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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벌써 10만명이 그 길을 걸었다, 제주 올레

손민호 기자
지난주 제주도에 다녀왔다. 5개월 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는 놀랄 만큼 달라져 있었다. 엄청난 시설이 새로 들어왔다는 얘기가 아니다. 달라진 건 제주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외진 곶자왈(깊은 숲)에서도, 깎아지르는 기정(벼랑)에서도 사람이 보였다. 배낭을 둘러메고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그들은, 그래 올레꾼이었다.

어떻게 장담하느냐고? 척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밟고 있는 길은 관광객 붐비는 명소가 아니었으며, 그들의 행색에서 하루에 17㎞ 걸으려고 단단히 작정한 태세가 읽혔기 때문이다(현재 올레 코스는 모두 13개이고, 코스는 평균 17㎞씩이다). 올레 사무국에 물어보니 올해 현재까지 최소 10만 명이 올레꾼이 됐단다.

올레를 처음 취재했던 3월만 해도 올레가 이렇게까지 바람을 일으킬지 몰랐다. 전 국민의 걷기 열풍 속에서 어느 정도 화제는 모으리라 예상했지만, 올레를 걷는 건 본래 대중적인 레저 아이템이 못 됐다. 정돈된 산책로가 아닌 길을, 마땅한 편의시설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17㎞씩 걸어야 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라고 판단했던 터였다.

하나 올레는 올해 레저 부문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됐다. 제주도에선 횟집 간판에 올레가 걸려 있고, 올레 코스와 무관한 지역인데도 올레란 이름의 리조트가 영업 중이다. 올레 8 코스가 통과하는 제주 신라호텔이 ‘올레 패키지’를 만들었고, 뭍에선 이미 여러 여행사가 올레 투어 상품을 내놓은 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방 자기네도 올레 버금가는 길이 있다며 앞다퉈 열을 올리고 있다.

문화예술인도 올레 바람에 동참했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제주 올레 녹색문학투어를 기획한 것이다. 올레가 문학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김주영·정호승씨 등 내로라하는 문인이 참석하고 코스 중간에서 낭독회도 연다. 영 생뚱맞은 상품도 생겼다. 올레 어디에도 산이라곤 딱히 없는데 ‘올레 산행(?)’을 모집하는 산악회가 여럿이고, 최근엔 제주도 골프 패키지 상품에도 올레 일정이 끼어 있다.

여기서 알아둘 게 있다.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 올레를 지금의 올레로 일군 건 서명숙 이사장을 비롯한 사단법인 제주 올레 사람들이다. 하나 그들은 올레를 팔아 돈을 벌지 않는다. 그저 길을 낼 따름이다. 그런데 올레로 돈을 버는 사람이 생겼다. 이에 올레에 관한 모든 법적 권리를 확보해 놓은 올레사무국은 내년부터 시중의 올레 관련 상품을 점검해 애초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은 제재할 방침이다.

그건 그렇고 올레에 투어를 갖다 붙이는 건 옳은 어법일까. 올레는 관광보다 순례에 가깝지 않을까. 제주 올레의 모태가 ‘산티아고 가는 길’일진대, 투어라니. 아무튼 관광에 빼앗겼던 여행의 본령을 올레가 되찾는 듯싶어 반갑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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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