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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용슥, 용슥” … 4개 국어 배워 아기 받아요

전남 영광군 영광종합병원에서 자녀를 출산한 베트남 이주민 여성 4명이 오승준 원장(앞줄 맨 오른쪽), 전정숙 간호부장(뒷줄 맨 오른쪽), 김성미 조산사(뒷줄 맨 왼쪽)와 자리를 함께했다. 이 병원에서 매년 약 150명의 아이가 태어나는데 그중 40% 이상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다. [영광=장정필 프리랜서]

지난달 14일 오전 10시. 베트남에서 전남 영광군으로 시집온 지 4년째를 맞은 짠탄장(27)씨가 갑자기 진통을 호소했다. 두 번째 임신한 아이가 세상에 나오려는 순간이다. 남편 김상득(38)씨는 짠탄장 씨를 황급히 차에 태우고 15분 거리에 있는 영광종합병원으로 향했다.

“터뜨뜨(심호흡하세요).” “용슥(힘내세요), 용슥”.

조산사 김성미(53·여)씨가 연거푸 “용슥”을 외쳤다. 진통이 조금 오래 가려나 싶었는데 오후 3시 반쯤 간호사가 밝은 표정으로 산모의 손을 잡았다. “축믕, 꼰자이(축하합니다, 아들입니다).”

영광종합병원은 짠탄장 씨가 2년 전 첫 아들을 순산했던 그 병원이다. 짠탄장 씨가 한국에 와서 사귄 다른 이주민 친구들도 모두 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조산사 김씨는 “다문화가정 산모들은 한국인에 비해 자연 분만하는 비율이 높고 진통 시간이 짧아 비교적 쉽게 출산한다”고 말한다. 김씨는 2년 동안 100여 명의 이주민 여성들의 애를 받았다. 산모들의 이름을 줄줄 외울 정도. 그녀는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애를 낳고 잘 적응해 살면서 둘째를 낳겠다고 찾아올 때면 참 대견하다”고 말한다.

영광군에 산부인과의원이 있지만, 24시간 운영하는 데는 영광종합병원이 유일하다. 인근 고창·함평·무안·장성군에도 산부인과가 한두 군데 있지만 애를 받는 데가 별로 없어 이 병원을 찾아오기도 한다.

매달 10~15명의 산모가 이곳에서 아이를 낳는다. 그중 40% 이상이 베트남·몽골·필리핀·중국 등에서 온 이주민 여성들이다. 이 병원의 조재기 상무는 “2003년만 하더라도 이주민 여성들의 출산율이 전체의 5%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군의 이주민 여성은 2000년 65명에서 2008년 220여 명으로 늘었다.

간호사들은 외국인 산모들을 돕기 위해 중요한 말은 베트남어·몽골어 등으로 적어서 사무실 벽에 붙여 놨다. “융쓰 여 어이(아래로 힘 주세요)” “띠까오띠(베트남어로 소변 보세요)” 등은 출산에 필요한 필수 암기 단어다.

2008년 영광군의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1.54명이다. 지난해 452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95년 943명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전국 출산율(1.19명)에 비하면 꽤 높은 편이다. 영광군은 2007년 전국에서 출산율이 높은 시·군·구 13위를 기록했다.

이 병원의 간호부장 전정숙(49)씨가 기억하는 20년 전의 영광군은 지금과 달랐다.

“그땐 영광군이 지금보다 더 외진 지역이었는데도 우리 병원을 비롯해 3곳 이상이 24시간 분만실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병원마다 매달 60명 이상 태어나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지요.” 그러다 인구가 줄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산부인과가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고, 24시간 분만실이 영광종합병원에만 남게 됐다.

이 병원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달에 최소한 30명을 낳아야 산부인과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 병원 측은 고민 끝에 분만실과 일반 수술실을 통합했다. 신생아실을 폐쇄하고 수술실 옆에 별도 공간을 만들었다. 이 병원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동현 과장이 유일하다. 이 과장은 “언제 임신부가 급하게 분만실을 찾을지 몰라 늘 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앞으로 지방 산모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걱정했다. 조산사 김씨는 “우리 병원이 없다면 산모들이 광주광역시나 목포·전주 등 대도시로 40분 이상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며 “지역 주민에 대한 책임감이 없으면 벌써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홍혜진 기자



태국댁 코코넛, 몽골댁 양고기로 몸 추슬러
베트남댁은 천장에 매단 요람서 아기 키워

산후조리·육아방식도 ‘다문화’


“우리 베트남에서는요. 원래는 아이를 낳고 나면 석 달 내내 방에서 안 나와요. 아이랑 따뜻한 방에 누워 있고 밖에서 가족들이 밥만 들여보내 줘요.”

네 살배기 아들을 키우며 영광종합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레티 미디엔(25)씨가 말하는 베트남식 산후 조리법이다. 나라별로 산후 조리 방식이 달라 한국 시어머니들과 이주민 며느리들 사이에서 가끔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산모를 위한 몸보신 메뉴도 각양각색이다. 베트남에서는 출산 후 돼지고기 볶음이나 족발을 즐겨 먹는다. 태국에서는 영양가가 많은 코코넛 야자를, 캄보디아에서는 가물치 등의 해산물 찜을, 몽골 여성들은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 필리핀에서는 토마토·간장 등으로 만든 전통 소스에 돼지고기·닭고기를 졸여 먹는다. 캄보디아에선 쌀로 빚은 술을 석 달 동안 음료수처럼 마시기도 한다.

육아 방식도 다르다. 베트남에선 천장이나 벽에 매단 요람에 아이를 뉘어 키운다. 영광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정은주(39)씨는 “한국 가족들이 깜짝 놀라 ‘아이가 떨어져 다칠 수도 있으니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설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몽골인들은 갓난아이를 춥게 키우는데, 한겨울에도 얇은 옷을 입힌다.

지난해 한국 남성·이주민 여성 커플은 2만8000여 쌍. 정씨는 “이주민 산모들이 늘어나면서 출산 후 고국 음식을 같이 해 먹고 서로 돌봐주는 경우가 많아 산후 우울증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사진=장정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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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