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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 13억경제학]“소림사 뜨락에는 붉은 눈이 내리고…”

소림사 기행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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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 무술로 더 유명해진 소림사는 불교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절입니다. 불교 선종(禪宗)의 큰 물줄기를 열어간 곳이 바로 소림사입니다.

그 큰 물결을 연 분이 바로 달마대사입니다. 달마대사는 5백20년경 인도에서 중국으로 넘어옵니다. 그는 뤄양(洛陽)을 거쳐 이곳 덩펑 숭산(崇山)소림사에 안주하게 되지요(소림사는 4백96년에 창건됐다는군요). 그는 소림사에 들어와 깨달음을 향한 면벽(面壁)에 들어갑니다. 동굴에 들어가 바위를 앞두고 좌선(坐禪)에 들어간 것이지요.

'사람의 마음은 본래 청정(淸淨)한 것이거늘 정진(精進)을 통해 그 이치를 깨달아야 하느니라…'.

좌선은 9년 동안 계속됩니다. 몸이 흩어지고, 정신이 몽롱해질수록 그의 영혼은 더 맑아졌습니다. 그 고난의 수행을 통해 그는 도를 깨달았습니다. 정신적 체험을 통해 도(道)를 구하는 선종의 길을 열었던 것입니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불립문자(不立文字)….

소림사 뒤편에 가면 달마동굴이 있습니다. 달마가 면멱 했다는 동굴입니다. 벽을 앞둔 9년, 얼마나 긴 시간입니까. 벽에 달마대사의 모습이 새겨졌고, 그 바위가 바로 동굴 안에 있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은 그 바위 앞에 섰습니다. 달마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선가 본 그 모습이 바위에 선명하게 찍혀있었던 겁니다. 바로 미술교과서에서 본 '달마도'가 바위에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조선시대 김명국의 달마도. 굵고 강한 인상의 얼굴에 철을 꿰뚫고도 남을 강렬한 시선을 가졌던 그 남자. 너무도 똑 같았습니다.


'아! 김명국도 이 곳을 다녀갔구나'.

그런데 옆에 있던 제 아내는 달마가 어디에 있느냐고 계속 물었습니다. 도저히 안 보인다는 겁니다. 아내는 제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알려줘도 안 보인다고 했습니다. 제가 점잖게 꾸짖었지요.

'불심이 얕아서 그러 하느니라'.

달마대사가 열었던 선종의 물줄기는 그의 제자 혜가(慧可)스님이 이어갑니다.

어느 날 청년 혜가가 소림사에 와 달마대사를 찾습니다. 달마의 불력을 아는 그는 '제자로 받아달라'며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달마는 그를 내쳤습니다. 그래도 혜가는 달마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애걸했습니다.

'받아만 주신다면 이 몸 모두 바쳐 열심히 도 닦겠습다'.
'그래? 하늘에서 붉은 눈이 오면 받아들이겠다'.

하늘에서 어떻게 붉은 눈이 내리겠습니까. 화두였습니다. 혜가의 고민이 시작됐지요. '붉은 눈, 붉은 눈…'. 머리를 싸맺지요. 그가 화두를 풉니다.

어느 겨울. 눈이 많이 오는 날이었습니다. 달마대사가 불공을 드리고 마당으로 나올 때였습니다.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던 혜가는 갑자기 달마대사를 부르더니 왼쪽 팔을 잘랐습니다. 그 붉은 피가 땅에 떨어져 뜨락의 눈을 적셨습니다. '붉은 눈'이 온 것입니다. 달마는 그런 혜가의 마음을 깊숙이 보게 됩니다.

'따라오너라'.
달마가 혜가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소림사 스님들은 합장을 할 때 한 손으로 한답니다. '慧可斷臂'을 기리기 위해서이겠지요. 또 소림사 스님들은 혜가의 피를 기억하기 위해 붉은 색 승복을 입는 답니다.

달마대사는 9년 면벽 동안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운동을 합니다. 몸풀기 동작이지요. 그는 동물의 움직임을 관찰, 흉내냈습니다. 뱀이 독기를 품었다가 내 품는 동작, 학이 하늘을 날아가는 동작, 원숭이가 나는 동작, 호랑이가 먹이를 먹기위해 몸을 납작 엎드리는 동작…. 그 몸 동작이 나중에 소림권법으로 변한 겁니다. 사형(蛇形)권법, 학(鶴)권법, 원숭이권법, 호(虎)권법 등으로 말입니다. 권법은 이처럼 남을 헤치려는 것이 아니라 심신을 수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권법이 어느 날 영화에 등장하면서 갑자기 세계적으로 유명해 졌습니다. 심신을 수련하던 몸 동작이 상업화되기 시작한 겁니다. 세계 곳곳에 '쿵후' 도장이 생기더니, 소림사 권법은 싸움하는 수단이 됐습니다. 조폭들은 쿵푸가 달마대사의 심신수련 몸 동작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겁니다.

소림사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소림사에 오는 관광객은 달마대사의 흔적보다는 소림권법에 더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소림사는 커다란 무술 시범 강당을 차려놓고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스님 복장의 대머리 청년들은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습니다. 본말이 바뀌니 사물의 균형이 깨지고, 정신도 지쳐버립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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