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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금배지를 바꾸겠다고요?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원의 ‘금배지’를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교체 이유가 타당성과 합리성이 결여돼 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배지의 가운데에 쓰여 있는 ‘國’자의 형태가 ‘或’자처럼 보인다는 게 교체 이유의 핵심인데, 이 나라의 무식(無識)이 이 정도인가 싶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國’자가 ‘或’자처럼 보인다고 교체하자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생트집이 아닐 수 없고, 또한 ‘或’자처럼 보인다 해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國’자의 본래 자형이 ‘或’이다. ‘或’의 자형은 본래 창(

→戈 : 창 과)을 가지고 백성이 사는 지역(

→邑 : 고을 읍→口만을 취함)을 지킨다는 뜻으로 은(殷)나라 때 갑골문에서 ‘

’의 형태로 만든 것인데, 진(秦)나라 소전체에 이르러 ‘

’의 형태로 변하고 뜻도 ‘혹시’의 의미로 변하자, 주(周)나라 금문(金文)에 이르러 적의 침입을 막는 성의 형태인 ‘

(에울 위)’를 더하여 ‘

(나라 국)’자를 만든 것이 오늘의 해서체인 ‘國’자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國’자는 ‘或’자의 누증자(累增字)에 불과한 같은 뜻의 글자다.

갑골문의 ‘

’에서 소전체의 ‘

’자의 자형을 비교해 보면 ‘一’의 부호가 더해졌다. 이에 대해 학자에 따라 ‘국토’, 또는 사람 곧 ‘백성’의 뜻으로 풀이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국토의 뜻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국회의원 금배지에 ‘國’자의 테두리가 둥글게 되어 있어 무궁화의 꽃술처럼 보여 ‘或’으로 보인다는 것은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려는 이들의 마땅치 않은 주장이다. 실제 금배지를 보면 ‘或’으로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어느 나라 국회의원의 배지보다도 아름답고 상징성도 돋보인다.

더구나 ‘或’자가 비리 의혹을 떠올리게 만드는 ‘或(혹 혹)’자처럼 보인다는 지적 때문에 교체하려고 한다니, 무식은 더욱 점입가경이다. ‘의혹’은 ‘疑惑’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或(혹 혹)’과 ‘惑(미혹할 혹)’은 전연 다른 글자다.

5대, 8대 국회 때 ‘國’자를 한글 ‘국’자로 바꾸었다가 배지가 거꾸로 돌아가면 ‘놀고 먹는다’는 느낌을 주는 ‘논’자처럼 보여, 다시 ‘國’으로 바꾸었다는 웃지 못할 역사가 있는데, 왜 또 전철을 반복하려 하는가.

국회 사무처가 이번 제시한 대안의 몇 가지를 보면, 핵심점은 한자의 ‘國’을 한글로 ‘국회’라고 고치겠다는 것이다. 배지는 단순하면서도 상징성이 있어야 하는데 ‘국회’라고 한다면, 이는 마치 ‘교육부’를 ‘교육과학기술부’라고 고친 것처럼 군더더기 배지가 되는 것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 한자가 우리 문자가 아니라는 뜻에서 한글로 바꾸려 한다면 이는 잘못된 일이다. 한자도 한글과 더불어 분명히 국자(國字)이기 때문이다.

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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