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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외환 거래에 세금 물려라” “금융회사 해외로 내쫓게 될 것”

요즘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경제학자가 있다. 제임스 토빈(1918~2002년·사진). 1981년 금융 포트폴리오 이론을 정립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예일대 교수다.

파이낸셜 타임스(FT) 같은 유력 경제지에선 그가 주장한 ‘토빈세(Tobin Tax)’의 실효성을 두고 칼럼니스트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고, 애널리스트들은 ‘토빈의 Q(Tobin’s Q-ratio)’라는 기업가치 평가 모델로 증시를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토빈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에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현 금융위기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토빈세 도입 논란=토빈이 재조명 받기 시작한 때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해 가을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단기성 국제 자금 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토빈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통해 투기자본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을 막고, 금융시장의 교란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역외 금융시장이 존재하고 있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산업 간 자본 이동을 막는다는 부작용이 있어 논란이 계속됐다.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영국 금융감독청(FSA)이다. 로더 터너 FSA 의장은 금융회사의 과도한 보너스 관행을 막기 위해 모든 금융 거래에 토빈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토빈세는 경제학자들의 꿈이었다”며 “과세를 통해 금융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고, 글로벌 공공자금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찬성하는 경제학자들은 “거액의 보너스 관행은 시장의 실패로부터 기인했다”며 “토빈세가 불공평한 소득 분배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토빈의 주장처럼 토빈세가 시장 경제 원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불공정 관행을 제거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은행연합회는 “금융 산업이 강한 런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금융회사를 해외로 내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FT는 이달 하순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이 문제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1일(현지시간) 전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81년 토빈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자 기자들이 그의 포트폴리오 이론을 쉽게 설명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토빈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그 뒤 재테크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말이 바로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이번 금융위기는 토빈이 강조한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계기였다.

증시 거품을 진단할 때 ‘토빈의 Q’라는 그의 이론을 활용하기도 한다. 토빈의 Q는 기업의 시장가치(주가)를 기업의 실제 자산가치로 나눈 비율로, 1이 넘으면 주가가 고평가 됐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증시분석가 존 미할예비치는 “미국 시장의 2분기 Q는 0.72로 평균치(0.71)보다 약간 높은 편”이라며 “과거 0.72 수준을 나타냈던 다섯 차례 중 1년 뒤 추가 상승한 것은 세 차례로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프리드먼 시대는 지고=작은 정부와 시장주의를 주창한 밀턴 프리드먼의 몰락도 토빈을 부각시키고 있다.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는 80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자유시장주의의 철학으로 추앙 받았지만, 이번 금융위기로 허점이 드러났다.

토빈은 프리드먼과 달리 시장이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그는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장의 실패로 불황을 겪고 있는 요즘 그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프리드먼 대신 토빈을 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토빈의 추종자로 불리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 미국이 올 초 8000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경기 부양에 투입한 것도 그의 이론에 기반한 셈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지금은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한 토빈의 철학이 유효하다”며 “하지만 위기가 지나면 인플레이션을 치유하기 위해 프리드먼식 통화 정책이 힘을 얻을 것”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제임스 토빈=정부의 제한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케인스 이론이 뿌리내리는 데 기여했다. 70년대 미국 정부의 통화·재정 정책 방향을 두고 밀턴 프리드먼과 논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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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