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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희는 울먹였고 윤증현은 반박했고 MB는 흐뭇해했다

지난 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가 관가의 화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에서 윤증현(사진 오른쪽)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재희(왼쪽)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한치의 양보 없는 ‘맞짱 토론’을 벌인 때문이다.

이날 회의의 안건은 내년도 예산안이었다. 전 장관이 내년 예산에 복지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토론이 격해졌다고 한다. 전 장관은 “총 지출 중 복지 부문에 대한 지출 비중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인다고 하는데 그래도 부족하다. 더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윤 장관은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전 장관은 물러서지 않고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반격했다. 전 장관은 65세 이상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을 거론하며 “전체 액수는 좀 늘었지만, 대상자인 노령인구 자체가 늘어 개인별로는 차이가 없다”며 예산 추가 배정을 요구했다.

또 중증장애인 연금과 관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 만약 예산이 문제라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해도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윤 장관은 “지난해 예산에다 지난 추가경정예산안의 절반 정도를 더해 전체 예산 규모를 잡아놓았는데, 여기서 더 복지 예산을 늘리긴 힘들다”고 맞섰다.

이 대통령이 ‘친(親)서민 정책’을 국정의 제1순위에 두고 있는 만큼 복지 예산의 대폭 증대가 필요하다는 전 장관의 주장과 재정건전성 등을 두루 고려해 나라 살림을 짜야 하는 윤 장관의 입장이 충돌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장관과의 격한 토론 과정에서 전 장관이 울먹이다시피 했다”고 당시의 뜨거웠던 분위기를 전했다. 또 토론 내용을 모두 경청한 이 대통령은 어느 한 쪽에 기울지 않게 두 장관을 모두 격려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전 장관에게 “복지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했다.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이어 윤 장관에게는 먼저 “재정건전성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힘을 실어준 뒤 “그렇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어려운 사람들에겐 말이라도 따뜻하게 한마디 건네는 것이 중요하니, 복지부 장관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는 회의가 아니라, 예산안 쟁점 사항과 관련 있는 장관들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 대통령도 매우 흐뭇하게 토론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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