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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총선 기획시론 ③·끝] 일본 민주당, 관료주의 벽 깨기 힘들다

지난달 30일 일본 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1955년 이후 계속돼 온 자민당의 독주 체제에 마침표가 찍혔다. 그동안 민주당은 자민당을 대신해 일본을 이끌 만한 대안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일본 국민은 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당의 통치 능력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부의 재분배를 지향하는 민주당의 장밋빛 정책 공약들을 회의적인 눈초리로 보고 있다. 또한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지닌 민주당이 일관된 외교·안보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정권을 획득한 건 국민들이 자민당에 ‘노’를 외쳤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연금·실업·사회안전망 등 국민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철저히 무심했으며, 크고 작은 스캔들에 끊임없이 연루됐었다. 그 결과 마침내 권력을 잡게 된 민주당은 거대한 관료주의와 맞닥뜨려야 한다. 일본의 관료들은 종종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행정 개혁을 방해해 왔다. 당장 내년 예산 심의부터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제출된 예산안은 오랜 기간 자민당과 관료들이 협의해 내놓은 것이다. 만약 통상적인 예산 심의 기간을 어기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자신들이 비난했던 자민당의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추경 예산안과 내년도 예산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제로 베이스에서 예산안을 다시 짜기 위해 자민당이 정해 놓은 예산안 가이드라인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하고 새로 당선된 민주당 의원 중 입법 경험과 예산 관련 전문지식을 보유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관료들을 통제하기 위해 민주당은 일단 30여 명의 정치인과 전문가를 총리실 내 정책 참모로 임명하는 것 외에 100명의 의원을 각 부처 최고위층에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아직 관료들을 길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관료 우월주의는 일본의 독특한 역사 발전 과정의 유산이다. 유럽과 달리 일본은 튼튼한 시민사회를 형성하기 전에 국가부터 발전시켰다. 그래서 제대로 된 ‘사회’의 건설은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에야 시작됐다. 그 결과 관료들이 제2차 세계대전과 전후 미국 점령기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은 민주당 정부 하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자민당 의원과 관료들은 그간 독특한 일 처리 방식을 개발했다. 관료들은 내각이 발의한 법안의 밑그림을 그렸고 자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을 심사했다. 그리고 의회에 제출되기 전 법안 초안을 의원과 관료들이 함께 완성했다. 자민당이 국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법안 심의 과정은 자민당 의원과 관료들 간의 협의에 불과했다.

민주당 정부는 관료들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능력 있는 정책 입안자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일본은 세제상 허점 때문에 독립적인 정책 전문가들을 키울 수 있는 싱크탱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관료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특권적 지위를 계속 누려올 수 있었다. 민주당은 풀뿌리 기반도 허약하다. 그래서 노동조합 등 다른 이익집단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료들은 그러자면 국고를 풀어 돈을 나눠주는 자민당 방식을 따라 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가르치려 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정부의 탄생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거대 권력 이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민주당이 의도했던 대로 정책 결정을 총리실로 집중시켜 관료들의 영향력을 깰 수만 있다면 일본의 민주주의는 한층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쓰무라 마사히로 모모야마대 법학과 교수
정리=박경덕 기자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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