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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의 주인공은 발레리나? 그 고정관념을 깬 이 남자

발레 ‘차이코프스키’는 창작의 고통과 동성애의 굴레 속에서 고뇌를 겪는 차이코프스키의 내면을 표현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사진은 말라코프가 독일 베를린 슈타츠 발레단에서 연기했을 때의 모습이다. [국립발레단 제공]
블라디미르 말라코프(41). 일반인에겐 조금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현재 활동 중인 전 세계 남성 무용수중 으뜸으로 꼽힌다. ‘여자가 실비 길렘이라면, 남자는 말라코프’라는 게 무용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말라코프가 처음 한국에 왔다. 10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발레단 ‘차이코프스키’에 출연한다. 작품은 한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러시아의 보리스 에이프만이 안무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 세밀한 감정 표현,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절제미로 객석을 단숨에 빨아들이는 작품에서 말라코프는 주인공 ‘차이코프스키’를 연기한다.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라코프는 “첫 한국 방문은 설레는 일이며, 에이프만의 작품에 출연하는 건 늘 가슴을 쿵쿵 뛰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말라코프는 열 살 때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학교 들어갔다. 이후 바르나·모스크바·파리 등 국제 발레 콩쿠르를 석권했고, 1986년 모스크바 클래식 발레단 입단 직후 주역을 맡기도 했다.

그는 얽매이는 걸 싫어했다. 2002년 독일 베를린 슈타츠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자 주역무용수로 부임하기 전까지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영국 로열 발레단 등 주요 무용단을 자유롭게 옮겨 다녔다. 클래식·모던·드라마 발레는 물론 현대 무용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스페인의 현대 무용가 나초 두아토와의 작업이 특히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말라코프는 무엇보다 ‘발레리노의 시대’를 열었다. 무용 칼럼니스트 한정호씨는 “말라코프는 ‘발레의 주인공은 늘 발레리나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했고, 자연스레 자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창작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무용 칼럼니스트 장인주씨도 “고난도 점프와 화려한 테크닉, 조각 같은 몸매가 무기였다. 여기에 발레리나보다 더 섬세한 감정 표현은 남성 발레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말라코프는 특히 일본에서 톱스타다. 그의 이름을 딴 토슈즈·가방 등이 나올 정도다. 말라코프는 “열입곱 살 때 처음 일본 무대에 섰고, 지금까지 90여 차례 공연했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해선 “20대 초반에 강수진씨와 함께 무대에 섰다. 나도 수진씨도 모두 어릴 때였지만, 누구보다 성숙한 감성을 지닌 발레리나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라코프는 10일 오후 7시 30분, 12일 오후 3시 공연에 나온다.

▶발레 ‘차이코프스키’=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0일·11일 오후 7시30분, 12일 오후 3시·7시30분, 13일 오후 3시/ 5000원~15만원/ 1588-7890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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