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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국수를 찾아서 ⑩ 충청도 생선국수

한반도의 국수는 ‘산에서 내려왔다’는 게 정설이다. 함경도·강원도 등 산간지방에서 중국을 통해 들어온 메밀로 국수를 뽑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청도 생선국수는 강에서 온 국수다. 생선국수는 면을 먹기 위해 육수를 낸 게 아니라 육수를 먹기 위해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어탕국수·어죽국수로도 불리는 생선국수는 금강 상류에서 잡힌 민물고기로 육수를 낸다. 이 고기를 곰탕 끓이듯 푹 고아 육수를 만드는 것이다. 국수는 시중에서 파는 밀가루 면을 쓴다.

생선국수는 금강 줄기를 따라 충북 옥천·영동, 충남 금산, 전북 무주 등지에서 주로 먹는다. 이 지역을 주민들은 칠보단장이라고 한다. 농사를 위해 (금강 상류에) 막아 놓은 보가 일곱 개라는 뜻에서 칠보이고, 오일장은 청산장 하나뿐이어서 단장이다. 물을 막은 보가 많으니 고기도 잘 잡힌다. 그래서 예부터 인근에서 천렵을 하면서 붕어·잉어·메기 등 민물고기를 끓여 거기에 국수를 넣어 먹었다. 이런 천렵국수가 지금의 생선국수가 된 것이다.

생선국수로 유명한 집이 충북 옥천군 지전리에 있는 ‘선광집’(043-732-8404)이다. 서금화(81)할머니가 47년째 한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서 할머니는 “생선에서 빛이 날 정도로 맛있는 국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국숫집 이름을 선광집으로 지었다”고 했다. 실제 서 할머니는 ‘빛나는 생선국수’로 8남매를 공부시키고, 막내 아들은 독일로 유학까지 보냈다고 한다.

이 집은 금강 상류에서 잡히는 자연산 민물고기로 육수를 낸다. 인근에서 어업면허를 갖고 있는 3명의 어부가 민물고기를 대고 있다. 그래서 선광집 주방에 가면 어시장에서도 볼 수 없는 팔뚝만 한 누치와 칠이어, 월척급 붕어가 흔하다. 이밖에 그때그때 잡히는 다양한 민물고기가 재료로 쓰인다. 서 할머니는 “국물을 우려 놓으면 붕어 맛, 칠이어 맛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잡고기를 많이 넣어야 국물 맛이 좋아진다”고 했다. 매일 새벽 육수를 우려내는데, 이 육수가 떨어지면 영업도 끝낸다.

생선국수 하면 연상되는 것이 ‘비린내’다. 그런데 이 국수에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구수한 맛이 난다. 비법이라면 생선 가시가 흐물거릴 정도로 오랜 시간 끓이는 것뿐이다. 처음엔 생선국을 끓이듯 찜통에 민물고기를 넣고 2시간 정도 삶는다. 이것을 한 번 식혔다가 다시 4~5시간 더 끓이면 뼈가 바스러질 정도로 진한 국물이 된다. 서 할머니는 “오랫동안 끓이면 생선 가시에서 구수한 맛이 우러나 비린내를 덜어 준다”고 일러줬다.

이후 조리 과정은 간단하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밀가루 국수를 넣고 한 번 더 삶는다. 이때 고추장으로 간을 해야 얼큰하면서도 비린내가 덜 난다고 한다. 여기에 파·호박·깻잎 등 계절 채소를 넣는다.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입안을 맴도는 부드러움은 추어탕 국물보다 진하다. 금강 상류를 흐르는 깨끗한 물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고아낸 까닭에 보양식으로도 손색없다.

서 할머니의 손맛은 현재 막내딸 이미경(44)씨가 잇고 있다. 이씨는 “학교 다닐 때부터 교복을 입고 엄마 일을 돕기 시작했는데, 아직 시집도 못 가고 일만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 덕분에 선광집 생선국수는 옥천군을 넘어 충북의 대표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평일에는 100~150그릇, 주말에는 200그릇 정도 내는데, 소문 듣고 찾아오는 외지 손님이 더 많다고 한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아침에 만든 육수가 떨어지면 장사도 끝이다. 주변에서 ‘분점을 내라’는 말이 많았지만, 선광집 모녀는 한사코 사양했다. 생선국수는 흐르는 물에서 잡히는 깨끗한 민물고기로 육수를 내야 하는데, 분점을 낼 만큼 많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영주 기자

협찬: (주)면사랑

다음 회(9월 17일)는 ‘제주도 돼지국수’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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