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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 14명’ 호주 상대로 월드컵 모의고사

잉글랜드 1부 리그가 프리미어리그로 새로 출범한 1992년 이후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빈 호주 선수는 무려 40명에 이른다. 브라질(34명), 아르헨티나(33명)보다 많다. 호주 축구의 저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5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호주와 평가전을 한다. 팀 케이힐(에버턴·잉글랜드), 해리 큐얼(갈라타사라이·터키) 등 주축 선수 몇몇이 빠졌지만 호주 대표팀 19명 중 14명이 유럽에서 뛰고 있다. 호주 프로축구 A-리그는 약하지만 해외파가 모인 호주 대표팀은 강하다. FIFA 랭킹도 14위로 아시아 2위 일본(40위)과 3위 한국(49위)보다 훨씬 높다. 호주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여유 있게 A조 1위를 차지했다.

호주는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편입됐지만 유럽식 축구를 구사한다. 따라서 호주전은 한국이 내년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유럽 팀을 상대로 얼마나 경쟁력을 보일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유럽은 13팀이 월드컵 본선에 나오고, 한국은 유럽 2개국과 한 조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소집된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설기현(30·풀럼)·김남일(32·빗셀 고베) 등 ‘올드 보이’의 귀환이다.

지난해 6월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 이후 1년3개월 만에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설기현은 “월드컵 본선에 가는 게 목표다. 노장이 합류해 팀이 질적으로 향상됐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9월 북한과의 최종예선 이후 1년 만에 대표팀에 발탁된 김남일은 코뼈 골절로 재활이 필요하지만 특수 마스크를 착용하며 투지를 보이고 있다. 설기현은 이청용(볼턴), 김남일은 김정우(성남)·기성용(서울)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지난달 파라과이전을 통해 대표팀에 복귀한 이동국(전북)은 두 번째 시험대에 선다. 파라과이전에서 전반 45분간 뛰었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던 이동국은 이번에 박주영(AS 모나코)과 투톱을 이룰 전망이다.

한국과 호주가 잇따라 거스 히딩크와 핌 베어벡의 지도를 받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호주를 지휘해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베어벡 감독은 2007년 아시안컵을 3위로 마친 뒤 자진 사퇴해 호주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히딩크와 달리 베어벡 감독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애증이 교차한다. “한국 감독을 맡을 때와 가장 다른 게 무엇이냐”고 묻자 베어벡은 “노 스트레스(스트레스가 없다는 점)”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표팀 차출 등으로 K-리그와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과의 악연도 있다. 베어벡은 “새벽에 운동을 시키고 대표팀에 보내는 감독이 있어 훈련에 지장을 받았다”고 말해 당시 프로축구 전남을 지휘하던 허 감독과 진실 공방을 벌였다.

역대 전적에서는 5승8무7패로 한국이 열세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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