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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채소를 골고루, 두부·콩도 가까이

위암으로 투병 중이던 여배우 장진영씨가 지난 1일 사망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위암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걸리는 암이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90% 이상이지만 말기에 발견하면 그 확률이 20%까지 뚝 떨어진다. 우리 국민의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조기검진과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암에 걸리는 원인은 유전이나 흡연·음주 등 다양하지만 식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세계암보고서에는 암 발병의 30% 정도가 음식이나 영양과 관계있는 것으로 분석돼 있다. 그러나 항암 혹은 발암 효과가 명확히 알려진 음식물은 많지 않다. 또 대부분 효과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암에 좋다는 이유로 한두 가지 음식을 집중적으로 먹는 것은 암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양의 전체적 균형을 깨뜨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생긴다.

짠 음식이 위암 가장 큰 원인
위암은 짠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주요 발병 원인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김치가 건강에 좋은 점도 많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암 발병률이 높은 원인일 수 있다는 건 그 때문이다. 또 방부제나 가공 햄 등에 들어 있는 질산염도 위 속에서 발암물질로 변하기 쉬워 위암의 위험 요인이 된다는 게 유력한 정설이다. 하지만 녹차가 위암을 예방한다는 주장은 정상인 집단을 오랫동안 추적 관찰한 조사(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 예방에는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들에서 베타카로틴 보충제(과일이나 채소가 아닌 알약 형태)를 섭취했을 때 오히려 폐암 발병률이 18~36%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미국의 질병예방특별위원회는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은 삼가도록 권고하고 있다.

간암은 부패한 땅콩·옥수수 등에서 발견되는 아플라톡신의 섭취와 관련이 있다. 대장암은 붉은색 고기의 섭취가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지만 지방 섭취는 특별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방암의 발병 원인 중 현재까지 확실하게 관련성이 입증된 것은 알코올의 과다 섭취다.

육류는 삶거나 쪄서 먹어라
모든 암 예방에 공통으로 권장되는, 어느 정도 확인된 식이요법도 있다.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다양한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은 먹지 않으며 ▶술은 마시지 않거나 하루 두 잔(주류별 표준 잔 기준) 이내로만 마시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5 a day’(미국), ‘5+ a day’(호주), ‘5 colors a day’(영국), ‘vegefru 7’(일본) 등과 같이 채소 섭취를 늘리기 위한 범국민적 캠페인이 시행되고 있다. 채소에는 비타민·무기질·섬유소와 피토케미컬이라는 생리활성물질 등이 들어 있는데, 이들이 항암 효과와 관련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성분이 자체적으로 항암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예를 들어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 섭취는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섬유소만 보충했을 때에는 그러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녹황색 채소의 항산화 성분으로 알려진 베타카로틴도 보충제의 형태로 복용하면 흡연자에게는 오히려 폐암 발생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채소나 과일을 일일이 챙겨 먹기 쉽지 않다고, 알약 하나로 보충하겠다는 발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채소를 먹을 때도 한두 가지에 집중하는 것보다 여러 채소를 골고루 먹는 게 좋다. 항암 효과가 있는 채소로 브로콜리가 많이 언급된다.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라는 성분이 암 예방에 도움 되는 건 맞다. 그러나 발암 억제에 관여하는 성분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따라서 브로콜리만 먹는다면 다른 항암 효과가 있는 성분을 섭취할 수 없게 된다. 흔히 다섯 가지 색의 채소를 매일 먹으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채식만 하다간 단백질 부족으로 고생할 수 있다. 다만 과다하게 먹는 것은 암 예방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유지를 위해 좋지 않다. 특히 붉은색 육류는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붉은 고기에는 미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많은데, 이것이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흰색 고기는 오히려 대장암을 일으킬 위험도를 낮춘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대표적인 붉은색 육류이고, 생선류는 대개 흰색 육류로 친다(참치 등은 붉은색 육류에 가깝다). 닭고기의 경우 날개와 가슴은 흰색이고 다리는 붉은색 육류에 속한다.

두부·콩 등에 포함된 이소플라본 등의 성분은 암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이런 식품을 붉은색 고기 대신 단백질 급원식품으로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또 불에 태운 음식이나 훈제 식품의 경우 벤조피렌 같은 강력한 발암물질이 많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튀기거나 굽는 것같이 고열로 조리하는 것 역시 발암물질이 자주 발생하게 만든다. 따라서 고기를 먹을 때는 삶거나 쪄서 먹는 것이 좋다.




도움말=명승권(가정의학 전문의·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김은미(강북삼성병원 영양실장·대한영양사협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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