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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샤프트로 혼마·캘러웨이 잡겠다

이달 3일 미국 뉴스채널 CNN은 한국 골프 특집을 30여 분에 걸쳐 방송했다. 본 방송 전에도 예고 방송을 수시로 내면서 서울의 풍광을 반복해 보여줬다. 전 세계인에게 한국의 모습을 전한 것이다. 수억, 수십억원을 들인 국가 홍보물보다 몇 배 효과가 컸다. ‘골프 코리아’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새로 쓰고 있는 셈이다. 양용은·최경주부터 박세리·신지애까지 골프 영웅들의 승전 신화가 거둔 또 다른 성과다.

세계 골프 대전엔 이런 영웅들만 뛰는 게 아니다. PGA 투어에는 또 하나의 전장이 있다. 골프용품을 둘러싼 싸움이다. 캘러웨이·나이키 등 내로라하는 세계 골프용품 업체들이 PGA에 올인한다. PGA투어 선수 몇 명이 자기 제품을 쓰느냐가 곧바로 세계 시장의 마켓셰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전쟁에 혈혈단신 뛰어든 한국 회사가 있다. MFS코리아다. 아직은 잘하는 게 샤프트 만드는 것과 맞춤 클럽, 두 가지밖에 없지만 꿈은 크다. 전재홍(46사진) 대표는 “골프 강국 코리아에 골프 명품 하나 없어서야 되겠느냐”며 “골프용품계의 루이뷔통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이 회사가 내놓은 16각짜리 오직(OZIK) 샤프트는 그런 포부를 이루게 할 희망이다. 최첨단 소재와 기술로 비거리와 방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이 샤프트는 이미 세계 명품 반열에 올라 있다. 샤프트 한 개 가격이 1500달러(약 180만원)로 올 초 미국 ‘PGA 머천다이즈쇼’에서만 2300만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테일러메이드·캘러웨이·타이틀리스트·아담스·킹코브라 등 미국 5대 메이저사에 자체 상표를 달고 판매한다. 현재 40여 명의 PGA투어 선수가 이 샤프트를 사용 중이다. 1위인 후지쿠라의 100여 명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몇 년 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맞춤 클럽 세계 최대 체인을 만들겠다는 꿈도 한 걸음을 내디뎠다. 3일 SK네트웍스가 오픈한 서울 목동 골프백화점에 차린 맞춤 클럽 직영점이 그것. 앞으로 SK네트웍스가 차리는 전국 골프백화점 내 맞춤 클럽은 MFS코리아가 맡기로 했다. 전국을 체인화하고 세계 시장을 공략해 400개 이상의 체인점을 낸다는 게 그의 목표다.

-꿈이 뭔가.
“우리나라 고객들이 일본의 혼마나 미국의 캘러웨이보다 MFS를 먼저 찾도록 세계 최고 골프 클럽 브랜드를 만드는 거다.”

-왜 그런 꿈을 꾸게 됐나.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270만 명 정도다. 골프 산업 규모만 13조원, 그중 약 1조원이 골프용품 시장이지만 국산의 점유율은 5%도 안 된다. 다이와와 혼마가 골프 클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 ‘국산=싸구려’라는 인식의 틀을 깨고 싶다.”

-왜 샤프트인가.
“완제품은 견제가 심하다. 미국 5대 메이저 업체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샤프트는 사실상 골프 클럽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시작해 골프 클럽과 용품 전체로 확산해 나가겠다는 목표였다.”

