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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홀로 잘나가는 시대는 끝났다 다른 산업과 몸 섞어야 경쟁력 생겨”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곽승준(49·사진) 위원장은 전자제품의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다. 새 기능의 휴대전화가 출시되면 남보다 먼저 써보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젊은이들처럼 좀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바꾼다고 한다. 4일 서울 세종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도 테이블 위에 ‘아몰레드’라고 불리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 풀터치 스마트폰이 놓여 있었다.

미래기획위원회가 ‘IT 코리아 미래전략’이라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장기 청사진을 2일 내놨다. 연구작업을 총괄한 ‘IT제품 매니어’ 곽 위원장으로부터 이번 보고서의 배경과 의미를 들어봤다. 이 연구는 관련 업계 대·중소기업 전문가들까지 총 수백 명이 반년 동안 머리를 싸맨 대규모 작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IT 홀대 정부’라는 일부 시각을 불식할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역대 정권마다 IT 진흥 부르짖었는데 뭐가 다른가.

“수년 전부터 산업동향과 관련해 인터넷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하이브리드·퓨전·컨버전스다. 하이브리드는 자동차 엔진처럼 기계 두 가지를 합친 것이다. 퓨전은 합쳐서 완전히 다른 게 나온 경우다, 복합기술이나 음식 같은 것이다. 컨버전스는 가령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것이다. 모두 융합이란 말로 포괄할 수 있다. 인구가 5000만 명이나 되는 나라에서 IT만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 제조·건설·서비스 등이 두루 잘돼야 한다. IT가 이런 산업에 스며들어가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 IT는 인간-인간의 소통, 인간-사물의 소통에서 사물-사물의 소통까지 이뤄야 한다.”

-IT가 어떤 면에서 융합의 역할을 할 수 있나.

“1980~90년대에는 전자·반도체·인터넷 같은 IT 산업의 발전 자체가 시급했다. 하지만 이제 홀로 발전하는 시대는 끝나고 다른 산업과 몸을 섞어야 하는 시대다. 이번 보고서에서 자동차·조선·의료 등을 IT 접목 효과가 큰 10대 산업으로 꼽았다. 우리나라 자동차가 최근 1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잘 버틴 건 기계뿐만 아니라 전자산업의 뒷받침이 든든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녹색성장 역시 에너지와 IT의 결합으로 가능하다.”

-옛 정보통신부 같은 통일된 ‘컨트롤 타워’ 없이 이런 정책을 힘있게 밀고 나갈 수 있나.

“정보통신부를 없앤 것이 아니라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이관한 것이다. 부처 폐지가 업무조정이었던 셈이다. IT가 각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효과를 내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지경부와 방통위는 각각 맡은 산업군에 IT를 접목하는 지원역할을 하면 된다. 정통부 기능을 분산시킨 걸 ‘IT 홀대’라고 하면 곤란하다.”

-지경부와 방통위가 공동으로 연구작업을 한 것이 이색적인데.

“여러 부처가 모여 일하는 건 솔직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도 ‘부처융합’을 했다. 지경부의 성장동력실과 방통위의 융합정책실이 머리를 맞댔다. 지난해 연말 청와대에 보고한 IT 진흥책은 지경부 혼자 했다는 점에서 이번 것과 다르다. 이번 보고서는 또한 ‘민·관 융합’ 연구 사례다. 삼성·LG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정책 결정에 대거 참여한 일도 드물다.”

-소프트웨어(SW) 산업의 미래를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현실은 무척 척박하지만 문제점을 알고 적극 개선해 나가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SW 불법복제 관행과 대기업 위주의 시장구조, SW 발주·수주 과정의 난맥상을 고치는 것이 우선 과제다. 해외인력의 수입을 유도해서라도 SW 인력의 부족을 덜겠다.”

-경제학 전공자로서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큰 편이다.

“어릴 때부터 기계 만지는 게 취미였다. 초등학교 때는 트랜지스터 라디오 조립대회에 나갔다. 수년 전 와이브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제일 먼저 체험해보고 주변에 권했다. 경제학도가 된 뒤에도 기술평가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글=홍승일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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