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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불로초

언젠가 경주에서 신라 왕들의 능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무척 놀랐었다. 저게 과연 무덤인가. 그 규모에 압도당했었다. 그 후 중국 시안을 방문해 동산만 한 진시황의 능에 올랐을 때에는 놀림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능을 오르면서 능이 어디에 있는가 싶어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베이징에 있는 명대의 황릉들로 미뤄 진시황은 자신의 능 안에 작은 도시를 차렸음에 틀림없다. 황금빛 수레와 수천의 병사 인형들로 하여금 능 바깥 지하 수십 리를 호위하게 한 분이 자기의 지하 세계를 어떻게 꾸몄을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궁녀들을 순장했는지 역시 인형으로 갈음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외할머니 이야기에 따르면 진시황의 능 안에는 많은 양의 수은이 들어 있다. 망자의 육신을 영구 보존할 목적보다는 능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수은을 넣었다고 한다. 누군가 설계도와 달리 능을 파헤치면 수은의 홍수에 휩쓸려 죽음을 면하지 못하고, 망자의 관은 지하 단층으로 떨어져 영영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진시황은 지하 왕궁을 건설해 죽음을 대비하는 한편, 불로불사의 불로초를 탐했다. 동남동녀 500명을 뽑아 펑라이를 거쳐 동방으로 불로초를 캐러 보냈다. 이들은 불로초를 캐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다. 불로초를 캐지 못해서 진시황이 죽었는지 아니면 불로초가 오기 전에 그가 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쩌면 진시황은 터키의 고전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불로초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터키의 살로모 대왕은 애지중지하던 앵무새가 방자하게 굴자 사형을 명했다. 망연자실한 앵무새는 대왕에게 살 방도를 간청했다. 대왕은 불사의 방법을 알아내면 앵무새를 살려주겠노라고 답했다.

얼마 후 앵무새는 이렇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제가 불사의 비책을 찾았나이다. 비책을 아뢰기 전에 여쭙겠나이다. 영생하시면 손자의 손자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끝없이 지켜보실 터인데, 그 수많은 이별을 어떻게 다 감당하시려나이까?” 살로모 대왕은 크게 경탄하면서 앵무새를 사면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면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믿음을 조금씩 내려놓는다. 지난 봄 국민장을 치르고 여름에 국장을 치르면서 많은 국민들이 고인들에게 애도와 경의를 표했다. 망자를 떠나 보내는 자리는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슬픔이 압도하는 걸 보면 이승이 더 좋은가 보다.

새 생명이 태어났으니 잔치를 연다는 기별보다 부음이 더 자주 들려온다. 빈소들의 무거움에 접하면서 분심이 든다. 극락왕생하거나 천국에 태어난다면 죽음은 슬픔이 아니다. 남은 사람들은 왜 슬퍼하는 것일까. 고인에 대해 다하지 못한 미련이 남아 애통하고 남은 자들의 그리움 때문에 우는 것은 아닐까.

죽음을 축복으로 여기고 시작으로 믿는 민속도 있다. 서남해안 일부 섬 사람들은 망자를 두고 밤새 북을 치고 춤을 추면서 “산아지로구나”라는 후렴이 붙은 노래를 불렀다. 조문객들은 ‘하객(賀客)’이었다. 그들은 산 자가 너무 슬퍼하면 망자가 길을 떠나기 어렵고 이승에서의 마지막 기억이 울음소리뿐이라면 저승길이 너무 쓸쓸하다고 믿는다. 빈소에서 옷깃을 여미면서 불로초를 단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연습한다.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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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