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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 잡힐 때 중국 땅에 있었다”

“3월 17일 오전 5시 얼어붙은 강에 도착했다. 북한과 중국을 가르는 강(두만강)이었다. 춥고 건조한 날씨였다.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해가 떠오르자 안내원이 우리를 얼음 위로 안내했다. 북한 국경임을 알리는 담이나 줄 같은 표시는 없었다. 안내원은 부엉이 소리를 냈다. 미리 연락했던 북한 경비원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안내원은 우리에게 인신매매 경로를 보여 주겠다며 계속 북한 쪽으로 인도했다. 결국 북한 강둑을 밟게 됐다. 안내원은 탈북자들이 잠시 대기하는 거주지를 손으로 가리켰다. 우리는 위험한 생각이 들어 이내 발길을 돌렸다. 북한 땅을 밟은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강 중턱에 왔을 때 뒤에서 누군가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총을 든 북한군 두 명이 우리를 뒤쫓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북한군에 체포당했을 때는 분명히 중국 국경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과격하게 우리를 끌고 갔다. 잡혀 가지 않으려고 풀과 흙을 잡히는 대로 붙들었지만 소용없었다. 북한에 끌려가서는 심문을 반복해 받았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취재노트를 찢어 삼키고 비디오 테이프를 망가뜨렸다.”

지난달 6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문 뒤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 커런트TV(케이블 방송)의 기자 유나 리(36)와 로라 링(32)이 최초 억류 과정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이 내용은 1일(현지시간) ‘은둔의 왕국에서의 인질’이라는 제목으로 커런트TV 홈페이지(current.com)에 공개됐다.

두 기자는 북한의 함정에 빠졌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수상쩍은 부분이 있다. 중국에서 두만강을 건넜던 지역이 예상과 달랐고, 안내원이 평상시와 달리 중국 경찰에게 돈을 줬다”는 것이다. 이들은 “안내원이 외국 기자들과 종종 동행했던 한국계 중국인이었고, (억류되기 전까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아 그를 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안내원을 따른 것은 전적으로 우리가 결정한 일이고, 오늘까지 그 결정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 영토를 침범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북한 땅을 밟은 시간이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이라고 심경을 드러냈다.

뒤늦은 상황 설명에 대해 두 사람은 “북한에 억류된 경험을 밝히는 건 기자로서 어두운 곳을 밝힐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불법 체류자 신세여서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20대 초반의 한 탈북 여성을 취재하면서 ‘컴퓨터 회사라는 곳에서 취업 제의를 받고 가 보니 컴퓨터에 장착된 카메라 앞에 옷을 벗는 일이었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두 기자는 자신들이 침입죄와 적대행위죄로 강제노동 12년을 선고받은 데 대해 “무엇이 적대행위인가”라고 반문한 뒤 “우리는 북한에서 억압받고 절망에 갇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탈북자에 대한 취재 과정에서 접촉했던 한국의 C목사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두 기자는 “C목사가 우리가 붙잡힌 직후 우리에 대한 얘기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C목사가 강에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고 했지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가족들은 탈북자 지원단체들의 안전을 위해 C목사에게 더 이상의 공개 발언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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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