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외환위기의 전철 또 … 단기외채 관리 치밀해야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원화가치가 요동치면서 올 3월 초엔 달러당 15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이후 신용 불안이 완화되고 증시에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가 이어지면서 원화가치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사진은 올 3월 3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1552.4원으로 마감됐을 때의 환율 게시판. [중앙포토]

#1. 지난해 10월 10일. 원화가치가 달러당 1460원까지 떨어졌다 1225원까지 오르는 등 크게 요동쳤다. 하루 동안에만 235원이 변동된 것이다. 은행들은 달러를 구하지 못해 비상이었다. 단기 외채의 만기 연장 비율도 두 달 전엔 120%였지만 당시엔 40%로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를 말하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환율이 몇백원씩 변하는 나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2. 이달 중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농협 자금부. 해외 투자자들이 이곳으로 채권의 발행 시기와 조건을 자주 문의한다. 금리 조건도 나아져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를 2%포인트대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농협 금준태 차장의 설명이다. 지난 7월 우리은행이 발행한 8억 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엔 85억 달러의 청약이 몰렸다.

1년 새 이렇게도 달라졌다. 꽉 막혔던 외화 자금 조달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채권의 부도 위험이 커지면 상승하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속히 떨어졌다. 올 3월 달러당 1597원까지 떨어졌던 원화가치도 최근 1220원대에 머물고 있다.

큰 고비는 넘겼지만 문제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외환위기 이후 갖췄던 방어장치들이 금융위기에 여지없이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근저엔 역시 외채가 있다. 1년 미만의 단기 외채가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39.6%에서 6월 말 38.7%로 떨어졌다. 영국(73.8%) 등 주요 선진국보다는 낮지만 브라질(13.9%)·멕시코(12.1%)·태국(31.3%)보다 높다. 특히 은행 외채가 많다.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권 외채는 1680억 달러로 전체(3801억 달러)의 44%였다. 은행권 외채 중 단기 외채의 비율은 63%나 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국가 신용등급 담당 킴응탄 이사는 “한국 은행들은 해외 차입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며 “이에 따르는 위험이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2006~2007년 국내 조선업체들은 대호황을 누렸다. 2006년 수주액은 486억 달러, 2007년엔 973억 달러(삼성경제연구소 추정)에 달했다. 조선업체들은 배를 수주하면 1~2년 뒤 달러를 받을 것에 대비해 은행과 현재의 환율로 달러를 미리 파는 선물환 매도 계약을 한다. 이 물량이 2007년에만 990억 달러였다. 문제는 계약을 한 은행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같은 액수의 달러를 빌려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깐 빌려 온 달러는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바로 갚아야 하는데 조선사에서 달러를 받으려면 상당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만기가 서로 맞지 않아 은행의 외화 사정이 갑자기 나빠지는 것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3개월 이하 단기 자금과 1년 이상 장기 자금의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래도 사각지대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현재 규정으론 은행들이 4개월 단위로 돈을 빌려 11개월짜리 대출을 해 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외국 은행 국내 지점의 차입도 문제다. 외은 지점들은 국내 은행에 원화와 달러를 일정 기간 교환하는 방식으로 달러를 공급한다. 3월 말 현재 외은 지점이 해외에서 들여온 돈은 699억 달러다. 이 중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자금이 654억 달러(93.5%)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외은 지점의 부채는 우리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외은 지점이 본점에 돈을 갚기 위해 달러를 회수하면서 국내 은행이 상환 압박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초 외은 지점의 단기 차입을 규제했지만 달러 공급이 줄자 몇달 만에 다시 풀었다. 노무라증권 권영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화가 국제 기축통화가 아닌 이상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일어나면 단기간에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외환보유액을 쌓고 한·미 통화 스와프 같은 달러 공급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