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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에 취하는 가을

소프라노와 테너의 사랑, 바리톤의 훼방, 베이스의 묵직한 코미디까지.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가수들 관계의 공식을 모범적으로 따라간다. [고양아람누리 제공]

올 가을, 국내 오페라 무대가 ‘약’에 취한다. 전국 네 개 무대에 걸쳐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달 말 이 작품을 공연한다. 2003년 이후 6년 만이다. 고양아람누리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같은 작품을 공동 제작해 이달 중순부터 한달동안 공연한다. 고양아람누리에서 ‘사랑의 묘약’을 제작한 것은 2007년 개관 이래 처음. 오랜만에 각각 공연하는 작품이 우연히 같은 시기로 겹친 셈이다.

‘사랑의 묘약’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낭만시대의 꽃을 피운 이탈리아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제티(1797~1848)가 35세에 보름 만에 써내려간 작품이다. 까칠하고 완벽한, 그러나 사랑을 믿지 않는 여인 아디나와 대책없이 순진한 청년 네모리노, 돌팔이 약장수 둘카마라 등 출연자부터 대중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마시는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사랑의 묘약 또한 인기 있는 소재다. 하지만 오히려 이 ‘할리우드’ 분위기 때문에 대형 프로덕션에서는 자주 손대지 않았던 것이 사실. 올 가을에는 우연히 동시상연된다.

◆‘우주’의 묘약=국립오페라단은 배경을 우주로 옮겼다. 직접 연출자로 나선 이소영 단장은 “사랑이 이뤄진다는 묘약을 믿고 선택하는 우리의 모습을 지구 바깥에서 살펴보고 싶었다”고 풀이했다. 우주의 섭리 안에서 인간 개인의 소망이 교차하는 과정을 그리는, 다소 철학적으로 요리된 ‘사랑의 묘약’이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스타급 성악가들을 불러들인 것도 국립오페라단 작품의 특징이다. 유럽의 거장들과 한 무대에서 활동하는 소프라노 임선혜, 빈 국립오페라극장 최초의 한국인 전속 테너로 발탁된 정호윤 등 화려한 출연진이 ‘사랑의 묘약’을 해석한다.

◆‘대규모’ 묘약=고양·대전·대구의 공동제작 또한 오페라계에서 드문 사례로 주목받는다. 세 곳의 역량을 합쳐 ‘규모의 오페라’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보통 오페라가 들이는 돈의 두배 정도인 9억원의 제작비가 눈에 띈다. 여기에 이탈리아의 연출가 파올로 바이오코는 19세기 발레를 가미해 ‘종합 예술’을 꿈꾼다. “등장인물이 묘약에 취하듯 청중이 노래와 춤에 취하게 하겠다”는 것이 연출가의 포부다. 올 가을 오페라 팬들이 어떤 ‘묘약’을 선택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호정 기자

▶ 국립오페라단=26~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대전=17~19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대구=10월 8~10일 대구오페라하우스

▶ 고양=10월 16~1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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