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도 살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수부 폐지론에 맞서 중수부를 존속시키기 위해 짜낸 미봉책이란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라는 아픔까지 겪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별건수사 금지 원칙을 뿌리내리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특별수사본부=검찰총장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중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설치하는 수사기구다. 본부장은 고등검사장 또는 검사장이 맡는다. 지금까진 주로 검찰 간부들이 개입한 사건들을 조사하기 위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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