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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관료주의에 염증 “일단 갈고보자” 민심 분출

민주당이 8·30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자민당 장기 집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1955년 냉전체제에서 출범한 자민당은 일본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패한 관료주의가 만연했고 각종 정책이 중앙 중심, 효율성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빈과 부, 도시와 지방 간의 격차가 심해졌고 자민당 정권에 대한 민심은 극도로 악화됐다.

최근에는 자민당의 보루였던 직능단체와 농어촌 조직이 떨어져 나가고 정치에는 관심도 없던 무당파층이 대거 민주당 쪽으로 쏠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민당이 너무 오래 했다. 일단 갈아보자”는 집단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잇따르는 정치부패 사건은 물론 ▶정치와 돈의 커넥션 ▶국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주의 ▶대국민 서비스 약화 등 일본 사회의 부정적 현상이 모두 자민당에 대한 책임론으로 몰아졌다. 민주당이 총선 슬로건으로 내세운 ‘관료주의 타파’ ‘아동수당 확대’ 공약에 유권자가 열광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변화에 목말랐는지 알 수 있다.

역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우정 민영화 등 각종 개혁정책은 결과적으로 소득계층 간 격차 확대 등 ‘개혁의 피로’를 초래했다. 여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등이 뒤를 이었지만 과도한 개혁에 따른 사회적 불만과 후유증을 치유하지 못했다. 이들은 한계에 부딪혀 1년 만에 스스로 총리직을 내던졌고, 민심 이반은 가속화됐다.

그런데도 자민당 간부들의 실언과 실정이 끊이지 않았다. 오랜 여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긴장감 없이 나태한 모습을 보인 게 일본 국민을 더욱 실망시켰다. 올 초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재무상이 로마에서 ‘음주 회견’을 한 것이나,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 관방 부장관이 여성 스캔들로 물러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때마침 불어닥친 세계 불황은 자민당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세 차례에 걸쳐 총 200조 엔(약 2650조원)이 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실업자가 속출하는 등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런 반사이익을 보면서 차근차근 민심을 접수해 갔다. 2006년 ‘선거의 귀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는 유권자와 후보자의 거리를 좁히는 선거전략으로 전환했다. 일본의 여야 정치구도가 역전된 것은 2007년 참의원 선거다.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야당 연합으로 참의원 과반수를 확보해 자민당 주도 정치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말 ‘변화’를 기치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미국 버락 오바마 정권의 등장은 기폭제가 됐다. 민주당은 정책공약(매니페스토)과 건설적인 대안을 당당하게 제시하고, 자민당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등 책임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이면서 점수를 땄다. 민주당도 국정운영 능력이 있다는 신뢰를 심어준 것이다. 고속도로 통행료·고교교육 무상화, 중학교 졸업까지 자녀 1인당 육아수당 월 2만6000엔(약 35만원) 지급 등 피부에 와닿는 공약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아소 다로 총리는 29일 밤 늦게까지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경험이 전무한 민주당에 일본을 맡길 수 없다. 자민당만이 일본의 안보와 경제를 책임질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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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