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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명인 ①] 맛과 향으로 승부하는 대한민국 ‘커피장이’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퇴직 후 희망 창업 아이템' 순위조사에서 커피전문점이 3위를 차지했습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커피전문점 열기는 단순한 커피 맛에 대한 호기심만은 아닌듯 합니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요즘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IS 일간스포츠는 2일·3일 양일간, 총 6면에 걸쳐 커피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 시간은 커피업계의 명인들과 함께 합니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한잔씩 마시는 커피. 이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을 좇아가 보았습니다.



단순히 몰려오는 잠을 쫓기 위한 각성제로서의 커피, 혹은 입가심용 커피가 아닌, 커피 그 자체의 맛과 향으로 승부한다는 '커피장이'들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두번째 시간은 커피전문점 창업의 모든 것을 보여드립니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창업 선배들이 말하는 성공비법과 준비과정을 공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3일(목요일)밤 12시 QTV의 '비하인드' 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전설이 된 바리스타 Ƈ서 3박'



우리나라 바리스타 계보를 찾아 올라가면 심심찮게 마주하는 단어가 있다. Ƈ서 3박'이다. 1서는 명실공히 1세대 바리스타인 고 서정달을 가르킨다. 바리스타라는 단어조차 몰랐던,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대표적인 ‘다방 주방장’이다.



“왜정시대부터 커피를 해온 융드립(커피추출 방식의 일종)의 최고주자였다.” 다동커피 이정기(55)사장이 기억하는 서정달의 일면이다. 그가 몸담았던 명동 미도파 백화점(현 롯데 영플라자)의 커피숍과 신촌 기차역 맞은편의 ‘콜럼비아’ ‘쥬얼리’는 늘 그의 커피 맛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명성이 아주 자자했죠. 커피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 씩은 맛 구경을 갔었죠. 블랜딩 커피만을 고수했는데, 그 방법이 특이했어요. 원두를 따로 따로 갈지 않고, 분쇄기를 계속적으로 작동시키면서 원두를 차례차례 섞으면서 갈았어요. 그렇게 간 원두를 융에 걸러 커피를 냈죠. 일본에서도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방식이었어요.” 강릉 '보헤미안' 박이추(59)사장의 이야기다.



3박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 유학파 3인이다. 박상홍·박원준(작고)·박이추가 그들이다. 박원준·박이추는 도쿄 ‘겟샤텐’에서, 박상홍(82)은 오사카에서 커피를 배웠다. ‘마도로스 박’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커피추출 교육을 주로 맡았던 박상홍은 현재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다도원’을 운영했던 박원준은 지난해 세상을 떴고, 현재 박이추만이 ‘보헤미안’이라는 커피숍으로 ‘쓰리박’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자가용이 없으면 찾아가지도 못할 외딴 곳에 위치해 누가 여길 찾아올까 싶었는데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손님 대부분이 ‘커피전설’을 찾아온 외지인이다.



"커피와 나와의 관계를 좁히기 위해 외딴 시골로 들어왔다"는 박이추는 하루 반나절을 커피와 씨름하며 보낸다. 10년 된 구식 로스터기에 행여나 불이 붙지는 않을까, 원두가 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작업실을 떠나려하질 않는다. 문하생 한명이 카페일을 돕고 있지만 손님에게 내는 모든 커피는 박씨가 직접 추출하는 것만 고집한다. 명인의 고집엔 예외란 없다.



보헤미안(033-662-5365)=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 181.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매주 월,화요일 휴무)





독학파 허형만·전광수·서덕식



한국 커피계보에 있어 ‘1서 3박’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지만, 그렇다고 해서 1990년대 한국 커피시장이 오로지 ‘쓰리박’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그들만큼의 유명세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그들 못지않은 내공을 지닌 커피고수들은 분명 존재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압구정 커피집'의 허형만(54) '전광수 커피하우스'의 전광수(47) '칼디커피'의 서덕식(52)이다.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커피회사에서 20년간 근무한 한 후 2001년 자신의 카페를 오픈한 허형만은 로스팅이 주전공이다. 이론과 실전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카페 창업을 앞둔 이들이 로스팅 원두와 조언을 구하기 위해 자주 찾는다.



