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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공연예술인 ③ 정장에 하이힐 판소리 들어보셨나요

사진 설명: 좌: 대금 박열기, 중간: 소리고초롱, 우: 유옥영 교수
서울 지하철 동대문운동장역에서는 매주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4시마다 국악 공연 무대가 펼쳐진다. 바쁘게 지나가는 승객들의 눈과 귀를 특유의 강한 카리스마로 붙잡는 이들은 바로 국악을 전공하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모여 만든 '길굿솔로이스츠'.

'길굿'이란 길과 길을 연결해주는 공연이라는 뜻이다. 연주 실력이 뛰어난 솔로 연주자들이 모였다고 해서 '솔로이스츠'를 덧붙였다. 길굿솔로이스츠는 지난 2001년 중앙대학교 연희예술학부 유옥영 교수(53)의 지도 아래 지하철 공연을 처음 시작했다. 그동안 120여 명의 학생들이 지하철 공연에 참가했다.

요즘 공연에 참가하는 이들은 대금 박열기(20), 피리 김진만(19), 아쟁 이가람(20), 해금 전상연(20·이상 중앙대 국악관현악과), 타악 황상은(19), 소리 고초롱(20·이상 중앙대 연희예술학부 음악극 전공), 가야금 고유동(19), 한효정(16·동명여고)등 8명이다. 매달 빠짐없이 공연했지만 이번 8월엔 산에 들어가 연습을 하는 이른바 '산공부'가 있어 한달을 쉬었다. 다음달 12일 다시 이들의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나 보수는 없다. 파릇파릇한 젊은 대학생들이 황금같은 주말에 북적이는 지하철역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순수한 데서 출발했다. 국악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들려주고 알리기 위해서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유 교수는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지하철 공연을 생각해냈다.


"국악을 가르치다보니 생각보다 힘든 아이들이 많았어요. 진로도 잘 안 풀리고 안에만 갇혀 있는것 같고요. 더 활발하게 밖으로 나오고 공연을 해야하는데…. 그래야 실력도 늘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국악을 많이 알릴 수가 있거든요. 일단 밖으로 나와서 많이 공연을 해보고 관객들과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난 2001년 시험삼아 산본역 광장에서 처음 공연을 해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이거다'싶었습니다. 국악은 결코 어려운 음악이 아닙니다. 오로지 국악을 대중화시키고 싶다는 생각 뿐이에요."

선곡도 유명한 곡을 위주로 한다. 양방언의 '제주의 왕자' '프런티어', 장사익의 '찔레꽃' 등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곡이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장소에서 공연을 하자니 처음에는 부끄러움도 탔다. "한번은 아는 친구를 만났어요. '너 지하철역에서 뭐하는거냐'고 물어보는데 좀 창피하기도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이 많은 행인들을 내 카리스마로 제압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나의 소리를 많은 사람이 들어주고 즐거움을 느끼니 참 행복해요." 소리를 맡고 있는 고씨의 말이다.

대금을 불고 있는 박열기씨는 서울국악예고 2학년 때 처음 지하철 공연을 시작했다. "대금을 부는데 손가락이 덜덜 떨리는거에요. 소리도 제대로 안나오고요. 하다보니 실력이 점점 붙더라고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도 있고요. 거리 공연이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관객들이 무심히 지나치거나 무표정할 때면 상처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팬들도 제법 생겼다. 소리를 맡고 있는 고씨의 경우 특히 팬이 많다. "앞에서 소리를 하면서 보면 관객들이 휴대 전화를 만지작 거리는지, 자는지 다 보여요. 반응이 없어 처음엔 속상하기도 했지만 할아버지와 아주머니들이 '참 잘했다' '젊은 사람이 신통하게 잘 한다'고 격려해주실 땐 힘이 번쩍 나요."

이들은 공연 때 한복만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장이나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더 자주 선다. 고씨의 경우 한복을 입고 하는 것 보다 정장을 입고 했을 때 관객의 반응이 더 좋다고 전한다.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하는 판소리, 들어보셨나요. 한복 입고 소리 할 때 보다 몰입하기는 어렵지만 관객들은 더 편하게 느끼세요. 듣는 사람이 편하고 친숙하게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 언젠가 국악도 대중화될 수 있겠죠?"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지 않고 친근한 음악으로 국악을 알리기 위해 길굿솔로이스츠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대 음악과의 조화다. 유 교수는 "국악이 세계 음악이 되려면 팝이나 대중가요 등 현대 음악과도 적당히 섞일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스타일만 고집하면 진정한 대중화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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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