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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위기 극복 곳곳에서 청신호

한국은행은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2454억6000만 달러로 지난 3월 이후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지난해 8월 말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2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에 ‘청신호’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2일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높이고, 일본계 다이와 증권은 올해 한국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2분기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애초 잠정치 2.3%보다 높은 2.6~2.7%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를 딛고 일어서고 있다는 낙관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쏟아지는 청신호=피치사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은 10개월 만이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금융위기가 고조되던 상황에서 한국의 금융시스템 불안정성을 문제 삼아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다. 그러나 이번엔 “경상수지 흑자와 단기외채 감소, 외환보유액 확충 등으로 대외채무를 갚지 못할 우려가 현저하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로선 ‘금융 불안국’ 낙인을 씻어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선진국마저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국만 등급 전망이 올라갔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올해만 해도 영국·일본·스페인 등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했다. 피치가 지난해 11월 등급 전망을 내린 7개국 중 원위치를 한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해지고 있다. 재정 투입 규모가 줄어드는 3분기부터 회복세가 주춤할 것이란 애초 예상과 달리 3분기 성장률이 1%(전 분기 대비)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회복세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윤 장관은 “전반적으로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 경상수지는 300억 달러 이상 흑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제 한국 성장 전망치를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다. 노무라 증권이 지난달 31일자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를 기존의 -1%에서 0%로 높이자 곧이어 다이와 증권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1%에서 0.1%로 끌어올렸다. 해외 IB가 한국 성장률을 플러스로 전망한 것은 처음이다. 7월 광공업생산이 전년 동월과 비교해 증가세(0.7%)로 돌아섰고 재고가 빠르게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 해외 IB들의 태도 변화를 가져왔다.

◆‘V’자형 회복 기대감 커져=피치사의 등급전망 상향 효과는 작지 않다. 당장 국내 금융회사들의 신용등급이 개선될 수 있다. 피치는 지난해 한국의 등급 전망을 낮춘 직후 국내 17개 금융회사의 등급 전망 역시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이 바람에 국내 금융회사들은 한동안 해외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조달 금리가 올라갔고 자금 사정은 빡빡했다. 앞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등급 전망이 회복되면 해외 자금 조달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가시게 된 만큼 외국인 투자도 더 들어올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정부의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도 힘을 얻게 됐다. 재정 건전성을 까다롭게 따져온 피치가 한국의 경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안정에 경기 부양 정책이 계속 얹어지면 성장은 탄력을 받게 된다. 영국계 금융회사인 HSBC는 최근 “전반적으로 한국 경제가 V자 형태로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성급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각국의 부양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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