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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일본 <3> 관료·중앙서 정치·지방으로

일본의 정부 부처와 주요 관청이 몰려 있는 도쿄 가스미가세키 지역. 외무성① ·재무성②·경제산업성③·농림수산성④·총무성⑤청사가 보인다. 주변의 건물들은 다른 부처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합동 청사다. 이곳은 일본 ‘관료 사회’의 대명사로 통한다. 지난달 30일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해 정권 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은 정권 인수 작업이 끝나는대로 자민당 체제의 중추였던 관료 조직을 수술할 계획이다. [중앙포토]

일본은 오래전부터 지방이 강했다. 지역별로 열리는 수천 개의 ‘마쓰리(축제)’는 지금도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면 반드시 어느 지역 출신인지부터 소개한다. 지방마다 자부심이 있고 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을 근대화한 메이지(明治·1868년) 유신은 일본의 지방을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로 묶었다. 1955년 시작된 자민당 체제는 절정기였다. 고도성장으로 금고가 두둑해진 자민당은 예산 배분을 통해 전국 47개 광역자치단체를 장악했다. 이 체제를 떠받친 것은 중앙정부의 국가 공무원들이었다. 자민당의 장기집권 아래 관료들은 각종 규제 권한을 갖고, 낙하산 인사 등으로 철밥통의 특권을 누리는 ‘귀족 관료’가 됐다.

민주당은 이런 중앙집권체제와 관료 주도 정치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고 선언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이를 “메이지 유신 이후 141년 만의 제2의 국가 개조”라고 규정했다. 그는 1일 기자회견에서 “관료 맘대로 하는 나라 운영을 정치 주도로 바꾸고, 중앙정부는 외교·방위·재정·금융만 담당하되 나머지는 지역별 형편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야마구치(山口) 현립대의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교수는 “개혁이 성공하면 훗날 일본 역사에 ‘하토야마 유신’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이 구체화하면 일본의 통치구조에는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족(族)의원-관료-이권단체의 ‘철(鐵)의 3각 동맹’이 와해된다. 국회와 관료 업무를 오랫동안 조정해온 이시하라 노부오(石原信雄) 전 내각 관방 부장관은 “관료 사회 비판의 핵심은 자민당 족의원”이라고 지적했다. 관료 출신이 많은 족의원들은 농업·건설·의료 등 분야별로 뭉쳐 자신의 지역구 또는 이해 관계가 있는 단체·조직에 예산을 배분하도록 관료에게 로비한다. 그 대가로 관료들은 승진 인사와 퇴임 후 낙하산 인사를 보장받았다. 노나카 나오토(野中尙人) 가쿠슈인(學習院)대 교수는 “관료들은 이 과정에서 통제받지 않는 권력집단으로 변질돼 갔다”고 지적했다.

낙하산 인사의 온상인 중앙정부의 지방 출장기관도 과감하게 정리된다. 민주당은 이들 기관의 30만 명 공무원을 지방정부 등으로 재배치하고 국가 공무원 300만 명의 인건비도 20%가량 삭감하기로 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낙하산 인사, 족의원, 지방 출장기관 등이 사라지면 지방의 자율 권한은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부처의 최고위직 관료인 사무차관들이 정책을 주물러온 사무차관 회의를 폐지하고 사무차관에도 국회의원을 임명할 방침이다. 그 대신 각료위원회·국가전략국·행정쇄신회의 등 새로운 ‘3대 권력기관’이 신설된다. 하토야마는 “각료위원회에는 각 성·청의 대신·부대신·정무관·사무차관 등 100명이 참여해 국가 운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케나카 하루가타(竹中治堅) 도쿄대 교수는 “3대 기관이 핵심 정책과 국가 비전, 예산 골격을 책정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 정권의 핵심 실세도 이들 3대 권력기관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료 조직이 개혁되면 일본은 15~16세기 전국시대처럼 독특한 문화와 특징을 가진 지방 시대가 되살아날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초자치단체에 권한과 재원을 대폭 이양하고 용도가 한정되는 조건부 보조금을 지자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괄 교부금’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지방분권조사회장은 “이렇게만 하면 관료 조직 규모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시모토 도루(橋本徹) 오사카(大阪)부 지사는 “지방 분권이야말로 정권 교체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책이 이른 시간 내에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숙제들이 적지 않다. 지방 분권 정책에 밝은 우에야마 신이치(上山信一)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지방 자립은 재원 확보가 필수조건인데 민주당이 예산 낭비를 줄이고 예산 규제를 완화한다 해도 새로운 재원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런 의문에 대한 해결책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이전에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료 개혁은 물론 지방의 욕구 해소에 실패하면서 정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족(族)의원=건설 등 특정 분야에서 장기간 의원 생활을 한 정치인을 말한다. 관료 출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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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