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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빛의 단호함,풀꽃의 고요함 … 조태일을 불러내다

시집 『국토』『식칼론』 등을 낸 시인 조태일(1941∼99·사진)의 1970년대는 고단했다. 문학평론가 김수이의 말처럼 “공동체의 행복과 사회·역사적 책임의식을 골자로 하는 윤리가 문학의 동력이 되는 세계”를 추구했던 그는 시대와 불화했다. 정권 비판적인 시와 행동은 당연히 화를 불렀다. 자신이 창간한 시 잡지 ‘시인’의 폐간(70년), 세 번째 시집 『국토』의 판매금지(75년)에 이어 77, 80년 긴급조치·계엄법 위반으로 각각 구속되는 등 당국의 검열과 제재가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7일은 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출판사 창비는 그에 맞춰 그가 남긴 시 전부와 시론·산문 등을 모은 4권짜리 『조태일 전집』을 펴냈다. 생전 펴낸 8권의 시집에 실린 시 454편과 미발표 시 64편 등이 실려 있다.

『식칼론』에 실린 연작시 ‘식칼론 3’에 대해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을 이처럼 강력하게 규탄한 문건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헌법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시는 “내 가슴속의 뜬 눈의 그 날카로움의 칼빛은/어진 피로 날을 갈더니만/드디어 내 가슴살을 뚫고 나와서”로 시작해 3연에서는 “생각 같아서는 먼눈 썩은 가슴을 도려파 버리겠다마는,/당장에 우리나라 국어대사전 속의 ‘개헌(改憲)’이란/글짜까지도 도려파 버리겠다마는”이라고 일갈한다.

하지만 염씨는 곧 “이 작품에서 정치적 발언만 읽는다면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칼빛은 완력과 관계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혜와 고요함과 관용을 속성으로 한다”는 것이다. 조태일 시의 서정적인 면모다.

시인들 중에서는 저항 색채가 옅어진 조태일의 후기시가 좋다는 이들이 많다. 신경림 시인은 조태일의 후기시가 “절제와 압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시영 시인도 “95년 출간된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에 실린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5일 오후 조 시인이 태어났던 전남 곡성 태안사에서는 부인 진정순씨가 참석한 가운데 10주기 기념행사가 열린다. 추모시, 조태일 시 낭송과 백낙청·박석무씨 등의 회고담 강연 등이 열린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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