-처음부터 명품을 겨냥했나.
“1998년 처음 만든 브랜드는 밀레니엄이었다. 나름 열심히 만들었지만 최고 명품은 아니었다. 시장에 세일즈를 하러 다니면 ‘어디 거요?’ 묻고 ‘국산입니다’ 하면 그만이었다. ‘싸구려는 취급 안 한다’며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오기가 났다. 아예 명품으로 승부하자고 생각했다. 2000년 미국 UCLA 우주항공학과에 의뢰했다. TTR(Tip Torsional Resistant) 공법을 접목시켜 우리만의 샤프트를 개발했다. 그게 오렌지 샤프트로 알려진 MFS샤프트다. TTR 공법은 샤프트 끝부분의 뒤틀림을 방지해 방향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이 회사의 이름이 알려진 건 2002년 3월 최경주가 이 회사 샤프트를 장착한 클럽으로 우승하면서다. 최경주는 당시 “샤프트를 바꿨더니 거리가 늘고 샷 감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때 사용한 샤프트의 색깔이 오렌지색이라 오렌지 샤프트로 불렸다. 샤프트를 오렌지색으로 한 것은 첫째, 황인종을 상징하고 둘째, 남들이 안 쓰는 색을 골라 어디서든 튀어보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오렌지 샤프트로 꽤 성공을 거뒀다고 들었다.
“한 2년 정도 괜찮았다. 그러나 최경주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면서 오렌지 샤프트도 기력을 잃었다. 2004년에 오렌지 마케팅을 포기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욕심이 화근이었다. 2003년 말 최경주 선수에게 대회 마지막 날엔 샤프트는 물론, 모자·상의·신발까지 오렌지 색으로 출전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타이거 우즈가 최종라운드에 빨간 티셔츠를 입는 것을 흉내 낸 마케팅이었다. 그런데 역효과가 났다. 그때까지 오렌지 샤프트를 쓰던 15명가량의 PGA 투어 선수들이 ‘최경주 광고해줄 일 있느냐’며 반발, 사용을 중단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오직 샤프트를 만들었나.
“이왕이면 최고 명품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오직은 ‘유일’ ‘하나’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1년여의 기술개발 끝에 2005년 완성했다. 워낙 고가라 프로들에게도 선별해서 줬는데, 그게 되레 효과를 봤다. 2007년 찰스 하웰 3세가 오직 클럽으로 우승하자 폭발적인 관심이 쏠렸다. 비제이 싱·어니 엘스·앤서니 킴·필 미켈슨도 쓰고 있다.”

-오직 샤프트는 뭐가 다른가.
“재료부터 다르다. 네 가지 특수 소재를 섞어서 짰다. SK케미칼에서 만드는 고탄성 그라파이트와 영국 지맷(Gmat)사의 특수 카본, 러시아산 보론(섬유 재질의 강선)에 일본산 자이론(Ziron) 원사가 그것이다. 자이론은 방탄조끼를 만드는 데 쓰는 원사로 이걸 사용하는 건 오직 샤프트밖에 없다. 모두 첨단 원사들이고 고가다. 순수 부품 원가만 500달러가 넘는다. 여기에 첨단 유체공학과 기계공학을 접목했다. 미 MIT와 UC버클리 출신 30대 엔지니어들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작품이다.”

-비싼 재료를 쓰면 무조건 좋은 것인가.
“그냥 쓴 게 아니다. 서로 역할이 다르다. 잡아주고 풀어주는 정도를 자유자재로 가져갈 수 있다. 헤드 스피드가 느린 골퍼에겐 스핀량을 늘려 볼을 쉽게 띄울 수 있게 해준다. 반대로 헤드 스피드가 빠른 골퍼에겐 스핀량을 줄여줘 비거리와 방향성을 좋게 한다. 세계 최초로 강도별로 스핀량을 조절한 샤프트다.”

-많이 팔리나.
“세계 시장 점유율이 4위쯤 된다고 보면 된다. 올해 테일러메이드사에서 수주받은 것만 40만 피스다. 국내에선 재계 인사를 비롯해 각계 명사가 즐겨 찾는다. 탤런트 길용우씨, 가수 김세환씨, 강만수 감독 등이 단골 고객이다. 한 재계 인사는 32세트를 맞춰 가기도 했다.”

-맞춤클럽으로도 유명한데, 피팅(골프 클럽을 체형·스윙에 맞추는 것)이 꼭 필요한가.
“프로들은 모두 맞춤 클럽을 쓰고 있다.”

-피팅 아무리 잘하면 뭐하나, 스윙이 엉망이면 말짱 꽝 아닌가.
“물론 그렇다. 초보자에겐 연습과 레슨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중·상급자로 올라갈수록 피팅이 중요해진다. 맞지 않는 클럽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스포츠 중 장비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게 골프다. 좋은 골프 클럽이란 자기한테 맞는 클럽이다.”

-모든 사람이 스윙 폼이 다르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다른 골프 클럽을 써야 한다는 말인가.
“이론상 그렇다.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클럽이 따로 있어야 한다. 우리는 샤프트만 6만 피스, 헤드만 10만 피스를 갖고 있다. 샤프트 모델만 20개에 각각 다른 강도가 18개씩 있다. 무게도 40g에서 120g까지 다양하며 길이도 체형에 따라 달라진다. 무한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전재홍 대표는
1963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강원대 법학과(82학번)를 졸업했다. 죽마고우들이 골프 유통회사를 차리자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합류했다. 골프의 ‘골’자도 모르면서. “당시 골프가 뭔지 알았다면 절대 골프용품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93년 미국 법인을, 98년엔 MFS코리아를 설립했다. 현재 한국 골프피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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