현재 아카데미를 통해 커피교육에 주력하고 있는 전광수는 1990년대 초반 지인의 일을 도와 커피수입일을 하며 입문했다. 미국을 오가며 에살바도르 출신 바리스타에게 로스팅을 전수받았다. 2002년부터 대학교에 출강하며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아카데미 초기에는 수강생들의 대부분이 주부들이었어요. 일명 강남 아줌마들의 우아한 친목도모 공간이었던거죠. 스타벅스 커피붐이 일면서 일반일들의 수강비율이 현저하게 늘어났어요. 남성의 비율도 높아졌구요.” 그를 거쳐간 학생 수만 300명이 넘는다. 그들 중 일부는 실제 커피숍 창업으로 이어졌다.



'칼디커피'의 서덕식의 커피 이력은 재밌다. 1970년대 초, 다방에서 잔신부름을 도와주는 일명 ‘다방보이’로 출발한다. “다방 레지들에게 레귤라 커피를 얻어 먹는 재미가 쏠쏠했었죠. 그러다 군대를 가서 미군의 전투식량인 C레이션에 딸려나오는 봉지커피를 접했죠. 다른 한국 군인들은 쓰다고 난린데 저는 무지 반갑더라구요.”



제대 후 커피회사에 입사하며 커피를 직업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는 숯불배전으로 유명하다. 가스가 아닌 참숯을 이용해 커피를 볶는 방식으로 기존의 로스터기를 튜닝해서 사용하고 있다.



* 압구정커피집(02-511-5078)=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26 신현대상가 2동 107호.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7시(매주 일요일 휴무)



* 전광수 커피하우스(02-778-0675)=서울 중구 남산동 2가 15-10.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 칼디커피(02-335-7770)=서울 마포구 서교동 330-10.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 30분





커피도 과학이다 송주빈, 김용덕



“커피를 마치 신의 영역인양, 혹은 예술의 한 영역처럼 포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주빈 커피'송주빈(50) 사장의 이야기다. 공학도 출신 바리스타답게 ‘커피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1999년에 커피숍을 차리면서 커피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커피에 대한 책이나 자료가 모두 ‘스토리’위주의 감성적인 접근뿐이더라고요. 커피도 식품인데, 어떤 프로세스로 가공해야하고 관리해야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없더라구요. 우유 한 팩를 만들더라도 어떤 방법으로 가공해야 맛있는 우유가 나오는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데 커피는 왜 없냐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모자란 영어실력으로 외국 서적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늦게 커피업에 입문했지만, 특유의 학구열로 그가 펴낸 커피관련 전문서만 3권이다. “로스팅은 토스트 굽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커피의 특성과 로스팅의 원리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는 파격적인 발언으로 업계에서 때론 ‘이단아’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커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실적과 좋은 원두에 대한 과감한 투자만은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그는 '커피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컵오브엑설런스'(COE)에서 우승한 우수한 원두를 경매를 통해 사들인다. 커피감정사들에게 84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고급 원두만 거입하는 만큼 가격도 상당하다. ‘좋은 식재료가 음식의 맛을 결정짓듯 원두의 질이 커피 맛을 좌우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강릉 '테라로사' 김용덕(51)사장은 다양한 해외 커피 견문을 지닌 ‘개화파 커피전문가’다. 은행원 출신인 그는 마흔 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레스토랑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커피에 눈을 떴다. 커피에 미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혀'를 단련시켰다. 유명하다는 카페는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 맛을 보고 운영 시스템을 관찰했다.



