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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 얘기, 연극으로 보여주긴 싫었는데...”

작가 고혜정(41·사진). 그는 올 연극계 최고의 흥행사다. 지난 1월 막을 올려 당초 3월 초 끝낼 계획이었던 ‘친정엄마와 2박3일’은 11월 15일까지 연장 공연이 계획돼 있는 상태다. 연일 매진 사례에 힘입은 결과다. 거기에다 지난해 초연해 인기를 끌었던 연극 ‘여보, 고마워’도 지난달 21일부터 다시 무대에 올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인기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일상에서 무심하게 지나쳐버리고 가는 것들을 돌아봤을 뿐”이란 평범한 대답으로 말문을 열었다. “대본을 리딩하러 가면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내 작품으로 예술 하지 말라고 주문해요. ‘3류 만들어 달라’고 얘기하죠. 평범한 얘기를 평범하게 그리면 되지, 각을 세우고 멋을 부리고 그럴 필요 없잖아요.”

그의 작품은 관객들의 공감을 먹고 컸다. ‘친정엄마와…’은 말기암에 걸린 딸이 친정엄마와 2박3일을 보내는 이야기이고, ‘여보, …’는 교수 아내와 백수 남편의 결혼 10년차 고비를 다룬 작품이다. 상황이 이렇듯 특이한 데도 관객들은 “저거 내 얘긴데…”라며 웃음과 눈물을 함께 쏟는다. “엄마는 새끼가 입만 달싹해도 새끼 맘 안다”(‘친정엄마와 …’),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라고? 그게 얼마나 심한 농담인줄 알아?”(‘여보, …’) 등 살아 있는 대사 덕이다.

연극 ‘여보, 고마워’. 10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물론 픽션이지만, 작가의 개인사도 녹아 있다. 늘 “내 딸이 최고”라는 낙천적인 어머니와, 고시공부를 하며 남들 눈에는 ‘백수’로 보였던 남편이 그의 실제 가족이다. 얄궂은 공통점도 있다. 책 『여보, 고마워』 집필 당시 건강했던 남편이 책이 나올 무렵 암에 걸렸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났다. 연극 ‘여보, 고마워’의 남편도 암에 걸린다. 연극은 남편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막을 내렸다.

“우리 부부의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었어요. 그래서 연극으로 만들어 보여주기가 싫더라고요. 그래서 제안이 올 때마다 거절했는데, 지난해 1월 재발 판정을 받은 남편이 ‘여보, 연극 해’라더라고요. ‘내가 볼 땐 굉장히 객관적인 얘기야’라면서요.”
연극 ‘여보, …’는 퍽 진솔한 이야기다. 부부 사이를 마냥 낭만적이게도, 극단적인 대립관계로도 그리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살얼음판같이 갈등과 화해가 이어지면서, 그 속에서 끈끈한 동지애가 싹트는 과정이 눈물겹다.

관객들에게 저마다 내 남편의, 내 아내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작가 스스로도 “작품을 쓰면서 같이 자식을 낳고 사는 부부의 인연이 얼마나 큰 인연이고 소중한 인연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결혼 생활을 두고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른 사별이)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털어놨다.

고 작가의 다음 작품은 TV 드라마가 될 듯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한 채 “방송사와 계약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원래 방송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KBS 공채 코미디 작가 출신으로 ‘금촌댁네 사람들’ ‘TV 인생극장’ 등을 썼고, 2004년에 출간한 첫 번째 에세이집 『친정엄마』가 30만 부나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친정엄마』 역시 2007년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아줌마’의 삶과 꿈을 다룬 책 『줌마렐라』도 지난해 뮤지컬로 무대에 올랐다. 이렇듯 그의 작품들은 주로 여성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내 인기를 끌었다. 이제 그는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바로 ‘남자’다.

“집이 여의도여서 매일 점심 때마다 밥 먹으러 쏟아져 나오는 넥타이 부대를 자주 만나죠. 그런데 웃으며 다니는 그들의 어깨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게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남자이기 때문에 힘든, 그런 얘기를 써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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