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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중국 산책] 중국언론 통제는 북한이 하나?

'북한은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지원에 대해
고마워하기는 커녕 제멋대로 행동해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 정부가 도대체 자국민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기나 한 것인가.'
'없는 돈 끌어 모아 핵 개발에나 열심이다.'

위의 내용들은 지난 2004년 8월 중국에서 발행되는 격월간지
'전략과 관리'라는 잡지에 실린 한 논문의 주요 내용들입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사태를 맞아
중국 톈진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이 북한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중국에서 보기 힘든 북한 성토라 주목을 끌었지요.
그러나 그 댓가는 엄혹했습니다.
문제의 논문을 게재한 다음달인 9월,
11년 발행 역사를 가진 잡지 '전략과 관리'는 폐간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폐간 배후엔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는 얘기가 돌았지요.

5년 만에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말 상하이미디어그룹 산하의
상하이 TV 다큐멘터리 전문 지스(紀實) 채널이 방영한
'현장목격 북한' 프로그램이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7월 20일부터 하루 한 편씩 5부작으로 방영한
이 프로그램은 '북한 비꼬기' 내용으로 일관해 화제가 됐지요.

지난 6월 북한 당국의 협조를 받아 취재를 했지만
'백내장 치료도 제대로 못하는' 북한의 한심한 상황을
아주 리얼하게 보도했다고 합니다.
중국 인터넷엔 '코미디가 따로 없다'는 댓글이 올라왔구요.

저는 지난 7월 26일 블로그에서
이같은 상하이 TV의 과감한 북한 보도가
혹시 중국 정부가 대북한 정책에 변화를 주기에 앞서
중국 국민에 대한 '북한 제대로 알기' 교육이 아닐까 한다고
쓴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그런 것 같지는 않군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상하이미디어그룹의 경영진이 베이징으로 불려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북한 다큐가 나오게 됐는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사태가 매우 심각해
다큐 제작 책임자 해임과 경영진 문책 등과 같은 중징계가 예상된다고 하구요.
역시 그 배후엔 북한의 강력한 항의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언론을 상대로 마음대로 재갈을 물리는 형국입니다.
중국 언론인들에게는 '북한 보도'가 자칫 성역으로 자리잡게 되겠군요.
이번 사태의 결과를 챙기면서
북중 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북한이 항의하면 잡지 폐간하고,
방송사 경영진 문책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북핵 해결과 관련해 중국에 지나친 기대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중국의 영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중국이 북한에 대해 평소 이 정도로 행동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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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