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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한국 ‘민주당’도 희망 있다

“앞으론 민주당을 칭찬해 달라.”

진심이 밴 요청이었다. 한나라당 당료 출신인 그는 10여 년간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골몰했었다. 하지만 이젠 민주당을 걱정한다. “욕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난 것 같다. 잘한다, 잘한다고 해서 진짜 잘하도록 해야지…. 야당이 저렇게 무기력해선 안 된다. 그건 나라에도 좋지 않은 일이다.”

민주당의 처지가 이렇듯 처량하다. 하지만 혹여 민주당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건 아닐까. 최근 정책만 봐도 그렇다. 호응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가운데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 발아된 게 꽤 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2006년 열린우리당 교육위원들이 제안한 ‘대학 선(先) 무상교육제’와 유사한 방식이다. 당시 정부는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들어 포기했었다. 투기 대상이 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는 보금자리주택도 마찬가지다. 그 출발은 그린벨트를 해제,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한 국민임대특별법의 제정이었다. 역시 노무현 정부 때의 일이다. 당시 시장에서 외면한 걸 현 정부가 매력적인 상품으로 바꿔놓았다.

따지고 보면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중도실용 노선도 오랫동안 민주당이 고민해 온 주제다. 열린우리당 시절에 탈당 사태까지 생길 정도로 거센 논쟁을 벌였었다. “민주개혁세력이 지난 10년간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뤄냈을지 모르겠으나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에 무능했다”고 자성한 건 민주화 투사 출신인 김근태 당시 당의장이었다. 민주당이 지난 5월 공개한 뉴민주당 플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정세균 대표는 “질 좋은 성장”을 다짐했었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한 전 국민적 추모 열기의 이면에 민주당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을 거다.

그런데도 현실의 민주당은 초라하다. 자꾸 길거리에서 존재 의의를 찾곤 한다. 지지자들과 함께 목청을 높여야, 자신들을 향한 비판의 아우성이 덜 들리고 보고 싶은 현실만 볼 수 있는 듯 행동한다. 민주당이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집권하면 어떻게 달라질지 가치논쟁을 벌이지 않는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입한 듯 보인다. 그러는 사이 이념 지형 싸움에서도, 이슈 논쟁에서도 연패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 지지율 상승의 최대 공로자는 민주당’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어느 정당이든 황무지를 떠도는 시기가 있다. 거친 바람 속에서 패배를 곱씹고 스스로 단련하며 다시 몸을 일으키곤 한다. 민주당이 끊임없이 동일시하는 미국 민주당과 일본 민주당도 그랬다. 미국 민주당은 ‘새로운 방향-2006년을 위한 여섯 가지’ 공약을 앞세우며 하원을 접수했다. 일본 민주당은 50여 년 자민당의 독주를 ‘생활 정치’로 막아냈다.

민주당도 그럴 수 있다. 또 그래야 한다. 대안을, 가치를 얘기해야 한다. 피켓을 들 때만큼 짜릿하지도 소수의 열광적 지지를 받지도 못하겠지만 그 길뿐이다. 그게 바른 길이고 지름길이다. 그게 민주당을 아끼는 국민에 대한 도리기도 하다.

고정애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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