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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33% 편법으로 계속 일해…당정, 현실 반영해 ‘제3의 길’ 모색

한나라당과 정부가 새로운 비정규직 해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노동시장이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당정은 7월 1일 비정규직 고용기간제한(2년) 규정이 적용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해고와 정규직 두 갈래 길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는 대부분이 해고를 택했다. 그래서 70% 해고, 최소 70만 명 해고 대란설이 나왔다.

그러나 노동부가 7월 하순부터 전국 1만 개 사업장을 표본 조사한 결과, 당혹스러운 현상이 나타났다. 3분의 1 정도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3분의 1은 해고되고, 나머지 3분의 1은 종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분의 1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같은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기업이 해고하지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도 않았다. 일종의 편법 재계약이다.

기업주나 근로자가 법에 관계없이 암묵적 합의로 계속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비정규직은 현행 법을 적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를 합하면 3분의 2가 정규직이 됐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해고 대란은 과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편법 재계약 상태에서 노사 간에 해고·처우와 관련해 다툼이 생기면 경영계가 코너에 몰릴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 “법대로 하라”고 기업을 압박할 수도 없고 노동시장의 편법적 상황을 방관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당정은 제3의 대안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2년 계약이 끝나더라도 다시 고용하는 반복 갱신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대신 기업이 반복 갱신으로 비정규직을 쓰려면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하도록 강제한다. 임금이나 복지에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정신에도 맞다.

이를 통해 근로자는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기업은 숙련공과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당정은 무한정 반복 갱신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재계약 기간이나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반복 갱신하다 보면 숙련도가 더 높아져 결국 기업주가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에 몰려 있는데 이들 기업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차별이 별로 없다고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70% 이상이 근무하는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새 방안이 기업주에게도 그리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 어수봉(산업경영학부) 교수는 “차별이 없는 사업장에 기간제한을 두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당정의 안은 노동시장의 혼란을 바로잡고 노사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새 방안을 반대한다. 민주노총 이승철 대변인은 “중소 영세사업장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처우에 큰 차이가 없다”며 “당정이 이를 이용해 불안한 고용 형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차별을 해결해준다는 명목으로 고용 불안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당정의 방침은 비정규직에게는 더 큰 족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개정되더라도 고용기간제한(2년)에 걸려 이미 해고된 근로자들은 구제받지 못할 전망이다. 소급 적용이 안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한다면 새 법 시행 시점에서 고용기간이 2년이 되는 비정규직에게 적용된다. 명지대 교직원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서수경씨는 “잘못된 비정규직법 때문에 피해자가 계속 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잘못된 법을 고쳐야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의 법 개정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백양현 인력지원본부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사람 구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어서 비정규직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당정이 기간제한 규정을 아예 없애서 이미 해고된 사람과 현재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형평성 시비 없이 일할 수 있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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