“한국의 커피 수준은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밖에서는 아우디를, 벤츠를 만들고 있는데 겨우 티코하나 만들어놓고 자화자찬하는 격입니다. 우리 커피산업이 발전하려면 커피전문가들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는 그다. 강릉에 위치한 그의 커피공장은 ‘별천지’같다.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는 시골에 서울에서도 보지 못한 고가의 신식 로스터기와 갤러리를 방불케 할 만한 다양한 종류의 커피관련 수집품들로 가득하다. 좋은 원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송주빈 사장과 뜻을 같이 한다.



“커피를 구입하러 농장을 방문하면 그들이 먼저 우리를 테스트합니다. 구매자가 좋은 원두를 가려낼 줄 아는 능력이 없으면 질 나쁜 원두를 비싸게 팝니다.” 그래서 그는 단순히 로스팅 기술, 추출기술에 연연하지 않고 컵핑(커피의 맛과 향을 구별하는 것)능력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 결과 올해 테라로사의 직원인 이윤선씨가 한국인 최초로 ‘컵오브엑설런스’ 국제 심판관으로 초청되는영광을 얻었다.



* 주빈(02-782-7970)=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36번지.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



* 테라로사(033-648-2760)=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어단리 973-1.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





우리식 순화커피. 이정기



다동커피 이정기의 커피는 생소하다. 향과 맛도 색도 그러하다. 커피가 아닌 차 같기도 하고, 구수한 숭늉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커피의 쓴맛을 싫어해요. 그래서 쓴맛만 쏙 빼고 단맛과 신맛 등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추출기술을 연구했죠.” 이정기는 ‘한국적 커피’를 지향한다. 1993년에는 '우리커피 연구회'를 만들어 커피용어 순화에 나서기도 했다. 로스팅을 뜻하는 일본식 한자 표기인 ‘배전’이라는 말 대신 ‘볶기’라는 표현을, 드립·추출이라는 말 대신 ‘내리기’라는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원두커피는 대부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한잔 커피를 마시더라도 일본의 흉내를 내기보다 우리식, 한국식 차문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태리식, 터키식, 미국식 등 나라별로 커피 스타일이 다르듯 한국식 커피를 만들고 싶습니다. ”



이정기식 커피는 한국의 '퍼주기'문화처럼 후하다. 한잔을 주문하면 몇잔이고 리필이 가능하다. 커피가격도 3000원으로 저렴한편이다.



* 다동커피집(02-777-7484)=서울 중구 다동 164-1 2층.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지방의 고수들



커피붐이 일면서 커피 동호회 사이에 '커피투어'라는 것이 생겨났다. 유명 카페를 순회하며 커피맛을 비교 평가하는 이 카페투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지방의 카페명가들이다. 경주의 '슈만과 클라라', 포항의 '아라비카' , 대구의 '커피명가' , 울산의 '빈스톡'이 대표적이다.



빈스톡의 박윤혁 씨는 강배전 융드립으로 유명하다. 로스팅 중에는 예약 손님 이외의 손님은 받지 않을 만큼 커피에 대한 소신이 남다른 인물이다.



반면에 슈만과 클라라의 최경남씨는 부드러운 약배전 커피로 유명하다. 커피명가의 안명규와 아라비카의 권영대는 경상도 지방을 대표하는 커피지존이다. 이곳의 원두를 사용한다고 선전하는 카페가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 슈만과 클라라(054-749-9449)=경주시 성건동 620-449.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11시(매달 첫째주 일요일 휴무)



* 빈스톡(052-267-7847)=울산시 남구 삼산동 1496-18.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5시(사전예약 필수. 매주 일요일 휴무)

아라비카(054-248-0148)=경북 포항시 북구 중앙동 74번지.영업시간 낮 12 시~밤12시



* 커피명가(053-423-8756)=대구 중구 삼덕동 1가 22-21번지. 영업시간 오전11시~밤 12시 (일요일은 11시까지)



>> 2편에 계속



김현명 기자 [book88@joongang.co.kr]

방수진 기자 [fomay@joongang.co.kr]



[커피 명인 ①] 맛과 향으로 승부하는 대한민국 ‘커피장이’

[커피 명인 ②] 노른자 띄운 커피부터 테이크아웃까지…한국 커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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