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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년 걸릴 일, 꿈나무를 키워라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13대 0'. 일본과 우리나라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 숫자다. 이 차이는 앞으로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노벨상은 개인의 명예일 뿐 아니라 그 국가의 과학수준·국가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국인 수상자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중앙SUNDAY가 스페셜 리포트로 다뤘다.

매년 10월 초 스웨덴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나라 과학계 인사들은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도대체 한국은 언제쯤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거냐”고 묻기 때문이랍니다.

오는 10월에도 사정은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뛰어난 성과가 있는 과학자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스타 과학자가 한두 명 있다고 해서, 정부가 적극적인 외교를 펼친다고 해서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중앙SUNDAY가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우리나라가 가까운 장래에 노벨 과학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기존 학자들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신진 학자 및 노벨 꿈나무들에 대한 교육 및 연구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KAIST와 함께 우리나라 고등과학교육의 양대 산맥인 POSTECH(포스텍·옛 포항공대)의 냉정한 현실 진단이다. 우회적인 표현을 쓰긴 했지만 현재 국내 연구자들의 경력이나 정부의 기초과학 시스템으로는 당분간 노벨 과학상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POSTECH 과학문화연구센터가 최근 30년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 특히 최근 5년간 수상자들의 경력과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노벨 과학상 수상자 주요 배출국의 과학기술정책과 동향을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한 결과다. 정말 한국의 노벨 과학상 수상은 그렇게 먼 얘기일까.

이 연구의 책임자인 POSTECH의 임경순(과학사)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뛰어난 성과를 보인 연구자들은 적지 않다"며 "특히 30~40대 젊은 과학자들의 최근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하지만 기존의 수상자들을 보면 40대 이전에 탁월한 연구결과를 발표해도 10~20년, 혹은 그보다 훨씬 뒤에야 그 업적을 인정받고 수상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론 노벨상 선정엔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우리 과학자들이 또 다른 획기적 연구 성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예측하긴 어렵다"며 "어쨌든 지금으로선 '싹'이 보이는 창의적 연구를 찾아 보다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그 성과를 홍보할 수 있도록 해외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것이 노벨상 수상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말 '노벨 과학상 분석 및 접근전략 연구'라는 제목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 '13 대 0'의 충격 때문이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한꺼번에 네 명(일본계 미국인 포함)을 추가하면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13명이 됐다. 우리나라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 민족적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경제 규모 세계 11위(2003년)까지 올랐던 나라의 지도자로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노벨 과학상은 그 연구자가 속한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뿐 아니라 국제화 정도나 국가경쟁력을 말해 주는 국제적 지표로도 활용된다. 소위 선진국 치고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나라는 없다.

역대 대통령들도 노벨 과학상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 때는 장밋빛 환상까지 더해졌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문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두 번 실린 것 때문이었다. 정부는 2005년 '최고과학자상'을 만들어 황 교수를 첫 수상자로 선정하며 황우석 노벨상 수상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최장 5년 동안 연구비를 총 150억원까지 지원한다는 약속도 했다.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황우석 교수 특위''한나라당 H2O 프로젝트'등 지원조직을 만들었다. 과학기술부가 스웨덴에 비공식적으로 과학관을 파견해 동향을 살피려 했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그러나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노벨상 프로젝트는 모두 흐지부지됐다.

정진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은"이 대통령이 노벨상을 분석해 보도록 지시한 것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보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기초과학을 튼튼히 하다 보면 노벨상을 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비 비중을 늘리고 ▶우수한 연구자들의 저변을 확보하고 ▶해외 교류 사업을 확대하며 ▶신진 과학자들을 지원하고 ▶초·중·고등학교의 과학교육을 개선하는 등 기초과학 진흥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계 원로들은 특히 교육 시스템의 개혁이 노벨상 수상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절실하다고 말한다. 한국과학문화진흥회의 김제완(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이사장은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 머리가 좋아도 창조성이 부족하면 노벨상을 탈 수 없다"며 "과학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학생이 뛰어난 과학자가 되는 건 아닌데 우리나라는 과학영재교육 시스템조차 아이들의 독창적인 생각을 키워주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벨 과학상의 가장 큰 기준은 '창의성'이다. '최초'의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연구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집념, 옥석을 제대로 가린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창의적인 새싹들이 보여주는 희망이 어우러질 때 노벨 과학상은 멀지 않은 미래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김정수 기자 newsla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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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